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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박지윤 기자] '본 투 비 연예인'인 줄 알았는데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책임감을 안고 꾸준함을 무기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채우고 있었다. 재능에 노력을 더하며 지금의 위치에 우직하게 서 있는 배우 전지현이다.
'군체'(감독 연상호)로 돌아온 전지현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후에 취재진과 만난 그는 "아직 손익분기점(300만 명)을 넘지 않아서 너무 좋아하기는 이르지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고, 예상 흥행 스코어를 묻는 기자의 말에는 눈을 반짝이며 "어떻게 될 것 같아요?"라고 재치 있게 되물으며 시작부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후 5월 21일 국내에서 베일을 벗은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부산행' '반도' 등으로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이정표를 세운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군체'는 전지현이 '암살'(2015)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에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영화 산업이 주춤하다 보니까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가 적어졌었다.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드라마나 시리즈물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계가 침체되면서 제작되고 개봉하는 영화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긴 시간 동안 전지현에게 단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었을 테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작품으로 '군체'를 선택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연상호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서 여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도 있었고 감독님과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대본을 받고 읽지도 않은 채 마음속으로 (하겠다고) 결정했죠. 기존에 봤던 좀비들은 통제 불능의 상태였다면 이번에는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하나의 군집으로 움직이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현장에서 좀비가 된 배우들의 연기도 감탄하면서 봤고요."
그렇게 전지현은 생명공학자이자 정체불명의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어내며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리더 권세정으로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그는 관객들이 캐릭터들과 함께 위기 상황에 놓인 것처럼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물론, 타고난 피지컬이 돋보이는 현실적인 몸짓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남다른 스크린 장악력을 보여준다.
"권세정이 특별하게 보이기보다는 혼란한 상황에서 관객들이 그의 선택을 믿고 따를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자 목표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권세정의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과 의로움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어요. 그러면서도 생명공학박사가 갑자기 좀비를 때려잡을 수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선에서 몸을 던지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죠."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편하고 밝은 현장 속에서 즐겁게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와의 다음을 기다리게 됐다는 전지현은 "콘티가 정확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었다"며 "보통 몇 테이크를 간다고 알려주니까 남아 있는 횟수를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디벨롭을 하는데 연 감독님은 원하는 게 나오면 바로 넘어갈까 어떠한 디렉션이 없어도 제 스스로 되게 큰 책임감을 갖고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직접 호흡을 맞췄던 적은 없었던 구교환과의 재회도 언급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문을 연 그는 "이번에는 현장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구교환은 센스 있고 재밌고 현실에 일어난 일보다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해서 잘 받아줬다. 저와 교환 그리고 감독님까지 셋이 죽이 잘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웨인 왕 감독의 '설화와 비밀의 부채' 프로모션과 브랜드 앰배서더 자격에 이어 '군체'로 칸을 찾은 소감도 들어봤다. 자신이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 영화를 들고서 입성한 첫 칸이었기에 더욱 색다르고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보다도 모든 영화인을 응원하고 고생했다는 느낌으로 박수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촬영하면서 고생했던 게 떠오르고 여러 감정이 교차하면서 뭉클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레드카펫을 오롯이 즐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어요. 긴장됐지만 풀어지는 순간도 있어서 구교환과 장난스러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죠. 이게 영화 홍보로도 이어지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요."

1997년 SBS '내 마음을 뺏어봐'로 데뷔한 전지현은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지리산' '북극성',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도둑들' '베를린' '암살'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대체 불가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다만 데뷔부터 지금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수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 속에 서 있는 게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됐다.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이 나날이 커졌을 것이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찾아가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는 전지현은 작품과 함께 성장한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어렸을 때 일을 시작해서 사회생활을 배울 기회는 없었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청와대 행사에서 전 세계 정상들과 함께 있을 때 떨지 않고 자연스럽고 여유 있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도 '북극성'에서 서문주를 연기한 덕분이었거든요. 이게 아니었으면 제가 어디서 그런 에티튜드를 배웠겠어요. 저를 보면서 스스로도 놀라웠고 연기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러면서 '군체'의 권세정을 통한 배움으로는 '의로움'을 꼽은 전지현은 "그래서 무대인사 때 넘어진 팬을 보고 용기 내서 도와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매일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전지현은 배우로서 잘 쌓아온 커리어와 한 사람으로서 균형 잡힌 삶의 밸런스를 꾸준히 유지하며 앞으로도 잘 걸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제 젊은 시절을 안고 있는 선배님들이 망가져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 시절이 부정당한 느낌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도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누군가의 시절을 담고 있을 테니까 더 잘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수록 설 수 있는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지금 제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너무 과거에 얽매이지도, 앞서 나가지도 않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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