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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그룹 키키(KiiiKiii)가 작정하고 '독자 영역' 구축에 들어간 모양새다.
키키(지유 이솔 수이 하음 키야)는 10일 오후 6시 세 번째 미니앨범 'WhyKiiiKiii(와이키키)'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컴백 활동을 시작한다.
이번 'WhyKiiiKiii'에서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작가진이다. 일례로 지난달 30일 스톱모션 영상이 선공개된 수록곡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 (나 어떡해)(캔디 핑크 매직 홀 플립 폰)'의 작곡에 참여한 엠마 로젠(Emma Rosen)은 미국의 유명 로커 머신건켈리(mgk)와 다수의 곡을 협업한 작곡가이며, 모아 페테르손 하마르(Moa Pettersson Hammar)도 인기 DJ 알렌 워커(Alan Walker) 등과 작업한 경험이 있는 인기 프로듀서다. 구찌 칼리엔테(Gucci Caliente)도 다수의 유럽 EDM레이블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다.
타이틀곡 'Pop Off Pop Off(팝 오프 팝 오프)'에도 대단한 이름들이 보인다. 벤자민 해리스 버거(Benjamin Harris Berger)와 라이언 라빈(Ryan Rabin)은 프로듀싱 팀 캡틴 컷츠(Captain Cuts)로 활동하며 다수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프로듀서며, 특히 라이언 라빈(Ryan Rabin)은 애플 아이팟 터치 광고 음악으로 사용돼 큰 인기를 얻은 'Tongue Tied(텅 타이드)'를 부른 밴드 그룹러브(Grouplove)의 프로듀서 겸 드러머로도 유명하다.
또 6번 트랙 'Blue Hour(블루 아워)'에 참여한 야닉 라스토기(Yannick Rastogi)와 자카리 레이먼드(Zacharie Raymond)는 뱅크스&랭크스(Banx & Ranx)로 활동하며 그래미 어워드에도 노미네이트된 적 있는 캐나다의 EDM 거장이다.
키키의 전작 'Delulu Pack(델룰루 팩)'에서도 런던노이즈(LDN Noise)나 카지 오페아(Cazzi Opeia), 엘렌 베르그(Ellen Berg) 등 K팝 신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유명 해외 작곡가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이번 'WhyKiiiKiii'에서는 좀 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더 딥한 클럽 음악을 만드는 작가진이 대거 참여했다는 인상이다.
이런 작곡가의 변화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장르의 변화다. 'Delulu Pack'이 '404 (New Era)(뉴 에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EDM 중에서도 하우스를 메인으로 삼았다면 'WhyKiiiKiii'는 하이퍼팝과 디지코어 쪽에 무게 중심을 옮긴 느낌이다.
당장 선공개된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 (나 어떡해)'는 하이퍼팝 특유의 인위적인 보컬 이펙트나 피치 조절, 통통 튀는 신스 비트 등의 특징이 곡 전반에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 유추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근거는 작사가다. 'WhyKiiiKiii'에는 국내 하이퍼팝과 디지코어 신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에피(Effie)와 더딥(The Deep)을 시작으로 '404 (New Era)'의 작사를 맡았던 바밍타이거의 오메가사피엔, 힙합과 R&B 소울 신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릴체리(Lil Cherry), 수민(SUMIN), 카모(CAMO), 윤다혜, 일렉트로닉 뮤지션 진초이(ZIN CHOI), 이소(iiso), 독창적인 Y2K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토마토맛 등 각자 신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를 모두 끌어모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작사가이지 직접 곡을 쓰거나 편곡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장르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어야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적확하게 들려줄 수 있으니 이들의 역할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이름은 에피와 더딥 토마토맛이다. 이들 3인의 존재는 'WhyKiiiKiii'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해 하이퍼팝 신 슈퍼스타로 떠오른 에피가 참여한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 (나 어떡해)'를 선공개하면서 이번 'WhyKiiiKiii'의 음악적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렸고, Y2K 감성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더딥과 대놓고 Y2K로의 회귀한 음악을 하는 토마토맛의 참여는 키키의 감성적 지향점이 Y2K에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키키는 'WhyKiiiKiii' 발매를 앞두고 미니홈피 형식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2000년대 감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 (나 어떡해)'는 제목부터가 2000년대 주로 사용된 '플립폰'이다. 당연히 스톱모션 비디오의 이미지도 온통 Y2K 감성으로 점철돼 있다.
이들의 참여는 키키가 추구하는 '젠지미'에도 부합한다. 각 신에서 떠오르는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작사에 기용하면서 '10~20대 소녀들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예로 키키의 팬층은 플립폰을 사용해 본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10대가 많음에도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 (나 어떡해)'의 스톱모션 비디오에는 '미감이 세련됐고 음악과 가사의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하자면 'WhyKiiiKiii'는 단순히 '404 (New Era)'가 큰 성공을 거뒀으니 한 번 더 노를 젓겠다는 식의 반복이 아니라 한층 더 심혈을 기울이고 다듬어서 키키 고유의 음악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려는 음반에 가깝다.
이런 연유로 타이틀곡인 'Pop Off Pop Off'를 비롯해 다른 곡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역시 하이퍼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일렉트로닉 뮤직+Y2K' 조합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청한 K팝 제작자 A씨는 <더팩트>에 "사실 키키가 데뷔 당시 'I DO ME(아이 두 미)'로 좋은 반응을 얻었긴 했지만 'K팝 대형 기획사에서 선보인 웰메이드 음악과 그룹'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키키만의 확실한 정체성이나 특징 등이 명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며 "하지만 '404 (New Era)'의 성공을 계기로 키키와 잘 어울리는 음악과 콘셉트 등에 확신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WhyKiiiKiii'에 참여한 작가진과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 (나 어떡해)' 선공개 비디오를 보면 이런 키키 고유의 음악적 특징과 콘셉트, 분위기, 비주얼 등의 방향성이 완전히 잡혔다는 느낌이다"라며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Y2K를 K팝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키키만큼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는 그룹은 찾기 어렵다. 아마 당분간 이쪽 영역은 키키의 몫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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