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양극화③]"크게 써야 크게 먹는 시장…틈새조차 사라져"(인터뷰)

중소 기획사 대표가 바라본 K팝 시장 현실
"2년 안에 중소 기획사 많이 무너질 것"


K팝이 전 세계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중소 기획사의 현실은 어둡다. 한 중소 기획사 대표는 "아주 낮은 확률의 기적을 노릴 수밖에 없고 2년 안에 중소들 많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거의 모든 중소 기획사가 처한 현실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어느 한편에서 보면 대형 기획사 '그들만의 잔치'다. 시장은 넓어졌지만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고, 그 앞에서 중소 기획사는 점점 작아진다. 문제라는 게 아니라 K팝의 현 상황이 그렇다. 기적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된 현실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20년대 K팝 업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매니저 출신 제작자가 사라져간다는 점이다. 이전부터 해오던 몇몇 제작자를 제외하고 새롭게 뛰어드는 이가 없다. 승산 없는 게임이라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겪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코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대형과 중소 사이에는 도저히 넘기 어려운 벽이 생겼다.

글로벌 K팝은 1990년대 후반 등장한 1세대 아이돌부터 30여년의 시간 동안 이뤄낸 성과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양극화는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출발선이 다른 건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실력 있는 중소 제작자들이 다 무너지는 건 장기적으로 K팝에 좋지 않다. 당장의 지원금보다 그 사이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여러 아이돌을 제작하고 성공시킨 대형 기획사 출신 제작자 A 씨는 "우리나라 가요가 이미 아이돌 중심이 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다양성이 있었다. 지금은 허리부터 없다. 이게 역행도 발전도 아닌 시대의 흐름인 거 같다. 공룡은 더 공룡이 될 거다. 그래도 100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분할이 돼야 서로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A 씨는 20년 넘게 쌓은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투자 대비 최대 효과를 내는 효울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기획사는 중소 중에서 규모가 제법 있는 곳으로 꼽힌다. 론칭한 팀의 실력과 앨범 모두 호평을 받고 있다. 몇 장의 앨범으로 제법 눈에 띄는 성과도 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낀다. 그의 애기를 들어봤다.

A 씨는 "막대한 자본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큰 돈을 써서 크게 먹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다음은 A 씨와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K팝 양극화가 심하다고 생각하나

완전 심하다. 허리가 없고 다양하지도 않다. 시장이 글로벌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많아졌지만 공급은 더 많다. 그중에서 잘 되는 팀만 더 잘 된다. 예전에 음악방송이 시청률 10% 이상을 찍을 때 방송이 끝나면 음반이나 음원에서 반응이 오는 게 체감됐다. 지금은 의존도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대신 려러 미디어가 생겼다. 그걸 다 해야 노출이 되고 들려줄 기회가 생긴다. 결국 돈 문제다. 내가 1을 쓰는데 10을 쓴 사람을 어떻게 이기나. 아주 낮은 확률의 기적을 노릴 수밖에 없고 2년 안에 중소들 많이 무너질 거다.

-왜 이렇게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보나

예전에도 가요 빅3 기획사가 있었지만 중소에서도 최정상급 팀들이 꾸준히 나왔다. 지금은 없다. 에이티즈가 마지막이고 앞으론 더 없을 거다. 대형 기획사가 더 넓은 시장에서 더 큰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테크 기업을 합병하고 플랫폼을 만들고 하면서 공룡이 됐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선호도를 빨리 캐치해서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걸 수많은 마케팅과 바이럴로 트렌드를 확산시킨다. 이젠 뭔가를 만든 뒤에 '이게 좋은 음악'이고 '이게 트렌드'라는 인식을 심는 단계까지 갔다.

10년 전만 해도 SNS 마케팅이 새로운 거였다.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던 시기에 이를 활용한 콘텐츠가 세계에 닿았고 지금처럼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프로모션이 됐다. 이젠 그 툴도 더 많아졌고 너도나도 다 한다. 결국 돈 싸움이 됐고 대형 기획사가 다 선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빅데이터까지 더해 성공 확률을 더 높인다. IP를 활용한 수익 창출 루트까지 자체적으로 다 갖췄다. 빠르고 정확하게 큰 돈을 써서 크게 먹는 구조가 돼버렸다.

반면 중소는 좀 잘 된다 싶어도 기다렸다가 찾아가서 만들고 내놓는다. 대형을 따라갈 수가 없다. 또 K팝이 돈이 된다고 하니까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다 뛰어들어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다. 공급은 넘치는데 결과물은 그냥 그렇다. 청자 입장에선 피로감을 느끼고 작은 회사에서 나오는 팀과 음악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다. 그렇다 보니 대형 기획사는 브랜드화가 되는 거다. 명품 브랜드에서 비닐에 로고 박아서 나와도 잘 팔리는 것처럼 되는 거다. 그런 것들이 다 맞물려서 중소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어디서 많이 느끼나

실력 있는 친구들은 무조건 대형 기획사부터 문을 두드린다. 거기서 안 될 때 중소 기획사로 온다. 그래도 그동안 쌓아온 게 있으니까 어느 정도 극복이 된다. 앨범 제작비도 차이가 크지만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가 됐고 효율적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결과물을 많이 노출하는 건 쓴 만큼 나온다. 결과물이 좋다고 자신해서 최대한 쓴다고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더 썼으면 더 보여지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서 중소는 조금이라도 노출이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게 진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앨범도 꽤 나가고 평가도 좋고 초반에 이 정도면 잘 된 거 아닌가

대형 기획사에서 나오는 팀과 비교할 순 없지만 성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만큼 많이 쓴다. 안 쓸 수가 없다. 팬들은 돈이 많이 들어간 콘텐츠를 보면 '미감이 다르다'며 좋아하고 거기에 몰린다. 대형은 10에서 시작한다면 중소는 0에서 시작이다. 쓰는 것 이상 잘 되려면 쌓아 올릴 때까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거의 모든 중소가 바로 다음을 걱정해야 한다. 그러다가 급하게 몇백석에서 공연을 하고 싼 가격에 계약을 해서 자금 회수를 하는데 그러면 또 거기에 갇혀서 올라오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틈새 공략을 할 전략은 없나

현 시점에 나올 전략은 다 나왔다. 대형 기획사가 이미 다 하는 것들이다. 새로운 뭔가가 생긴다면 대형에서 먼저 캐치하거나 만들어낼 거다. 대형은 천 명, 이천 명이 들여다 보며 아이디어를 내고 중소는 몇 명이 만들어내야 한다. 게임이 안 된다. 중소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만들어낸다 해도 금방 대형에서 활용하고 더 빌드업을 할 거다. 중소가 잘 되기 위한 전략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까 대형이 굳이 신경쓰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해나가고는 있다.

-양극화가 K팝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나

대형 기획사는 그 몸집을 유지해야 하니까 계속 이렇게 만들어내야 하고 결국 공장형으로 바뀔 거다. 사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그렇다고 K팝 글로벌 경쟁력이 갑자기 낮아지거나 그러진 않을 거 같다. 다만 문화는 다양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100이 있다면 조금은 더 분할이 돼야 더 다양해지고 참신한 것도 나오고 서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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