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기로 287억 뜯어 카지노서 '돈세탁'…54명 검거

총책 등 14명 구속…피해자 555명
카지노 4곳 이용…VIP·영주권자 동원


세탁된 현금을 전달하기 위해 환전책과 전달책이 함께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부산경찰청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투자사기 피해금 287억 원을 국내 카지노에서 게임 칩으로 바꾼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15일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조직원과 대포계좌 공급책 등 54명을 검거하고, 국내 총책인 50대 남성 A씨 등 14명을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카지노 4곳에서 투자사기 피해자 555명으로부터 가로챈 287억 원을 전달받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금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고 허위 사이트에 정상적으로 투자된 것처럼 꾸미는 투자리딩 사기에서 나왔다. 일당은 이 돈을 수표로 인출해 카지노 게임 칩으로 교환한 뒤 바카라 게임에서 양쪽에 돈을 거는 방식으로 현금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는 카지노 VIP 회원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는 영주권자들이 동원됐다. 일당은 이들을 환전책으로 포섭해 고액의 게임을 거쳐 피해금을 현금으로 바꾸도록 했다.

일당은 카지노 전용 계좌에 피해금을 이체해 게임 칩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쓰다가 강원랜드 카지노 전용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등 기존 방식으로 자금세탁이 어려워지자 수표를 이용하는 수법으로 바꿨다.

인출책이 자기 명의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카지노에 있는 은행에서 수표로 인출하면 이를 게임 칩으로 교환했다. 환전책이 게임을 거쳐 현금화한 돈은 카지노 내부의 은밀한 장소에서 전달책에게 넘겨졌고, 이후 총책을 거쳐 해외 조직으로 전달됐다.

조직원이 수표를 카지노칩으로 환전하고 있다. /부산시경찰청

이들 조직은 총책과 모집·관리책, 인출책, 환전책, 전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해외 조직과 연락하며 범행 전반을 지휘했고, 모집·관리책은 조직원을 구해 범행 수법을 교육하거나 총책의 지시를 전달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개인 차량이나 렌터카로 불법 유상 운송업을 하던 기사들도 범행에 가담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손님으로 만난 총책과 친분을 쌓은 뒤 조직원들을 범행 장소로 태워주거나 범죄수익금을 전달받았다. 주변 기사들에게도 일정한 수당을 주는 조건으로 인출책 역할을 맡긴 정황이 확인됐다.

검거된 일당 중 3명은 지명수배 상태였다. A씨는 2024년 8월께 대포통장 등을 이용한 자금세탁 혐의로 수배된 뒤 일정한 주거 없이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와 차량을 이용해 도피 생활을 해왔다.

나머지 2명은 벌금이나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한 명은 10년 전 동종 범죄로 지명수배돼 8년간 도피하다 공소시효 만료를 2년 앞두고 붙잡혔다.

수사팀은 현금 약 1억 1100만 원과 명품, 휴대전화·컴퓨터 50여 대 등을 압수했다. 피의자 소유 부동산 등 약 3억 9000만 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다.

부산시경찰청 관계자는 "고액의 수수료를 주겠다며 현금이나 수표의 인출·전달을 요구하면 범죄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newsbu@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