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채서안'(하)] '학씨부인'은 시작에 불과했다

'멋진 신세계'서 모태희 役으로 열연
"'학씨부인' 덕분에 지금의 작품들 만나 감사해"


배우 채서안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성렬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짧은 등장만으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있다. 채서안이 그렇다. '폭싹 속았수다' 속 '학씨부인'은 결코 긴 분량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작품이 끝난 뒤에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를 '학씨부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배우가 자신의 이름보다 배역으로 먼저 불린다는 건 어쩌면 축복에 가깝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채서안은 부상길(최대훈 분)의 아내 박영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청초한 이미지 속의 반전을 자신만의 분위기로 풀어냈다. 길지 않은 분량이었음에도 채서안은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고 단숨에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에도 그는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성태주(이재원 분)의 아내이자 법조계에서 활약하는 한 씨 가문의 장녀 한다영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당 작품은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곧이어 방영된 '멋진 신세계'에서는 모태희 역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하지만 '학씨부인'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강하다 보니 배우로서 여러 가지 고민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서안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모태희가 '학씨부인'이었어?"를 꼽았다.

"'학씨부인'이라는 수식어 덕분에 지금 작품들도 만날 수 있던 거잖아요. 정말 감사해요. 제 인지도가 올라가면 사람들이 찾아보게 되고 또 다음 작품까지 기대해 주시잖아요. 그래서 '학씨부인'이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좋아요. 반대로 저를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반응 자체가 제가 가진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감사해요.(웃음)"

채서안은 '폭싹 속았수다' '21세기 대군부인' '멋진 신세계'를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방송 화면 캡처

실제로 채서안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얼굴이 많은 배우'라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그를 '학씨부인'으로 기억하겠지만 실제의 채서안은 차분하고 다정한 인상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선함과 서늘함, 우아함과 욕망을 자유롭게 오갔다. 그래서 더 다양한 장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배우였다.

사실 지금의 시간은 채서안에게 더욱 특별하다. '폭싹 속았수다' 이전 긴 무명 시절을 겪으며 배우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 공개 직전까지 CCTV 회사와 공장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던 그는 "'폭싹 속았수다'가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고 털어놨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엄마가 항상 드라마를 보고 계셨어요. 그때 '우리 딸도 저런 거 해야 되는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엄마도 제가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연기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채서안의 원래 활동명은 본명인 '변서윤'이었다.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계기로 다시 연기하기로 마음을 먹은 채서안은 '변서윤'에서 채서안으로 개명한 뒤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가 나오고 다시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며 "본명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새 마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에서 예명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서안이라는 이름은 저를 정신 차리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온앤오프 스위치 같달까요. 책임감도 생기고 연기자로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줘요."

힘든 시간을 견딘 끝에 채서안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라이징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채서안은 또 다른 '다음'을 꿈꾸는 중이었다.

채서안은 "흑과 백이 공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성렬 기자

"백화점 푸드코트 같은 데 가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10대, 부부, 아이 엄마, 노부부까지. 그걸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작품 생각이 나요. 저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상상하면 너무 재밌는 거에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때 제가 배우인 게 정말 너무 뿌듯해요."

인터뷰 말미 채서안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웃으며 "흑과 백이 공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얻고 싶은 수식어는 '멜로 여신"이라고 말했다.

짧은 등장만으로 존재감을 남겼던 '학씨부인'. 그리고 '21세기 대군부인'과 '멋진 신세계'를 거치며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채서안.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채서안의 가장 큰 매력은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 더 많다는 점이라는 걸.

"이번 작품은 정말 많은 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어주셨어요. 현장에서 그걸 보며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저도 언젠가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선배님들처럼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걸 느낀 의미 있는 작품이었어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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