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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했던 탓일까. 생각보다 더 많은 서사와 설정을 끌어안지만 그 어느 하나도 밀도 있게 마무리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헐겁게 맞물리는 공간에는 설득력 없는 기이하고 자극적인 시각적 이미지만 등장하니 공포감이나 긴장감보다 피로감만 들다 끝나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이다.
지난 17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 '신사: 악귀의 속삭임'(감독 구마키리 가즈요시)은 일본 고베 폐신사에 답사를 갔던 대학생 3명이 사라지고 박수무당 명진(김재중 분)이 사건을 파헤치며 기이한 악귀와 맞서는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이다.
한일 문화교류 프로젝트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실종된 친구 희정(나현진 분)을 찾기 위해 고베의 산속에 자리한 폐신사로 향하고 그곳에서 의문의 불상을 본 후 기이한 현상을 겪는다. 같은 시각 연락이 두절된 이들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매니저 유미(공성하 분) 앞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주문을 읊고 충격적인 행동을 한다.
이에 유미는 일본 고베의 한인교회 목사 한주(고윤준 분)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대학 시절에 알고 지냈던 선배이자 박수무당인 명진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한다. 한국에서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던 그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곧장 고베로 간다.
그렇게 명진과 유미는 폐신사를 둘러보고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며 악귀와 맞서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얽히고설킨 과거의 사연을 다시 꺼내고 주변 인물들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간다.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요코의 여행' '#맨홀' 등으로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은 쿠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여기에 김재중 공성하 등이 출연하며 일본 감독과 한국 배우들의 조합이 완성됐고 K-샤머니즘과 J-호러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색다른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물의 탄생을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우선 영화는 누가 봐도 가면 안 될 것 같은 스산한 분위기의 폐신사로 향했다가 악귀에 씌는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이후 기이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이를 좇는 주인공들로 익숙한 호러 문법을 보여준다. 공포물을 좀 본 이들이라면 쉽게 다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전개를 펼쳐내는 것.
그러다가 명진과 유미 사이에 명료하게 해결되지 않은 대학시절의 사연이 일부 나오고, 반전을 지닌 인물이 공개되면서 힌두교의 악귀 락샤사로 이어지는 등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반전은 너무 뻔하고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교회 목사는 가톨릭 신부 복장을 입고 명진은 그동안 다수의 매체를 통해 봐왔던 박수무당과 달리 불교 용어를 외우는 등 고증 오류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지점들까지 등장하며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몰입도가 계속 떨어지고 만다. 여기에 주인공의 능력치는 방울을 흔들면서 할머니에게 답을 알려달라고만 하는 것에 그치니 악귀의 실체가 궁금해진다기 보다 보는 내내 헛웃음을 짓게 된다.
이를 두고 김재중은 "감독님은 만국의 공통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퓨전화된 한국계 무당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누가 고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자기 얘기를 하라더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물론 감독의 어떠한 의도가 반영된 연출이고, 세상에는 영화적 허용이라는 개념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작품만의 탄탄한 세계관이 잘 구축돼 있거나 그 이상의 재미와 설득력이 뒷받침될 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이러한 전제를 전혀 충족하지 못한 가운데, 개연성이 떨어지고 완성도가 부족한 이야기만 펼쳐내니 부자연스러운 설정이 자꾸 도드라지고 만다.
결국 K-샤머니즘과 J-호러를 적절하게 버무린,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물이라는 장르는 작품에 담기지 못하고 그럴싸한 포장지로만 존재한다.
그럼에도 '신사: 악귀의 속삭임'만의 매력을 찾아보자면 일본 고베 현지에서 올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만큼, 폐신사나 교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현지 특유의 공간감과 음산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내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박수무당이 된 김재중의 얼굴도 새롭다. 그는 호흡과 몸짓, 톤 등을 디테일하게 조절하며 무당으로서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특별한 능력을 지녔지만 이와 동시에 내면의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또한 엔딩크레딧에 삽입된 OST 'BURN(번)'까지 가창하며 작품의 정서를 끝까지 이어간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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