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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박지윤 기자] 정우가 과거를 떠올리며 글을 쓰고 공동 연출을 맡고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영화로 돌아왔다. 스스로도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할 정도로 흔하지 않은 케이스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깨달음도 분명했다. 그렇게 더욱 각별하고 남다르게 기억될 '짱구'다.
각본과 연출에 이어 주연에 이름을 올린 영화 '짱구'(감독 정우·오성호)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정우는 개봉을 앞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연출했다기보다는 배우 정우가 만든 작품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22일 스크린에 걸린 '짱구'는 매번 꺾이고 좌절해도 배우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버티고 일어서는 오디션 천재 짱구(정우 분)의 유쾌하고 뜨거운 도전을 담은 작품으로,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리는 '바람'(2009)의 주인공 짱구를 17년 만에 다시 스크린에 소환한 작품이자 오성호 감독과 정우의 첫 연출작이다.
먼저 정우는 '짱구'의 출발점을 언급했다. 그는 "예전부터 만들어보지 않겠냐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었는데 시기와 때가 있는 것 같다. 재작년에 제작을 결정하고 5~6번의 각색 작업을 거치고 나서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며 "제가 '바람'의 원안을 썼으니까 그 이후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고 제 이야기니까 직접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운명적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바람'은 짱구라는 별명을 가진 고등학생 김정국(정우 분)의 거친 고등학생 시절을 다룬 영화로, 누적 관객 수 10만 명을 기록했다.
이날 정우의 말처럼 독립영화가 10만 명을 동원한 것은 충분히 잘 된 케이스지만 '바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랐다. 작품이 IPTV 및 OTT를 통해 공개된 후 '그라믄 안돼' '내 서른마흔다섯 살이다' 등과 같은 차진 부산 사투리의 대사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고, 또래 남성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구축한 덕분에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특별한 수식어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바람'의 인기가 곧 '짱구'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건 분명하지만, 비공식이 아닌 공식 기록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다고. 정우는 "많은 분이 '바람'을 좋아해 주셨기에 '짱구'를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면서 '괜찮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두터운 팬덤층을 보유한 '바람'인 만큼, 이의 후속작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편과 비슷한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충족시키면서도 '짱구'만의 색다르고 차별화된 매력을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우는 전편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비워내는 작업에 집중했단다.

"'바람'을 의식하면 작품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았어요. 이번에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들이고 배우들의 연기라서 이에 중점을 두고 비워내는 작업을 했죠. 배우들의 앙상블과 호흡이 중요했기에 연습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만큼은 사투리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스피디하고 즐겁게 찍었죠. 한 땀 한 땀 만들어야 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힘 빼고 즐겁게 찍는 작품이 있는데 '바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그렇다고 대충 만들었다는 건 아니에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촬영할 수 있게 최선을 다했어요(웃음)."
이를 위해 정우는 분량이 적은 단역까지 전부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캐릭터를 배우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연기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준 정우의 업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도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끊임없이 동료들과 소통했다.
"제가 배우여서 유리한 것도 있지만 배우라서 더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부담을 주지 않고 배우들에게 각자 맡겼어요.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끔 유도하기도 했죠. 상처받지 않고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또 누군가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직접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물론 어느 정도의 각색이 됐지만 배우를 꿈꾸던 과거 정우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기에 그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 많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수없이 오디션을 보지만 완성본을 따라 하는 것에 그치거나 너무 힘이 들어간 채로 연기하는 모습부터 '왜 배우를 하냐'는 질문을 받고 감독들로부터 날 것의 비판을 받는 장면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장항준 감독의 깜짝 출연은 정우에게 더욱 특별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오디션을 통해 만났던 감독을 자신이 주연을 맡고 연출한 작품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나의 과거와 현재가 교집합 되는 순간이었다. 감정이 묘했다"면서 배우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입지를 다진 후에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연기한 소회를 밝혔다.
"배우의 마지막이 해피일지 새드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미래를 알 수 없는 길을 걸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죠. 억울하고 서러웠는데 그것들이 잘 쌓여서 지금의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전 지금도 불안해요. 편하고 기쁘고 행복하면 새로운 캐릭터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렵거든요. 앞으로 잘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간절함을 찾고 있는 과정에서 '짱구'를 하면서 그때의 감독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느꼈죠."
그렇다면 극 중에서 감독이 짱구에게 던진 질문인 '왜 배우를 하냐'에 대한 답을 지금의 정우는 찾았을까. 예전부터 지금까지 같은 생각이라는 그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꿈이니까 하는 거다. 지금은 맞는 말이라고 하지만 어릴 때 이러면 의미 부여를 안 해주더라. 재밌으면서도 아이러니한 부분"이라며 "부연 설명을 하기 보다는 내 꿈이고 하고 싶은 일로 밥벌이를 한다는 건 굉장히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우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도 여러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그는 이번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서 자신의 경험담 혹은 아예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진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짱구'로 변화한 지점도 언급하며 마지막까지 의미를 되새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참여한 모든 작품이 살붙이 같아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짱구' 덕분에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스태프부터 연출자와 투자해 주시는 분들, 홍보팀 등 모두를 향한 감사함이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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