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채서안'(상)] '멋진 신세계'의 '따사로운 햇살'

'멋진 신세계'서 모태희 役으로 열연
"모태희만의 세계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 채서안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렬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좋은 로맨스에는 좋은 빌런이 필요하다.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지만 단순한 미움으로 소비되지 않는 인물. 때로는 얄밉지만 때로는 안쓰러운 인물 말이다. '멋진 신세계' 속 모태희는 그런 의미에서 꽤 성공적인 캐릭터였다. 한태섭 감독은 그런 모태희를 두고 '따사로운 햇살' 같은 인물이 되길 바랐고 채서안은 이를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배우 채서안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극본 김현주, 연출 한태섭)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차세계(허남준 분)와의 정략결혼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모태희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에 빙의돼 악해진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4부작으로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로맨스 드라마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주인공들의 설레는 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갈등과 위기를 만들어내는 인물이 필요하다. 때로는 미운 행동을 일삼지만 이로 인해 주인공들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걸림돌의 존재가 극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멋진 신세계'에서 그 역할을 맡은 인물이 바로 채서안이 분한 모태희였다. 차세계를 향한 집착과 욕망으로 끊임없이 갈등을 만들어냈지만 단순한 악역으로 소비되지는 않았다. 재벌 3세 특유의 자신감과 여유로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까지 결핍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채서안은 이러한 모태희를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미운 행동을 일삼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를 특유의 섬세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매력적으로 완성한 것. 채서안은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전작들을 좋게 봐주셨고 몇 번의 미팅 끝에 함께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재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채서안은 '멋진 신세계'에서 차세계(허남준 분)과의 정략결혼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모태희 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방송 화면 캡처

"감독님께서 태희가 '따사로운 햇살'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품격 있으면서도 해맑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재벌 이미지에 갇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대사들도 평소 제가 잘 쓰지 않는 말들이 많았어요. 그 말들에서 오는 여유와 냉정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차세계에게 집착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채서안은 "둘 다 재벌이기에 어릴 때부터 사교 모임과 같은 접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갑자기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결혼할 시기가 되면서 그 기회를 잡으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희는 원래 결혼 생각이 없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남자가 닿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으니 그 기회를 당연히 잡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세계가 다른 여자들을 되게 매몰차게 거절하는 걸 보고 '나는 재벌인데 나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근데 세계가 제주도에서 돌아온 뒤 확실하게 거절하면서 태희에게는 오기가 생긴 것 같아요."

일부 시청자들은 태희의 아역 서사가 편집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채서안은 오히려 현재의 전개가 캐릭터를 더욱 주체적으로 보이게 했다고 바라봤다.

"오히려 아역 서사가 나왔으면 더 납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 서사가 있든 없든 재벌가끼리는 사교 모임을 진행하면서 자라오고 그들끼리의 관계성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처음에는 호기심 궁금증 승부욕이었을 거예요. 다른 여자들이 차세계한테 계속 다 거절당하는데 왠지 나는 될 것 같은데, 나는 널 꼬실 수 있는데 하고 다가갔던 거죠."

그렇기에 채서안은 모태희를 '사랑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랑에 있어서 굉장히 미성숙했을 것 같다. 욕망 집착 분노 같은 감정도 스스로 처음 겪어봤을 거라 생각했다"며 '극 안에서는 서리와 세계의 사랑을 방해하는 짓궂은 걸림돌처럼 보이지만 태희 자체를 바라보면 그냥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전했다.

모태희는 악랄한 행동을 일삼기도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채서안은 이를 단순히 날카롭고 차가운 인물로만 그려내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차분하고 세게 대사를 하는 인물로 접근했는데 재미도 매력도 없는 것 같아서 설정을 점차 바꿔나갔다"고 밝혔다.

채서안은 "모태희의 품격이나 분위기를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다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방송 화면 캡처

"'빙그레'하고 웃는 나쁜 여자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웃으면서 심한 말을 하고 앞에서는 선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인물이요. 그런 얄밉고 여우 같은 모습이 재밌을 거 같아서 톤도 높여 표현하려고 했어요."

태희는 아마 세계에게 '정말 좋은 아내이자 협력자가 돼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란다. 그는 "현실적으로 '나는 가능한데 서리 당신은 해줄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태희가 서리를 대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또래 재벌가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 나라를 이끌어갈 기업의 오너고 우리가 손을 잡아서 비즈니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그 사람이 무명 배우를 좋아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을 거에요. 태희에게는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 태희도 점점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을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하며 그랬던 것처럼요."

모태희를 설득하기 위해 외적인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재벌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백화점 명품관을 직접 찾아가 분위기와 걸음걸이까지 연구했다고. 그는 "사람 많은 곳을 잘 안 가는데 일부러 백화점 명품관을 다 돌아봤다"며 "내가 정말 모태희라고 생각하고 걸으면서 걸음걸이 속도 기세 품격을 잡아갔다"고 얘기했다.

스타일링에도 캐릭터의 서사를 담았다. 그는 "태희가 흑과 백 의상을 많이 입는데 시청자들이 마지막까지 태희의 마음을 헷갈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세계를 갑자기 돕게 되는 마음도 쉽게 읽히지 않았으면 해서 흑과 백을 통해 적군인지 아군인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헤어스타일에도 관계에 따라 변주를 줬다. 그는 "문도(장승조 분)를 만날 때는 매혹적인 생머리를 하고 할아버지나 고모들을 만날 때는 차분하고 단아하게 표현했다"며 "세계를 만날 때는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모습을 어필하려 했다. 서리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집념의 끝을 보여주고 싶어 더 강하게 스타일링했다"고 말했다.

"모태희의 품격이나 분위기를 모든 장면에서 다 살릴 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조금 부자연스럽더라도 모태희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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