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방송 트롯오디션 6년 '공연 흥행 균열', 열광은 끝났나

올 상반기 장외 무대, '무명전설'↑'현가3' '미트4'↓
'히트곡 없어도 스타' 인지도 의존 구조의 그림자


2019년 '미스트롯' 2020년 '미스터트롯' 이후 트롯오디션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현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콘서트 열기가 식으면서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AI 이미지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6년이면 하나의 장르가 전성기를 지나 변곡점을 맞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2019년 '미스트롯'을 기점으로 촉발된 트롯 오디션 열풍은 이듬해 '미스터트롯'으로 정점을 찍으며 방송가의 판을 뒤집었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스타로 직행하는 서사,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 그리고 폭발적인 팬덤 결집까지, 트롯 오디션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현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트롯 오디션이 남긴 긍정적 유산은 있다. 무엇보다 '중장년 음악'으로 인식되던 트롯의 세대 확장을 이끌었다. 과거 트롯은 특정 연령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오디션을 통해 젊은 감각의 무대와 서사가 결합되면서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안았다.

또 하나는 스타 시스템의 민주화다. 기존 가요계가 기획사 중심의 폐쇄적 구조였다면, 트롯 오디션은 무명가수와 아마추어에게도 '전국구 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임영웅, 이찬원, 영탁, 김호중등은 이 시스템이 만들어낸 대표적 성공 사례다.

팬덤 문화를 재편시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 중심이던 팬덤 구조가 트롯으로 확장되면서 '액티브 시니어' 팬층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했다. 이는 곧 공연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방송 이후 이어진 전국투어 콘서트는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방송 제작비를 상쇄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방송-공연-굿즈'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트롯 오디션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의 오디션이 6년째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TV조선 '미스트롯4'의 한 장면. /TV조선

공연 분위기 축소…'미트4', '현가3' 티켓 판매 급락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포맷의 피로도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조의 오디션이 6년째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전 시즌에서 탈락하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참가자들이 후속 시즌에 재등장하는 '재활용 캐스팅'은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디션의 본질은 '발굴'에 있는데, 지금은 '재등장'이 더 익숙해진 상황이다.

이는 '가용 자원의 고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국의 실력 있는 무명가수와 아마추어들이 이미 여러 시즌을 거치며 상당수 소진된 상태다. 이는 자연스럽게 참가자의 질적 하락과 연결되고, 프로그램 전반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서사가 부족한 오디션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무명전설'은 초반부터 강력한 티켓 판매를 보여주며 '미스트롯4'나 '현역가왕3'와 대비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사진은 하루 장한별 이창민 등과 함께 우승후보로 거론되도 있는 성리가 '무명전설'에서 열창하고 있다. /MBN '무명전설'

스타 탄생·팬덤 확장…트롯 전성기 이끈 오디션의 공과

또 다른 이유는 '스타 시스템의 역설'이다. 오디션을 통해 단기간에 인지도를 얻은 가수들이 충분한 음악적 축적 없이도 소위 '스타 대접'을 받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히트곡이 없어도 인지도만으로 무대에 서는 구조는 팬덤에 의존하는 '소모적 순환'을 낳고, 이는 곧 시장 전체의 피로도로 이어진다. 반짝 빛나는 스타는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새 얼굴이 등장하면 덮히거나 잊힌다.

이런 문제는 결국 '돈의 흐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과거 흥행 보증수표였던 전국투어 콘서트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스트롯4' 서울 공연의 관객 동원 부진과 지방 공연의 위축은 상징적인 사례다. 한때 수십억 원 규모의 판권이 오가던 공연 시장이 이제는 손익분기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현역가왕3' 역시 서울 공연을 제외하면 지방 투어에서 일부 축소나 취소가 불가피해졌다. 방송과 공연이 맞물려 돌아가던 선순환 구조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상반기 공연계의 달라진 기류는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장외무대에서 대비되는 '무명전설'의 상승세와 '현역가왕3' '미스트롯4'의 하락세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성리와 함께 우승후보로 거론되도 있는 하루가 '무명전설'에서 '유리창엔 비'를 열창하고 있다. /MBN '무명전설'

'무명전설'의 반전 흥행…새 포맷이 살린 트롯의 가능성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트롯 오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는 사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무명전설'은 초반부터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입증하며 기존 프로그램과 대비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공연 티켓 오픈과 동시에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은 단순한 팬덤의 힘이라기보다 '새로운 포맷'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명가수와 무명가수의 대결 구도, 서사의 긴장감, 그리고 '진짜 발굴'에 가까운 구조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무명전설'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는 여전히 트롯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익숙한 틀 안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서사 구조, 차별화된 경쟁 방식, 그리고 음악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동시에 오디션 이후 아티스트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발성 스타 탄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음악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형 가수'를 만들어내는 것이 다음 단계다.

6년 전, 트롯 오디션은 침체된 음악 예능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구원투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 성공 공식이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가 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포맷은 결국 도태된다. 상반기 공연계의 달라진 기류는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장외무대에서 대비되는 '무명전설'의 상승세와 '현역가왕3' '미스트롯4'의 하락세는 단순한 흥행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관객은 냉정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시장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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