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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상이가 웃음기를 지우고 묵직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간 특유의 유쾌함과 쾌활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면 '유부녀 킬러'에서는 한층 깊어진 감정선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웃음기를 덜어낸 자리에 묵직한 존재감을 채우며 또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이상이다.
이상이는 지난달 31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극본 김은희, 연출 윤종호)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직업을 가진 어느 '워킹맘'(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일을 하는 여성)의 고군분투 '워라벨'(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 사수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총 14부작으로 현재 8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평범한 유부녀이자 살벌한 킬러인 유보나(공효진 분)의 이중생활을 중심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간 범죄자를 직접 처단하는 통쾌한 전개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청률 역시 상승세다. 1회 7.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출발한 뒤 꾸준히 상승해 지난 15일 방송된 6회에서는 10.2%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했다.
화제성도 입증했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에 따르면 '유부녀 킬러'는 8월 2주 차 TV·OTT 드라마 뉴스 부문과 검색 반응 TV·OTT 드라마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유부녀 킬러'는 유보나를 둘러싼 두 갈래의 추적을 동시에 펼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법망을 피해 간 범죄자를 직접 처단하는 유보나와 그의 남편이자 기자로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권태성(정준원 분), 여기에 이동진(이상이 분)과 범성훈(최우성 분)이 '킹피셔'의 정체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맞물려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이상이는 권태성의 친구이자 범죄 검거율 상위권을 달리는 에이스 형사 이동진 역으로 극의 한 축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학창 시절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탓에 누구보다 범죄 피해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사적 제재가 아닌 정당한 법적 심판을 택한 인물이다.
이동진에게 '킹피셔'는 단순히 잡아야 할 범죄자가 아니다. '킹피셔'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만 골라 처단한다고 해도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킹피셔'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 한다.
이상이의 진가는 이러한 이동진의 신념을 표현하는 순간마다 더욱 선명해진다. 그는 '킹피셔'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사건을 쫓는 형사의 집요함을 묵직한 카리스마로 완성한다.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날카로운 시선부터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한 순간 곧바로 달라지는 눈빛까지 세밀하게 표현해 수사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특히 이동진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이상이의 단단한 존재감이 빛난다. 후배 형사가 '킹피셔'의 범행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은 것 아니냐며 그를 옹호하자 이동진은 강하게 반박한다. '킹피셔'에게 죽은 이들이 범죄자였다는 사실과 별개로 살인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법은 사회적 약속이라고 강조하는 장면에서는 이동진이 가져온 신념의 무게가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권태성과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는 장면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들었다. "나한테 '킹피셔'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라고 울분을 토하는 장면에서 이상이는 감정을 무작정 폭발시키기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눌러왔던 분노와 피해자를 향한 안타까움, '킹피셔'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섬세하게 오가며 이동진이 왜 그토록 '킹피셔'를 잡는 데 집착하는지 납득하게 만든다.

이는 '유부녀 킬러'가 가진 사적 제재라는 소재와도 맞닿아 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처단하는 '킹피셔'의 행보는 통쾌함을 안기지만 그 방식은 엄연한 살인이다. 자칫 '킹피셔'의 활약에만 무게가 실릴 경우 흐려질 수 있는 이 간극을 이동진이 붙잡는다. 이상이는 '킹피셔'를 향한 분노만 앞세우지 않고 피해자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법의 테두리를 더욱 고집하는 이동진의 복합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조율해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앞서 이상이는 지난 7월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에서도 펜싱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강력특수팀 경사 김종현 역을 맡아 형사 캐릭터를 소화한 바 있다. 그러나 '유부녀 킬러'의 이동진은 결이 다르다. 개인적인 비극과 확고한 신념을 동시에 품은 만큼 한층 깊은 서사와 짙은 무게감을 필요로 한다.
이에 이상이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능청스럽고 유쾌한 이미지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2014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이상이는 그간 '동백꽃 필 무렵' '갯마을 차차차' '굿보이' '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탁월한 연기 변신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이상이는 '유부녀 킬러'를 통해 웃음기는 완벽히 지우고 절제된 감정,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동진만의 무게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킹피셔'의 정체에 가까워질수록 이동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통쾌한 사적 제재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살인 사이에서 이동진은 작품이 던지는 질문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상이는 그 어려운 균형을 흔들림 없이 붙잡고 있다. 웃음기를 완전히 지운 이상이가 '유부녀 킬러'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을 제대로 꺼내 들었다.
'유부녀 킬러'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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