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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강신우 기자] 뻔하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시청자가 인물의 선택을 따라갈 수 있는 최소한의 설득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를 반복하며 몰입을 흔들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이 찬사를 받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은밀한 감사'다.
총 12부작인 tvN 토일드라마 '은밀한 감사'(극본 여은호, 연출 이수현)는 카리스마 감사실장 주인아(신혜선 분)와 사내 풍기문란(PM) 적발 담당으로 좌천된 감사실 에이스 노기준(공명 분)의 아슬아슬한 밀착 감사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오늘(31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초반 출발은 좋았다. '감사실'이라는 공간을 로맨틱 코미디의 배경으로 가져온 점은 분명 차별화된 지점이었다. 여기에 '관계 역전'과 '혐관(혐오 관계) 로맨스' 등의 설정은 오피스물 특유의 긴장감과 로맨스의 밀착감을 동시에 만드는 장치였다. 이에 힘입어 작품의 시청률 역시 1회 4.4%로 출발해 4회 7.9%, 6회 9.4%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다만 '은밀한 감사'는 주인아와 노기준이 키스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8회에서 7.9%, 일요일 시청률 첫 하락을 기록하며 10%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간 일요일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왔고,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전환점을 맞은 회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두 사람의 비밀 로맨스가 이어진 9회와 10회에서도 각각 5.9%, 8.1%를 기록하며 작품은 기존 시청층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초반부터 쌓여온 대본의 의구심이 본격적인 로맨스 구간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작품의 아쉬움은 소재가 아니라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은밀한 감사'는 초반부터 박아정(홍화연 분)이 전재열(김재욱 분)을 짝사랑하고, 노기준과는 과거 연인 관계였다는 설정을 드러내며 일찍부터 사각 관계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아정이 전 연인인 노기준의 집에서 함께 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전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잠수 이별을 당한 뒤 2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 곧바로 동거에 가까운 관계로 엮이는 과정에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인물의 감정선보다는 사각 구도를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앞선 셈이다.

주인아의 서사 역시 아쉬운 지점이다. 작품은 주인아라는 인물이 가진 상처와 비밀을 설명하는 장치로 누드 모델이라는 설정을 가져왔다. 감사실장이라는 단단한 주인아의 외피와 대비되는 과거를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려는 의도는 읽힌다. 다만 그렇다면 해당 에피소드는 곧바로 주인아와 노기준의 키스신과 로맨스로 연결되면 안 됐다. 인물의 과거가 관계의 깊이를 만드는 데 쓰이려면, 그 상처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태도와 감정 변화가 더 섬세했어야 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 대신 크로키 모델 단상에 서며 처음으로 편견 없는 시선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했다는 주인아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된 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시작됐다면 훨씬 감정에 진정성이 느껴졌을 것이다.
전재열과 그의 비서 박아정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략결혼이라 해도 엄연히 유부남인 전재열은 주인아를 향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박아정 역시 직속 상사인 전재열을 노골적으로 흠모한다. 사내 풍기문란을 감시하는 감사실이 주요 배경인 작품에서 이 같은 관계들은 아이러니를 넘어 내로남불처럼 비친다. 이들의 감정을 응원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럴거였으면 적어도 9회에서 공개된 전재열의 이혼 선언 장면은 보다 이른 시점에 배치됐어야 했다.

이후에도 아쉬운 사건 전개는 반복된다. 해무그룹 부회장 전재열의 아내 오현영(지수연 분)이 자신과 스폰 관계인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에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나, 화장실 불법 촬영으로 징계를 받은 안승우(홍우진 분) 부장이 회사로 찾아와 노기준을 칼로 찌르는 장면 역시 물음표가 붙는다.
위기는 극적 긴장감과 관계 변화를 위한 드라마의 필수 요소다. 다만 사건이 자연스럽게 폭발했다기보다 서사를 밀어붙이기 위해 갑작스럽게 투입된 듯한 인상을 남긴다. 결국 작품은 갈등을 키우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갈등이 왜 그렇게까지 커져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이른바 '떡밥 회수'가 약했다.

그럼에도 작품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출연진이다. 장면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 순간에도 배우들의 표정과 호흡은 최소한의 몰입을 붙잡는다. 대본의 빈틈을 배우들의 연기가 심폐소생하고 있는 셈이다.
신혜선은 주인아의 차가운 외피와 흔들리는 내면을 안정적으로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이는 감정적으로 행동하기에 자칫 가볍게만 보일 수 있는 노기준을 연기하는 공명에도 안정감을 부여한다. 김재욱 역시 불안정한 인물의 감정을 특유의 분위기로 살리며 존재감을 만든다. 자기 감정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듯한 홍화연의 연기가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또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기에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선은 현실보다 조금 더 극적이고 과장될 수 있다. 하지만 과장과 비약은 다르다. 시청자가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받아들일 만한 감정의 징검다리는 언제나 필요하다. '은밀한 감사'가 10% 문턱에서 주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자극적인 사건이나 더 복잡한 관계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감정과 사건을 납득시키는 힘이다.
다만 작품은 여전히 반등의 여지를 갖고 있다. 출연진의 힘은 증명됐고, 모든 전개와 인물들 사이 얽힌 관계를 정리할 판도 마련됐다. 남은 두 회차에서 '은밀한 감사'가 증명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개연성 있는 감정 정리, 그리고 설득력 있는 선택과 마무리다.
과연 '은밀한 감사'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배우들의 호연에만 기대는 작품을 넘어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은밀한 감사'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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