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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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저는 세 번째 서산시민의 선택을 받아 제10대 서산시의회에서 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의원 배지를 달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가슴에 단 작은 배지가 그렇게 무거운 줄 몰랐습니다. 그 무게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라는 무게였고, 시민의 세금이 바르게 쓰이는지 지켜보라는 무게였습니다.
그 무게를 안고 여러 해를 달려왔습니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손을 잡았고, 논두렁과 공장 앞, 수해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의회로 돌아와 밤늦도록 자료를 넘겼습니다. 두꺼운 예산서를 앞에 두고, 숫자 하나 하나에 깊은 생각을 하며 밑줄을 그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밤들은 많이 외로웠습니다. 집행부에는 분야마다 전문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살펴야 할 시의원은 대부분 홀로 자료와 씨름해야만 합니다. 시민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 애썼지만 마음만큼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았습니다.
올해로 지방의회가 문을 연 지 35년이 되었습니다. 지방의회는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며 지방자치의 한 축을 지켜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일할 나이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지방의회에는 제 이름을 단 법이 없습니다.
지방의회에 관한 내용은 '지방자치법' 안에 장 하나로만 들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서른다섯 해 동안 남의 집 방 한 칸에 세 들어 살아온 셈입니다.
물론 나아진 것도 있습니다. 2022년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의회가 직원 인사를 직접 하게 되었고, 의원의 정책 활동을 돕는 전문인력도 생겼습니다. 저는 그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느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 주는 동료가 생기자 질문은 날카로워지고 대안은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혼자 걷던 길에 길동무가 생긴 것이지요.
그러나 아직 절반입니다. 의회 사무기구의 조직과 정원, 의회 예산 편성, 사무기구에 대한 감사는 여전히 집행기관에 기대고 있습니다. 견제를 받는 쪽이 견제하는 쪽의 살림을 정하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어느 한 지역이나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입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 매듭부터 풀어야 합니다.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듯이 지방의회에도 조직과 운영, 권한과 책임을 담은 별도의 법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8월 국회에 발의된 '지방의회법안'에는 의회 예산의 독립, 의회 자체 감사,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역할 구체화가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의원의 이해충돌 방지와 인사청문, 주민 참여와 의회 감사 지원까지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특히 반갑습니다. '지방의회법'은 의원에게 특권을 주자는 법이 아닙니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무겁게 지자는 법입니다. 더 투명하게 일하고 더 엄격하게 스스로를 살피라는 법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따가운 눈길을 저는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그 눈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힘만은 갖추게 해 주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제22대 국회에는 '지방의회법안' 6건이 계류 중이고, 정부도 국정과제로 관련 법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제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은 논의 조차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그때의 허탈함을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법이 공포된 뒤 1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안에 제정되어야 새로 출범한 지방의회가 임기 안에 제도를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저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씀드려 왔습니다. 그 답을 정책으로 만드는 힘이 의회의 힘이고, 그 힘은 결국 시민의 힘입니다. 지방의회가 바로 서야 시민의 목소리도 바로 섭니다.
서른다섯 해 셋방살이를 해 온 지방의회에 이제 제 이름의 문패를 달아 주십시오. 그 문패는 의원의 것이 아닙니다. 그 집을 드나들며 목소리를 낼 시민들의 것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시민을 행복하게' 이 다짐을 더 단단하게 지킬 수 있도록 올해가 가기 전 '지방의회법'이 꼭 제정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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