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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300만 관객 돌파…'왕사남'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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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허수아비'를 보며 가장 상처를 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다수의 시청자들은 막내 형사 박대호를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그의 배신은 충격이었고 반전이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배우 류해준이 박대호로서 쌓아온 설득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지만, 류해준과의 인터뷰는 서운함이 절로 풀리는 시간이었다.
류해준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극본 이지현, 연출 박준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강태주(박해수 분)를 따르는 강성경찰서 막내 형사 박대호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류해준을 마주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건강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흔히 말하는 외적인 다부짐을 넘어 대화를 나눌수록 맑고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거창한 말보다는 담백한 진심이 한 시간의 인터뷰를 가득 채웠다.
그가 이토록 건강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에 있지 않을까. 실제로 류해준은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벼려내고 부족함을 인정하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지금의 자신을 쌓아 올렸다.
기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허수아비' 속 박대호 역을 두고 '배우 류해준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할 터다. 하지만 정작 류해준은 분기점이라는 단어보다는 '기준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배우로서 앞으로의 거창한 분기점이 됐다기보다는 그보다 인간 류해준으로서, 또 배우 류해준으로서 얻은 게 너무나 많았던 작품이에요. 간절히 고대했던 선배님들과 호흡할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과분한 사랑까지 받았으니까요. 무엇보다 든든한 선배님들이 생겼다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이제는 어렵거나 두려운 순간이 올 때 언제든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버팀목이 생겼거든요. 또 선배님들을 보며 앞으로 더 깊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기준점이 생긴 기분이에요."

지난 26일 12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988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30년의 시간을 오가며 악연으로 얽힌 인물들의 진실을 추적한 작품은 묵직한 서스펜스와 인간 군상의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류해준이 연기한 박대호는 초반엔 정의감 넘치고 열정적인 신입 형사였지만, 후반부 거대한 권력과 현실 앞에 무너지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뒤통수를 선사한 인물이다. "이해는 되지만 나빴다"와 "그냥 나빴다"로 시청자 의견이 나뉘는 걸 보며 감사함을 느꼈다는 그는 박대호를 스며들어야 하는 인물로 정의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감정의 증폭이 크고 작품 자체가 지닌 무게감이 상당했거든요. 저는 대호가 사회초년생이기에 사건의 무거운 실체를 온전히 모른 채, 그저 강태주(박해수 분) 선배를 닮아가고 쫓아가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힘을 빼고 시대에 녹아들려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했죠."
실제 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에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다. 영화 '살인의 추억'이라는 거대한 산도 존재했다. 하지만 박준우 감독의 확신이 류해준을 움직였다.
류해준은 "캐릭터를 준비하며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막내 형사처럼 열정만 앞서 씩씩하게만 가버리면 후반부 대호의 변화가 시청자 마음에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담백하면서도 차분한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동시에 실제 사건의 피해자분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상처를 증명하는 이 과정이 또 다른 흉터가 아니라 새살이 돋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책임감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외적인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체계적인 PT가 없던 1988년이라는 시대상을 고려해 맨몸 운동으로 형사의 몸을 만들었고, 순둥순둥한 초반부와 심경의 변화를 겪는 후반부의 차이를 주기 위해 2kg가량을 감량하며 내외적인 균열을 미세하게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극 중 대호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단다.
특히 류해준은 '허수아비'를 통해 오랜 갈증을 해소했다. 늘 고대했던 선배들과의 긴 호흡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붙어 있었던 박해수는 그에게 우상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해수 선배님은 현장을 대하는 태도, 후배와 스태프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겸손하세요. 저 정도 경지에 올라도 저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를 배웠죠. 한 번은 제가 선배님을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다 보니 티가 났는지 촬영 후에 감독님께서 '너 해수 선배 짝사랑하냐'고 놀리기도 하셨어요.(웃음) 혼자 걷는 연기자 길에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는데, 선배님을 보며 '내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이렇게 가도 되겠구나'라는 명확한 확신과 자부심을 얻었습니다."
시청률 역시 2.9%로 시작해 최종회 8.1%로 막을 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둔 '허수아비'다. 류해준 또한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 최근이다. 특히 오랫동안 다닌 복싱장에서 평소 말 한마디 안 섞던 중장년층 회원들이 먼저 다가와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말을 건넬 때 신기했다고.
류해준은 "최근에는 등산을 갔다가 내려와서 카페에 있는데 몇몇 분들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1991년생으로 2019년 데뷔한 류해준은 사실 그리 빠르게 대중에게 각인된 편은 아니다. 학창 시절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3인칭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던 소년은 고등학교 때 연기를 만났고, 입시와 군대를 거치며 단단해졌다. 늦은 데뷔에 조급함이 생길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이 시간을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라 불렀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 좋게 조명을 받았더라면 오히려 불행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나름의 계획이 있어요.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공부하는 데 10년, 현장에서 버티는 데 10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년을 보내야 비로소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무언가 잡히지 않을까 싶었죠. 지금도 이 생각에 큰 변화는 없어요. 빨리 인정받기보다 뿌리를 잘 내려야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깊게, 그리고 멀리'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최근 '하이퍼 나이프' '메스를 든 사냥꾼', 그리고 '허수아비'까지 선 굵은 장르물에서 두각을 나타낸 류해준이기에 그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류해준이 인터뷰 내내 많이 뱉은 단어는 '진심'과 '일상'이다. 스스로를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 칭하는 그는 그렇기에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볼 줄 아는 건강한 내면이 있기에 자신이 작품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온전히 그려낼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저는 일상을 잘 살려고 노력해요. 스스로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만 제가 마주할 또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 순간 상대방에게 뱉는 말에도 진심을 담아요. 그래야 삶의 궤적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깊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연의 일부처럼 늘 한결같은 자리에서 제가 사랑하는 연기를 하며 계속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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