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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검증된 액션 맛집이 첩보물이라는 외피를 쓰고 돌아왔다. 그곳에서 선보인 멜로라는 신메뉴도 제대로다. 배우들의 신선한 앙상블부터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하고도 묵직한 액션신까지 장착하고 온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다.
오는 11일 스크린에 걸리는 '휴민트'(감독 류승완)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영화다.
동남아에서 벌어진 국제 범죄를 추적하던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은 자신의 휴민트 작전에서 희생된 정보원이 남긴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와 마약이라는 단서를 쫓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분)와 접촉한 후 그를 자신의 새로운 휴민트 작전의 정보원으로 선택한다.
그런가 하면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파견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은 해당 사건의 배후에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분)이 연루돼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전 약혼자 채선화와 재회하고, 두 사람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황치성은 채선화를 이용해 박건을 제거하려고 한다.

'휴민트'는 HUMAN(휴먼)과 INTELLIGENCE(인텔리전스)의 합성어로, 사람을 통한 정보수집 활동을 뜻한다. 단어는 생소할 수 있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어렵지 않다.
두 번 다시 자신의 정보원을 잃을 수 없는 조 과장과 사랑하는 전 연인을 구하려는 박건 그리고 두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지키려는 여자를 이용해 권력의 욕망을 쟁취하려는 황치성까지, 채선화를 가운데 두고 서로 다른 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충돌하게 되는 이들은 짙어지는 의심과 불확실한 진실 속에서 저마다의 선택을 하며 돌이킬 수 없는 길로 향한다.
'휴민트'는 '베를린'(2013)과 '모가디슈'(2021)에 이은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으로, 라트비아 로케이션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 특유의 풍광을 담으며 차갑고 이국적인 도시의 분위기를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여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지는 듯한 류승완 감독 특유의 리얼한 액션 시퀀스는 각 캐릭터의 특징이 돋보일 수 있도록 다채롭게 세팅되면서 확실한 보는 맛을 선사한다. 매끄럽고 세련되고 시원하게 전개되는 카체이싱과 총격신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며 짜릿한 쾌감도 안긴다.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모가디슈'와 '밀수'에 이어 조인성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는 류 감독은 누구보다 그가 어떻게 하면 스크린에서 멋져 보이는지를 잘 안다. 긴 팔과 다리를 활용한 군더더기 없는 액션신부터 독보적인 비율이 돋보이는 전신샷까지, 그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는 장면이 없다.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조인성은 양심과 인류애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의 내면도 섬세하게 그려내며 안정적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박해준은 '사빠죄아'(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를 외치며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가 '폭싹 속았수다'의 사랑꾼 양관식으로 전 국민을 울리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결의 밉상 캐릭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신세경은 그저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여성 캐릭터로만 소비되지 않는 채선화를 연기하며 신선함을 책임진다. 처연하고 청초함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다가도 강단 있는 눈빛으로 목숨을 지키는 등 다양한 얼굴을 꺼낸다.
액션과 멜로를 모두 소화한 박정민의 존재감은 대체 불가하다. 어둠 속에서 다트를 던지며 등장한 그는 계단 액션과 카체이싱 등 굵직한 액션 시퀀스의 중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매사 냉철한 판단력과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인물이 우연히 만난 전 약혼자로 인해 균열이 일기 시작하는 복잡다단한 내면을 특유의 짜증 섞인 시선과 절박한 표정으로 드러낸다.
극 중 박건과 채선화의 서사가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고 보통의 멜로와도 결을 달리하지만,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 눈이 돌고 목숨을 건다는 순애보의 설정이 박정민의 새로운 얼굴과 만나 알고도 당하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타격감 넘치는 정교한 액션신부터 잘 어우러지는 첩보물과 멜로까지 다 담긴 '휴민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곱씹게 되는 장면이 많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가 등장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다만 인신매매와 마약을 소재로 다루는 만큼, 채선화 외에 여성 캐릭터들의 쓰임새를 두고 일부 관객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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