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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연애전쟁'의 출발은 분명 흥미로웠다. 결혼한 부부가 아닌 연애 중인 커플을 전면에 내세운 상담 예능이라는 점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방송이 이어질수록 프로그램만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한 JTBC 예능프로그램 '연애전쟁'은 자타공인 연애고수 이효리 서장훈 김희철이 이별 직전의 끝장 커플들을 직접 만나 대신 협상하고 결판을 내주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현재 3회까지 방영됐다.
프로그램은 회차마다 서로 다른 갈등을 겪는 연인들의 사연을 공개한다. 하루 17시간을 일하는 트레이너 남자 친구와 외로움을 호소하는 여자 친구, 무당 여자 친구와 그의 곁을 지키는 남자 친구, 워킹홀리데이를 앞둔 커플의 차이 등 현실에서 충분히 마주할 법한 고민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효리 서장훈 김희철은 의뢰인의 입장을 나눠 맡아 각자의 연애관을 바탕으로 치열한 설전을 벌인다. 이효리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서장훈은 현실적인 시각으로, 김희철은 자신의 연애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더한다. 협상이 끝난 뒤 커플은 관계를 이어갈지 헤어질지를 직접 선택하며 방송은 마무리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연애전쟁'은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를 가졌다. 그간 부부 관계를 상담하는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결혼하지 않은 20대 청춘 커플들의 이야기를 상담하는 프로그램은 적었던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또한 실제 연인들이 겪는 갈등을 들여다보고 관계를 중재하는 콘셉트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그러나 방송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의 방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연애 상담 프로그램인지, 관찰 예능인지, 연애 토크쇼인지, 혹은 관계 회복 프로젝트인지 정체성이 좀처럼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가장 큰 아쉬움은 프로그램이 갈등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지가 않다는 점이다.
첫 회에서는 연락 문제와 잔소리, 스킨십 갈등이 다뤄졌고 이후에는 무당 여자친구와의 관계, 워킹홀리데이를 앞둔 장거리 연애 등이 등장했다. 모두 실제 20대 청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다. 하지만 갈등이 왜 발생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깊이 있게 접근하기보다는 MC들의 리액션과 개인적인 경험담, 서로 다른 연애관을 주고받는 토론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된다.
물론 이효리의 거침없는 조언이나 서장훈의 현실적인 일침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든다. 김희철 역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능적인 재미에 가깝다. 프로그램이 내세운 협상이라는 콘셉트를 뒷받침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방송 말미 커플의 선택 역시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충분히 납득시키기보다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프로그램들과 비교된다. 앞서 KBS Joy '연애의 참견'은 실제 사연을 재연 드라마로 구성해 상황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패널들의 공감과 분석을 더했다. 여기에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JTBC '이혼숙려캠프'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역시 마찬가지다. 갈등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심리 상담과 전문가의 개입, 관계 회복 과정을 함께 담아내며 프로그램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출연자의 문제를 단순히 구경거리로 소비하기보다 원인을 함께 짚고 해결 방향을 고민하는 구조다.
반면 '연애전쟁'은 전문가의 개입도 체계적인 상담도 없다. MC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의견을 나누고 연인을 설득하지만 그 과정이 실제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MC들의 포지션은 협상보다 리액션에 가까워 보인다.
출연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다소 부족해 보인다. 실제 사연자가 나오는 만큼 일상생활을 리얼하게 보여주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한쪽의 잘못을 따지고 편을 가르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된다. 실제 방영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는 반응이 대다수가 된다. 결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연애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가장 가까운 이야기다. 그렇기에 공감을 얻기도 쉽고 예능 소재로도 매력적이다. 다만 지금의 '연애전쟁'은 어딘가 애매한 지점에 물러 있다. 자극적인 사연과 MC들의 입담만으로는 프로그램만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어렵다. 연인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데서 그칠 것인지, 함께 해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아갈 것인지.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연애전쟁'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50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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