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13% 늘었지만 내년 성장률 3.5%…보험업계 '질적 성장' 시험대

내년 보험료 증가분 89% 보장성·장기손보 집중…보험연구원 "강점 맞춰 자원 재배분"

올해 보험업계가 순이익과 보험료 모두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내년에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올해 보험업계가 순이익과 보험료 모두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내년에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기존 주력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포화와 성장동력 약화에 대응해 단순 외형 확대보다 보험손익과 자본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52곳의 당기순이익은 9조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보험료도 134조9348억원으로 8.5% 늘었다. 외형과 순이익 모두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낸 셈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이익 구조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생명보험사의 상반기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보다 26.2% 감소한 반면 투자손익은 51.6% 증가했다. 보험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 부문의 호조가 전체 순이익을 끌어올린 구조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증가했다.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0%, 투자손익은 10.2% 늘었다. 전체 순이익 증가라는 결과는 같지만 생명보험은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진 반면 손해보험은 보험과 투자 부문이 함께 개선되면서 업권별 '이익의 질'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보험산업의 외형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은 2027년 전체 보험산업 보험료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 성장률인 8.0%보다 4.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보험산업 보험료 성장률은 2025년 11.0%에서 올해 8.0%, 내년 3.5%로 점차 둔화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전체 보험료는 약 299조원으로 전망됐다.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올해보다 2.3%,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업권 모두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지만 과거와 같은 외형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지는 셈이다.

성장 동력이 일부 상품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전체 보험료 증가액 가운데 약 89%가 생명보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 장기손해보험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보험에서는 종신보험·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이, 손해보험에서는 질병·상해를 중심으로 한 장기인보험이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보험사 간 판매 경쟁도 이들 상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장기인보험과 건강보험 시장은 이미 보험사들이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영업력을 투입하고 있는 분야다. 성장성이 높은 상품에 판매가 집중될수록 상품·채널 경쟁이 심화하고 사업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단순 판매 확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지급여력비율(K-ICS)뿐 아니라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단순히 자본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신계약 확대를 위해 자본을 소진하기보다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함께 고려한 영업 전략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내년 보험업계의 핵심 화두는 외형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국면에서 보험료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보험 본업의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동시에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료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계약의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상품 판매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자원을 재배분하고 보험손익 개선과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자본의 질 제고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2027년 보험산업 과제'를 통해 "보유계약 가치 유지, 강점에 맞춰 인력과 자원을 재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기보장 유지를 위해서는 계약군별 현금흐름과 복합 충격을 기준으로 자산과 자본을 관리하고 보험금·판매·운영 과정의 비용구조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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