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고혜진 감독, '신입사원 강회장'으로 이룬 첫 꿈

'신입사원 강회장'으로 첫 메인 연출 도전
"과분한 재료로 차린 음식 한 상"


고혜진 감독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SLL, 코퍼스코리아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고혜진 감독이 '신입사원 강회장'으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첫 메인 연출작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흥행의 기쁨만큼이나 작품을 통해 얻은 배움은 앞으로 더 좋은 감독으로 성장해 나갈 밑거름이 됐다.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극본 현지민, 연출 고혜진) 고혜진 감독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메인 연출을 맡은 그는 많은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사업의 신이라 불리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사고를 당하면서 원치 않는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는 리마인드 라이프 스토리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5일 종영했다.

'신입사원 강회장'은 1회 시청률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최종회에서는 13.6%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갔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OTT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고 감독의 첫 메인 연출작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첫 작품인 만큼 설렘과 부담을 모두 안고 출발했지만 그동안의 고민과 노력이 시청자들의 호평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처음에 7~8%만 넘어도 감사하겠다고 얘기했다. 근데 기대했던 것의 2배가 나와서 과분할 만큼 꿈만 같다"며 "마지막 회를 모두가 다 같이 봤는데 '이게 내 인생에 또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메인 연출작을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누군가 제 작품을 재밌게 보고 '이 작품은 누가 만들었지?'라고 궁금해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었어요. 그 꿈을 첫 메인 연출작으로 이룬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해요."

첫 메인 연출작이라고 해서 부담이 적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부터 큰 화제성을 안고 출발해야 했다. '신입사원 강회장'의 원작 웹소설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소설을 집필한 산경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신입사원 강회장'은 사업의 신이라 불리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사고를 당하면서 원치 않는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는 리마인드 라이프 스토리 드라마다. /JTBC, SLL, 코퍼스코리아

그럼에도 고 감독은 "부담이 안 됐다. 오히려 마블 영화 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어벤져스'가 잘 됐대. 근데 갑자기 나한테 '이터널스'를 하래.' 이런 느낌이었다. '내가 이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들어갈 수 있다고?'라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기대와 걱정을 당연히 갖고 계셨다고 생각해요. 근데 첫 작품에 그런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혀 부담이 아니라 너무 큰 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기대감 덕분에 최종회 시청률도 가장 높지 않았나 싶어요.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적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결이 너무 다른 작품이기도 했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귀여운 동생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매회 사이다 같은 전개와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호흡으로 호평을 받은 '신입사원 강회장'은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만큼 아쉬움의 목소리도 뒤따랐다. 최종회에서는 원래 몸으로 돌아온 황준현(이준영 분)이 특별출연한 그룹 있지(ITZY) 류진과 다시 영혼이 바뀌는 결말이 그려져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렸다.

고 감독은 이 같은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부터 박치기로 영혼이 바뀌는 설정으로 시작했고 판타지와 코미디의 톤도 강하게 가져갔다.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진지하고 드라마틱해졌지만 엔딩만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원작에서는 영혼이 갇힌 채 강회장님의 몸이 죽는 결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엔딩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황준현이 쌓아온 서사도 달랐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높았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희는 해피엔딩이면서도 유쾌하게 웃으며 끝낼 수 있는 마무리라고 생각하고 출발했어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은 이야기를 따라오면서 캐릭터의 감정은 물론 이들의 미래까지 바라보고 계시더라고요. 저희는 일직선이 아니라 작품을 덩어리로 봤던 것 같아요. 후반부가 진지해질수록 초반의 재치 있고 발랄했던 분위기로 작품이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그게 제게는 가장 큰 깨달음이자 신입 연출자로서의 얻은 값진 레슨이 됐죠."

결국 이러한 호불호 역시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결말을 아쉬워할 만큼 깊이 몰입했기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고 고 감독 역시 이를 누구보다 크게 체감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배웠다"고 떠올렸다.

고혜진 감독(가운데)은 "'신입사원 강회장'을 통해 큰 배움을 얻은 것 같다"고 전했다. /SLL, 코퍼스코리아

"사실 12부작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이런 엔딩이에요'를 보여드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죠. 이렇게 좋은 반응일 줄 알았으면 더 길게 늘렸을 텐데 말이죠.(웃음) 저희가 대본을 만났을 때는 최선의 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엔딩에 대한 호불호를 보면서 저희가 보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게 다음 작품을 할 때 되게 좋은 레슨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쓴소리도 너무 감사하게 받고 있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번 작품에서 고 감독이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결말뿐만이 아니었다. 기업 승계와 경영권 분쟁을 다루는 소재를 어떻게 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는 "최대한 원작을 안 보려고 노력했다. 원작을 읽으면 '이게 좋았는데'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서 초반에 어떤 느낌인지만 보고 연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물이고 되게 디테일하게 잘 쓰여 있긴 한데, 인수 과정이나 비자금 같은 내용이 자칫 틀어놓고만 보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따라가기 쉽게 연출하려고 노력했죠. 얘네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다 알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러한 고 감독의 노력 덕분에 '신입사원 강회장'은 최고 시청률 13%대를 기록한 데 이어 글로벌 OTT 플랫폼 Viu(뷰)에서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1위, 싱가포르 2위, 필리핀 3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고 감독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짜 큰 배움을 얻은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연출을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과정도 너무 즐거웠고 되게 행복한 현장이었어요. 초보인 제가 너무 과분한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을 차린 것 같달까요. 물론 재료 덕이 크긴 했지만요.(웃음) 연출하면서 되게 외로운 순간도 많았는데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아서 든든했고 너무 좋았던 현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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