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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전남광주=김승일 기자] 전남광주시가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대규모 산업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광주 군공항 826만㎡ 부지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됐고 전력과 용수, 도로, 정주 여건까지 도시의 기반을 다시 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 먹을 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당연한 투자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것만큼 이미 60년 동안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산업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전남광주시에서 그 산업은 자동차다.
호남 자동차 산업의 뿌리는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광주 지역 기업인 고(故) 이문환 회장은 1965년 아시아자동차공업을 설립하고 현대자동차그룹보다 2년 먼저 완성차를 생산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 외국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완성차 산업에 뛰어든 도전이었다.
피아트 승용차를 시작으로 버스와 트럭, 군용차가 이곳에서 생산됐고 아시아자동차는 1999년 기아자동차에 흡수합병됐다.
회사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 공장은 현재 기아 오토랜드 광주로 이어졌다.
60년 동안 축적된 생산 경험과 숙련 인력, 부품·물류 기업은 전남광주시 산업의 가장 단단한 기반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21년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완성차 양산에 들어가면서 23년 만에 새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 사례였다.
현재 전남광주시에는 기아와 GGM 등 2개의 완성차 생산기지가 있고 시가 집계한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간 72만대 수준이다.
자동차 산업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분명하다.
전남광주시 산업통계를 보면 자동차 산업 매출은 21조 8655억 원으로 전체 제조업 매출의 47.67%를 차지한다. 종사자는 1만 6547명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27%다.
사실상 제조업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한 산업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산업 전환도 이미 시작됐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지난해부터 광주공장 최초의 전용 전기차 EV5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EV5를 3만 1865대 생산했다.
GGM도 캐스퍼에 이어 전기차를 생산하며 친환경차 체제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기존 생산시설 안에서 차종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선 보다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다.
자동차 생산량은 노동자가 더 열심히 일하거나 성과급을 더 받는 것만으로 크게 늘릴 수 없다.
프레스와 차체, 도장, 조립라인은 일정한 생산 한계를 갖고 있다. 부품 공급과 물류시설, 야적장, 전력 등도 생산 규모에 맞춰 함께 늘어나야 한다.
현재 50만대 안팎인 생산 능력을 장기적으로 100만대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기존 공장의 생산성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추가 생산라인이나 신규 완성차 공장, 미래차 전용 생산시설을 놓을 부지와 대규모 설비투자, 지자체와 기업 간 MOU 체결, 각종 인센티브 제공 등 상호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부품기업이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전용 산업단지와 연구개발 기반도 필요하다.
이는 지금 반도체 산업을 위해 전남광주시가 준비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와 전남광주시는 광주 군공항 약 250만 평을 반도체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국가산단 조성과 전력·용수 공급망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산업이 성장할 공간과 기반 시설을 준비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도 이 같은 시각이 필요하다.
기아 광주공장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대규모 부지 확장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GGM 역시 연간 10만 대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남광주시가 자동차 생산 규모를 한 단계 더 키우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생산기지를 확보하려면 기존 공장의 효율 향상과 별도로 새로운 산업 공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더구나 완성차 생산 확대는 한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차량 생산이 늘면 차체·전장·배터리·금형·부품과 물류 분야의 투자가 뒤따른다. 현재 전남광주시의 1차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는 23개사로 전국 685개사의 3.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완성차 생산 능력에 비해 지역 내 부품산업의 두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래차 전용산단을 조성하고 완성차 생산시설과 핵심 부품기업, 연구개발기관을 함께 유치한다면 자동차 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지역 안에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1950년대 한국 자동차 산업은 폐차 부품과 드럼통을 이용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이문환 회장이 1965년 전남광주시에 완성차 공장을 세우겠다는 도전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했고, 그 공장은 60년 뒤에도 지역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는 앞으로 전남광주의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릴 중요한 산업이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지역 산업의 중심을 지켜온 자동차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주행으로 산업의 질서가 바뀌는 지금이 새로운 투자 여부를 결정할 갈림길이다.
60년 전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투자가 오늘날 전남광주 자동차산업의 기반이 됐다면, 앞으로 60년을 위한 생산 부지와 설비에 다시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과 기존의 강점을 더 크게 키우는 것은 서로 다른 선택지가 아니다.
반도체에 미래를 걸 만큼 과감하게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미 지역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도 그에 걸맞은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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