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세월 두드린 북소리'…구미 무을농악, 가을 하늘을 울리다

수다사에서 시작된 신명…12마당에 담긴 조상의 혼
꽹과리·장구 소리에 되살아난 전통…세대 잇은 감동


1일 구미시 무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0회 무형유산 구미 무을농악 공개 행사'에서 구미무을농악보존회 회원들이 힘찬 장단에 맞춰 역동적인 상모돌리기와 풍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형형색색의 상모와 신명 나는 몸짓이 어우러지며 300년 전통 무을농악의 흥과 멋을 한껏 펼쳐 보이고 있다. /구미시

[더팩트 | 구미=정창구 기자] 300년 세월을 품은 꽹과리 소리가 가을 하늘을 갈랐다. 힘찬 북소리와 장구 가락이 어우러지자 무을초등학교 운동장은 신명 나는 전통문화의 무대로 변했다. 그 장단에는 조상들의 삶과 애환, 공동체의 끈끈한 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1일 경북 구미시 무을면 무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0회 무형유산 구미 무을농악 공개 행사'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300년 전통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구미무을농악보존회가 마련한 행사는 무을농악의 발상지인 천년고찰 수다사에서 시작됐다. 보존회원들은 고유제를 올리며 선조들의 얼을 기린 뒤 무을초등학교로 이동해 흥겨운 길놀이로 축제의 막을 열었다.

꽹과리의 경쾌한 소리가 앞장서고 북과 장구가 묵직한 장단으로 뒤를 받쳤다. 서로 다른 악기가 하나의 가락으로 어우러지며 운동장은 우리 농악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 찼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무을농악 전체 12마당 시연이었다. 빠르게 몰아치는 장단과 힘찬 몸짓, 대열을 이루고 흩어지는 농악대의 움직임에는 함께 땀 흘리고 기쁨을 나누던 선조들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었다.

◇300년 세월, 열두 마당에 살아 숨 쉬다

무을농악은 단순한 풍물놀이가 아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고된 노동의 피로를 씻어내며 이웃을 하나로 묶어주던 삶의 문화였다.

그 뿌리는 조선 영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다사 승려 정재진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1868년 태어난 상쇠 이군선이 가락과 놀이를 집대성해 오늘날의 체계를 갖췄다.

전승계보가 뚜렷하고 독특한 가락과 편성을 간직해 구미·김천 일대 농악의 근간을 이루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무대에는 구미의 또 다른 무형유산인 발갱이들소리도 올랐다. 농경사회의 삶과 노동의 정서를 담은 소리는 농악과는 또 다른 울림을 전했다. 이어 민요와 설장구 공연이 펼쳐지며 전통문화의 흥과 멋을 더했다.

1일 구미시 무을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0회 무형유산 구미 무을농악 공개 행사'에서 구미무을농악보존회 회원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공연을 마친 뒤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300년 전통의 무을농악을 계승하는 이들의 얼굴에 우리 가락에 대한 자부심과 신명이 가득하다. /구미시

◇북소리는 멈춰도 전통의 맥은 이어진다

이번 행사가 더욱 뜻깊었던 것은 무을농악을 지켜온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무대 곳곳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옛 가락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보존회원들은 묵묵히 장단을 익히고 가락을 이어가며 선조들의 유산을 지켜왔다.

지맹식 구미무을농악보존회장은 "무을농악은 300여 년을 이어온 소중한 무형유산"이라며 "조상들의 흥과 얼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기량을 갈고닦겠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무을농악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애쓰는 보존회원과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전통문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보존과 계승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무을초등학교 운동장을 채운 것은 단순한 북소리와 꽹과리 가락만이 아니었다. 300년 전 이 땅에서 살아갔던 선조들의 숨결이자, 그 유산을 지켜온 사람들의 자부심이었다.

가을 하늘을 울린 열두 마당의 신명. 북소리는 멈췄지만 300년을 이어온 무을농악의 장단은 다음 세대를 향해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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