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영화 못지않은 '아버지의 집밥', 눈물·감동 다 잡았다

숏드라마 최초 극장 상영…새로운 도전
뛰어난 완성도로 높은 몰입감 선사


지난 9일 개봉한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은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난생처음으로 부엌에 들어서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40년간 부부로 살아온 하응과 순애의 다양한 감정을 조명한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더팩트 | 문채영 기자] 뻔하고 흔한 가족극처럼 보였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따뜻한 감성을 지닌 연출이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숏드라마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칠 '아버지의 집밥'이다.

지난 9일 개봉한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감독 이준익)은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정진영 분)이 '요리백지증(요리하는 법을 잊는 가상의 병)'에 걸린 아내 순애(이정은 분)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순애에게 반찬 투정하는 하응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심각한 분위기에 어린 두 아들은 아버지의 눈치만 본다. 순애가 남편을 열심히 달래 보지만 소용없다. 결국 하응은 가족들 눈앞에서 밥상을 엎고 만다. '밥상머리 폭군' 그 자체다.

시간이 흘러 머리카락이 하얗게 셌음에도 부부의 일상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하응은 밥에 까다롭게 굴고 순애는 그의 요구에 맞추느라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보낸다. 40년간 누적된 피로 때문일까. 순애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쓰러지고 만다.

그럼에도 하응은 여전히 밥이 우선이다. 바가지라는 생각에 정밀검사도 없이 순애와 함께 집으로 귀가한다. 그의 배고프다는 타령에 순애는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하지만 하응은 밥 대신 칼을 든 채 떠는 순애의 뒷모습을 마주한다.

'아버지의 집밥'은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의 첫 숏드라마 도전작이다. 배우 정진영 이정은과 의기투합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순애는 요리하는 법을 까맣게 잊었을 뿐만 아니라 집밥이 아닌 것을 먹으면 기절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에 하응이 대신 요리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 순애는 그에게 요리에 실패할 시 벌점을 매기고, 총 10점의 벌점을 달성하는 즉시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과연 하응은 이혼을 면할 수 있을까.

숏드라마의 극장 상영이라니 처음 마주하는 광경이었다. 가로로 긴 스크린 위 정중앙 세로에만 영상이 나타났다. 이에 '아버지의 집밥'은 시작 전에 '이 작품은 세로형 시네마입니다. 정상적인 화면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내보낸다. 숏드라마 최초로 극장 입성을 이뤄낸 작품의 배려다.

큰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곧이어 어색하다는 것조차 잊게 된다. 이야기가 가진 흡입력과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으로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샌가 하응과 순애의 서사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

인물의 얼굴만 크게 보인다는 것의 장점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연출을 담당한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인물의 심리 및 감정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화면을 꽉 채운다는 건 관객의 눈을 꽉 채운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지점이다.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의 핵심은 '가족의 사랑'이다. 탄탄한 연출과 깊이 있는 서사 그리고 노련한 배우들의 열연이 모여 높은 완성도를 이뤄냈다. 올가을 극장가를 감동으로 물들일 전망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

특히 부부의 젊은 모습과 나이 든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는 연출은 하응과 순애가 걸어온 시간을 세세하게 짚어내 관객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든다. 그 어떤 인물도 마냥 '잘못됐다' '나쁘다' 탓을 할 수 없다.

또한 숏드라마를 하나의 영화로 이어 붙이느라 작품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기승전결이 빠르게 반복되는 듯한 지점은 있으나 적절한 편집점으로 매끄러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요리백지증'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더불어 관객의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반전이 숨어있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은 물론이거니와 먹먹한 슬픔이 크게 다가온다.

'아버지의 집밥'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집밥'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부부간의 존중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긴 시간을 지나오며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지켜온 존재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숏드라마의 형식을 넘어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아버지의 집밥'은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46분이다. 쿠키영상 없음.

mcy2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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