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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유연석 기자] 단종됐거나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옛 제품들이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돌아오며 유통가를 달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11년 만에 다시 내놓은 양주 '캪틴큐'는 한정판 패키지가 하루 만에 동났고, 롯데웰푸드는 출시 40주년을 맞은 '월드콘'의 첫 패키지를 복각했다. 농심도 단종했던 '볶음너구리'를 2년 만에 한정 재출시했다. 중장년층에는 아련한 향수를, 젊은 층에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복고 마케팅이다.
◆ 하루 만에 동난 캪틴큐…후속 패키지는 3만세트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이달 재출시한 캪틴큐의 기념 패키지 '캪틴큐 보물상자' 1만2000세트가 공장 출고 기준 하루 만에 전량 소진됐다. 보물상자는 제품 2병과 스테인리스 전용잔, 기념 주화로 구성됐으며, 출시 연도를 기념한 1980세트에는 1.5돈 상당의 순은 주화를 넣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하나로마트 등에 공급된 물량이다.
캪틴큐는 1980년 출시돼 저렴한 가격에 '서민 양주'로 불리다 2015년 생산이 중단됐다. 이번 제품은 카리브해 럼 원액을 99% 사용해 버번 캐스크에서 1차 숙성한 뒤 PX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을 거쳤다. 가격은 360㎖ 한 병에 9900원이다.
이름과 병 디자인도 옛 방식을 고집했다. 'Captain'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상 ㅂ 받침의 '캡틴'이 표준이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출시 당시 표기인 ㅍ 받침의 '캪틴큐'를 그대로 살렸다. 1986년 고시된 현행 규정보다 앞선 1980년에 나온 제품인 만큼 당시의 고유 브랜드 자산을 계승한다는 취지다. 병 모양과 짙은 녹색 사각 유리병 디자인도 원형 그대로 구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후속 한정 패키지 '고장 난 캪틴큐 타임머신'을 내놨다. '캪틴큐를 마시면 다다음날 깨어나 숙취를 느낄 틈이 없다'는 오랜 온라인 유머를 역발상으로 활용해 숙면을 주제로 기획했다. 제품 2병에 수면안대와 '숙면 중' 문고리 카드를 담았다. 물량은 보물상자의 2배가 넘는 3만 세트로, 일반 슈퍼마켓을 시작으로 롯데마트·롯데슈퍼·농협 등으로 판매처를 넓힌다.
반응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롯데칠성음료 자체 조사 결과 캪틴큐의 온라인 언급량은 출시 후 2주 만에 약 1만건에 달했다. 코미디언 이선민이 출연한 광고 3편의 누적 조회수는 공개 20일 만에 1300만회를 넘었다. 1980년대 캪틴큐 광고를 패러디한 본편은 공개 12일 만에 490만회를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럼 원액 수급에 시일이 걸리지만 원활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추억템' 찾는 유통가…흥행 부담 낮췄지만 '일회성 화제' 숙제
롯데웰푸드는 월드콘 출시 40주년을 맞아 1986년 출시 당시 디자인을 복각하고 기념 엠블럼을 붙인 '월드콘 레트로 온팩'을 전 유통 채널에서 한정 판매한다. 지난 28일까지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에서 팝업스토어 '월드콘 40th 어메이징 뮤지엄'을 열고 역대 패키지 디자인과 광고 영상을 전시했다. 다음 달 30일까지는 소비자들의 월드콘 추억을 모으는 공모 이벤트도 진행한다.
농심은 2024년 단종했던 볶음너구리 봉지면과 용기면을 지난 27일 한정 수량으로 다시 선보였다. 볶음너구리는 2017년 출시 직후 한 달 만에 1000만개가 팔린 히트작이다. 단종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오리온도 지난 5월 한정판으로 내놨던 '초코파이 정(情) 망고라씨맛'을 최근 다시 출시했다.
앞서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했던 '농심라면'은 지난해 1975년 출시 당시 디자인을 계승해 재출시된 뒤 석 달 만에 1000만봉이 팔렸다. 농심의 1980년대 과자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과 'B29', 서울우유 '미노스 바나나우유' 등도 부활 대열에 합류했다. 단종 제품 부활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기업의 신제품 전략으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인지도가 검증된 브랜드를 다시 꺼내들 경우, 백지상태에서 신제품을 개발·마케팅할 때 발생하는 천문학적 비용과 흥행 실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고물가 속에서 중장년층의 향수와 젊은 층의 호기심을 동시에 잡는 복고 마케팅은 당분간 유통가의 주요 흥행 코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지도가 확고한 브랜드를 다시 활용하면 개발 리스크를 줄이면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며 "특히 소비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SNS 등에 퍼뜨리는 '자발적 바이럴' 효과 덕분에 일반 신제품 출시보다 마케팅 효율이 월등히 높아 복고 마케팅은 당분간 업계 대세 트렌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고 열풍이 일회성 화제에 그쳐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호기심이나 온라인 밈에 기댄 소비는 일회성 화제로 끝나기 쉬워 초기 열기가 식으면 재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과거 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연구개발(R&D) 등 혁신 동력이 약화돼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노후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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