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야정 협치 첫발…'쩐의 전쟁' 갈등 넘어 성과 낼까

추경·조직개편 놓고 대립 여전…위원 구성·운영 방식도 미정
내년 본예산·조직개편 이견 조율…협치위 실질적 중재 역할 기대


2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경기도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재정위기 극복을 앞세워 2일 여야정 협치의 첫발을 뗐다.

재정위기 극복과 민생 현안 해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내걸었지만 그동안 누적된 갈등을 풀고 실질적인 성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이날 도의회 예담채에서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지난달 27일 협치 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다음 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화답한 지 나흘 만이다.

추 지사와 남 의장,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협약문에 서명하고 도민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뜻을 모았다.

추 지사는 출범식에서 재정난을 협치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도 재정 여건이 매우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여야와 도가 손잡고 함께 민생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 민생사업 예산 마련부터 지방세제 개편과 국비 확보까지 도와 의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하지만 얼마 전 처리한 올해 2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도와 의회 간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가 5465억 원의 세출 구조조정을 반영한 추경안을 내놓자 도의회는 민생 필수 예산을 무분별하게 삭감했다며 반발했다. 한 달 가까이 대치한 끝에 216억 원이 복원됐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앞서 합의한 429억 원에는 크게 못 미쳤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무시됐다며 다시 반발했고, 본회의 도중 퇴장하기까지 했다.

도가 예상하는 내년 본예산 순수 가용재원은 1조 5000억~1조 6500억 원 수준이다. 예년보다 1조 원 이상 줄어든 재원으로 필수 민생사업을 지키려면 사업별 우선순위와 예산 배분을 놓고 도와 도의회의 조율이 불가피하다.

올해 2회 추경 심의가 예산 갈등의 전초전이었다면 내년 본예산 심의는 예산 규모와 사업별 우선순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본격적으로 맞붙는 본게임이라 할 수 있다.

내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출범한 협치위가 이 같은 갈등의 골을 좁히고 실질적인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다.

조직개편도 협치위가 풀어야 할 현안이다. 도가 추진하는 조직개편을 놓고 입법예고 기간 200건에 가까운 의견이 제기됐다.

서광범 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은 도의 조직개편안에 반발해 오는 4일 삭발 항의를 예고한 상태다.

도는 조직 효율화를 내세우지만 각계에서는 기존 정책 기능의 축소·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뚜렷한 개편 목표도, 기존 조직에 대한 진단과 평가도 없이 칼부터 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직개편을 둘러싼 정면충돌을 협치위가 풀어낼 수 있을지도 또 다른 시험대다.

협치위의 또 다른 과제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세수 확충과 지역 개발 현안 대응이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출범식 뒤 브리핑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3기 신도시 정책을 도의 세수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도는 공공주택 공급 지역이 확정된 만큼 나머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신속히 해제하고 불필요한 추가 지정을 최소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공공주택 지정 때 광역자치단체와 사전 협의하고, 3기 신도시 개발 방식과 공공임대·공공분양 비율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난과 지역 개발 현안은 초당적 협력이 가능한 의제지만 정부 대응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과 민주당 내부의 입장 차이는 협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공동 대응을 약속한 여야가 실제 정책 조율에서도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협치위는 분기별 정례회의를 열고 현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임시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395회 정례회를 하루 앞두고 급히 출범하면서 구체적인 위원 구성과 의사결정 방식 등은 정하지 못했다. 도와 도의회가 소통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정작 협치를 뒷받침할 운영 체계는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결국 협치위의 성패는 출범 선언이 아니라 갈등 현안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조정과 합의를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추 지사 취임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졌고 추경과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며 "협치위가 단순히 만나서 논의하는 자리를 넘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도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법을 만드는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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