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모자무싸' 한선화, 왈가닥 연기에는 도가 트였다

밝음 속 결핍 살리는 한선화표 캐릭터
'교생실습'으로 이어지는 연기 확장 기대


배우 한선화가 JTBC '모자무싸'에서 장미란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배우 한선화가 또 한 번 자신의 장기를 꺼내 들었다. 푼수처럼 밝고 예측 불가능한 백치미를 지녔지만, 내면에는 은근한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 이런 역할은 이제 가히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한선화가 다시 한번 '인생캐' 경신에 나섰다.

한선화는 지난달 18일 첫 방송한 JTBC '모자무싸'(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에서 국민배우 오정희(배종옥 분)의 딸이자 배우인 장미란 역을 맡았다. 총 12부작인 작품은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는 황동만(구교환 분)이 평화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이번 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모자무싸' 5회에서 한선화는 장미란의 감정이 밖으로 나오게 되는 장면을 현실적으로 연기했다. /JTBC

한선화는 장미란의 복잡한 내면을 특유의 통통 튀는 에너지로 풀어낸다. 장미란은 국내 최고 배우 오정희(배종옥 분)의 의붓딸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후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밝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엄마의 통제 아래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연기가 안 되는 배우라는 평을 받아온 장미란은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 '팔없는 둘째 누나'의 흥행 실패를 계기로 황동만과 가까워진다. 그는 내면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는 황동만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와 얽히며 자신 안에 억눌려 있던 감정도 조금씩 밖으로 꺼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장미란의 변화는 5회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났다. 황동만의 사촌 동생 결혼식장에 깜짝 등장한 장미란은 황동만을 향해 "기깔난 시나리오 나오면 내가 일착이다"라고 선언한 뒤 축가를 열창한다. 손을 위로 번쩍 든 채 그가 발랄하게 부르는 싸이의 '예술이야'는 마치 그동안 자신을 억눌러온 통제와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감정의 분출처럼 보였다. 특히 이 장면은 황동만의 무가치함 극복 서사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며 극의 흐름에도 힘을 보탰다.

이후에도 한선화의 완급 조절은 이어졌다. 황동만과의 인연을 계기로 변은아(고윤정 분), 8인회와 가까워진 장미란은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특히 바닷가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황동만을 좋아한다고 고백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장면, 황동만의 감정워치가 '난감'이 뜬 것을 보고 황당해하며 일장 연설을 펼치는 장면은 7회의 백미였다.

9회와 10회에서도 한선화는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솔직하게 내뱉는 장미란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감정을 터뜨리는 한선화의 완급 조절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했다.

작품 역시 반환점을 돌기 전까지 시청률 3%를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8회에서 3.9%, 10회 4.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발판을 마련했다. 장미란의 활약이 커질수록 작품의 분위기도 한결 살아나는 모양새다.

한선화가 출연하는 '모자무싸'는 이번 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일요일 오후 10시 30분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JTBC

사실 한선화가 이런 결의 연기에 강점이 있다는 것은 이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증명된 바 있다. 한선화의 배우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술꾼도시여자들'에서 그는 미모의 요가 강사이자 해맑고 엉뚱하지만 어딘가 외로운 한지연으로 분했다. 이를 통해 한선화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본격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다만 '모자무싸'의 장미란은 '술꾼도시여자들'의 한지연과 닮은 듯 다르다. 여기서 한선화의 배우로서 성장이 보인다. 한지연이 밝음과 엉뚱함을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였다면, 장미란은 그 속에 보다 직접적인 불안과 자격지심을 품고 있다. 한선화는 장미란에게 더 날 선 감정과 흔들림을 입히며 한층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이 배우 한선화에게 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작품이었다면, '모자무싸'는 그 느낌표를 확신으로 굳히는 작품에 가깝다. 밝고 엉뚱하지만 속은 복잡한 인물, 웃기지만 어딘가 짠한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할 수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모자무싸' 속 한선화의 활약은 또 한 번 의미 있는 지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물론 비슷한 결의 역할만 계속 사랑받다 보면 배우로서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선화는 걸그룹 시크릿 활동 당시부터 밝고 허당기 있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익숙했던 만큼, 이러한 캐릭터가 고착되는 것은 장기적으론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독립영화와 단막극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13일 개봉한 영화 '교생실습'(감독 김민하)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다.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하이스쿨 호러블리(호러+러블리) 코미디 영화에서 그는 열혈 MZ 교생 은경으로 분했다. '왈가닥' 연기라는 확실한 필살기를 장착한 한선화가 이를 넘어 더 넓은 장르와 캐릭터로 스텝 업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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