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성철, 법자의 추억 품고 우기의 낭만으로

우기 役 맡아 박보영·이광수 등과 호흡
"누나" 연신 부르며 낭만 양아치 연하남 등극


배우 김성철이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성철에게 '골드랜드'의 우기는 특별한 캐릭터다. 시청자들에게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법자를 떠올리게 하는 반가움을 안겼고, 김성철에게는 배우로서 쌓아온 경험을 집약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탄생한 우기는 결국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가 됐고, 김성철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한층 더 확장했다.

김성철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감독 김성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희주(박보영 분)를 돕는 대부 업체 말단 조직원 우기 역을 맡은 그는 캐릭터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7일 10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성철은 이날 종영 소감부터 꺼냈다. 작품 공개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며 웃은 그는 "저도 같이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편집됐구나' '내가 이렇게 찍었구나'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재밌게 봤다고 해주니까 그게 좋고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성철이 여느 작품과 다른 캐릭터 설정으로 시작하는 우기가 남자주인공이라는 말에 호기심과 흥미가 생겼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실 김성철은 처음 우기를 만났을 때부터 쉬운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단다. 무엇보다 '이 인물이 과연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우기는 어딘가 법자를 떠올리게 한다. 말이 많고, 생활력이 강하며, 설명을 도맡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은 다르다. 법자가 감옥의 규칙을 알려주는 인물이었다면 우기는 욕망이 들끓는 금괴의 세계를 안내한다.

"'감빵생활' 법자도 설명을 위한 캐릭터였어요. 감옥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역할이었죠. 우기도 금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설명하는 인물이라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법자를 그대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에 김성철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을 하나씩 꺼내 우기에 덧입혔다. '아스달 연대기'의 입생이 보여줬던 배신자의 얼굴도 가져왔고, 여러 작품에서 얻은 생활 연기의 감각도 녹여냈다. 김성철은 이를 두고 "내공이라기보다는 경험을 활용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았다. 김성철은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누구보다 고민했다.

"처음에는 슬랩스틱도 생각했어요. 갑자기 넘어질까 이런 고민도 했죠. 그런데 그러면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환기는 해야 하는데 긴장감은 잃으면 안 됐어요."

배우 김성철이 디즈니+ 오리지널 '골드랜드' 속 우기를 연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생동감과 말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신 애드리브와 말맛으로 생동감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실제로 우기의 많은 장면에는 김성철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대본 자체가 훌륭했지만 조금 더 생동감 있게 만들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우기의 각종 '누나' 역시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다양한 톤으로 연신 누나를 부르는 모습은 연하남이라는 캐릭터 설정과 맞물리며 호평을 얻었다.

"모든 대사 앞에 누나를 붙여봤어요. '누나 내가' '누나 이게 맞아?' 이런 식으로요. 보영 누나한테도 계속 누나라고 했더니 나중에는 그만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외형 역시 신경을 많이 썼다. 세련된 사람이 아니라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인물처럼 보이길 원했다. 염색도 일부러 어설프게 했고, 짧은 머리와 맨 얼굴을 택했다. 잘 꾸민 양아치가 아니라 어딘가 촌스럽고 정감 가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우기를 '낭만 있는 순정 양아치'라고 불렀다. 김성철도 이 표현을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그는 "과거 뮤직비디오 속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라고도 덧붙였다. 동시에 김성철은 우기를 끝까지 선을 넘지 않는 인물로 바라봤다.

"저는 우기가 금괴 자체를 탐낸 적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희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죠. 희주가 있어야 금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배우 김성철이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 전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김성철은 희주를 향한 우기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다. 대신 사랑을 믿게 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처음부터 사랑은 아니었어요. 우기는 자유의지 없이 살아온 친구예요. 그런데 희주를 만나면서 누군가를 믿고, 또 믿음을 받게 된 거죠."

그래서일까. 우기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가볍게 웃음을 주던 인물이 어느 순간 진심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시청자들은 그 변화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었다. 이는 평소 김성철이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저는 항상 레이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중에 가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를 느끼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 과정이 재밌거든요."

김성철은 작품을 마무리하며 '감사함'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고 했다. 작품을 사랑해준 시청자들, 함께한 배우들, 그리고 여전히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감사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겸손해야 한다, 까불면 안 된다는 말을 정말 이해를 못 했어요. 이제는 까불면 안 되는 걸 느꼈죠.(웃음) 그리고 겸손함이 감사함의 다른 말인 것 같아요. 감사함의 말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인 것 같고요. 이 일은 한 번 보고 판단하고 처음 보고 마는 경우도 많잖아요. 전 사람이 그렇게 철두철미한 사람이 아니고 투명하고 솔직해요. 모두 앞에서 가식을 못 떨죠. 근데 요새는 감사함을 장착해보니까 그게 너무 편해요. 세상에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는 걸, 예전에는 어느 정도 척을 했거나 가식을 떨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좋은 날들이 오겠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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