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과는 없었다…'나 혼자 산다',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

촬영 지원 NO→현장 협조 YES…엿새 만에 달라진 해명
조작 의혹보다 뼈아픈 대응 방식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을 둘러싼 조작 의혹에 입장을 번복하며 프로그램의 진정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나 혼자 산다'가 방송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 편을 둘러싼 조작 의혹에 두 차례 입장을 내놨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첫 해명에서 촬영 지원을 부인했던 제작진이 엿새 만에 현지에서 촬영 협조를 받았다고 입장을 번복해서다. 오락가락한 해명은 결국 제작진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뼈아픈 자충수가 됐다.

지난달 14일과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전현무가 배낭 하나를 매고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1박 2일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당시 전현무는 바쁜 일정 속 생긴 짧은 휴일을 보내기 위해 구체적인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비행편이 표시된 전광판 앞에서 "어디 가지?"라며 행선지를 고민한 그는 짧은 일정 안에 다녀올 수 있으면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곳을 찾아 나섰다.

고민 끝에 전현무가 선택한 곳은 비행기로 약 7시간이 걸리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였다. 그는 현장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뒤 숙소와 렌터카까지 예약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영화 촬영 경험이 있는 구성환과 이주승에게 정보를 얻고 AI를 활용해 여행지를 추천받는 등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찾아 일정을 완성했다.

이처럼 방송은 목적지를 고르는 순간부터 항공권과 숙소, 이동 수단을 마련하고 현지 일정을 결정하기까지 전현무가 사전에 세운 계획 없이 여행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무작정 여행'이라는 콘셉트가 이번 에피소드의 주요 관전 포인트였던 셈이다.

그러나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해외 촬영이 이처럼 즉석에서 진행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출연자뿐 아니라 다수의 제작진이 함께 움직이는 만큼 이들의 항공권부터 현지 이동 수단, 촬영 장소 등을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현장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이었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앞서 "카자흐스탄 여행과 관련해 촬영 지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엿새 만에 "현장 진행에 필요한 촬영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방송 화면 캡처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진은 지난달 2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은 방송에 공개된 내용 그대로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하기 직전 공항에서 현지 렌터카 업체에서 요구한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제출하고 차량을 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송 이후 현지 렌터카 이용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있어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별도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대사관 측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로 현지에서 피해를 보는 국민이 많아 다시 한번 안내해 현지를 방문하는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작진은 "이번 카자흐스탄 여행과 관련해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마티시 공식 홈페이지에 '나 혼자 산다'의 현지 촬영 소식이 소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번 촬영이 알마티시 관광 당국의 지원 아래 진행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1차 공식 입장이 나온 후 엿새 만인 지난달 31일 다시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카자흐스탄 방송분은 알마티시 관광청으로부터 금전적 협찬이나 제작비 지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현지 촬영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와 현장 진행에 필요한 촬영 협조를 받아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첫 번째 입장에서는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두 번째 입장에서는 금전적 지원이나 제작비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현지 당국으로부터 행정적 절차와 촬영 과정에서 협조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첫 해명에서 밝히지 않았던 내용을 엿새 뒤 추가로 공개한 셈이다.

'나 혼자 산다'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0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물론 이 사실만으로 이번 여행이 모든 게 조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현무가 실제로 공항에서 목적지를 선택한 뒤 제작진이 현지 기관과 접촉해 필요한 촬영 절차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수의 제작진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촬영 협조는 필수적인 절차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논란에서 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제작진의 대응이다. 쟁점은 현지 기관의 도움을 지원으로 부를 것인지 협조로 표현할 것인지가 아니다. 리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운 방송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물음에 얼마나 명확하고 일관되게 답했느냐가 중요하다.

제작진에게는 이미 한 차례 이를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첫 입장을 발표할 당시 현지 당국과 접촉했는지, 무슨 도움을 받았는지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했다면 의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제작진은 촬영 지원이나 협찬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단정했고 이후 현지 기관 발표를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의문이 계속되자 엿새 뒤에야 행정적 절차와 촬영 과정에서 협조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설명이 달라진 이유도, 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처음부터 함께 설명할 수 있던 사실관계만 뒤늦게 추가되면서 제작진의 신뢰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시청자와의 신뢰는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제작진은 첫 입장을 낸 지 불과 엿새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번 논란에서 '나 혼자 산다'가 가장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것은 촬영 협조의 유무가 아닌 제작진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다.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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