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로또 1등' 서현우, 안전한 놀이터 속 도장 깨기

이준혁과 완성한 팀워크…"현장 부부처럼 서로 챙겼죠"
"배우에게 승진은 없어…매 작품 새로운 시작"


배우 서현우가 <더팩트>와 만나 지난 13일 종영한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서현우에게 연기는 안전한 놀이터이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무대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마음껏 펼치는 공간이면서도, 익숙한 연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통해 한계를 넘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매 작품 자신에게 어려운 과제를 내고 하나씩 풀어가는 이른바 '도장 깨기'를 이어가는 이유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역시 서현우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자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서현우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극본·연출 윤영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영업 5팀 차장 양준호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하루하루를 버티던 영업 5팀 팀장 공은태가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사직서 대신 회사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13일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종영 후 약 10일이 지난 뒤 만난 서현우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만큼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아 신기하다. 윤영빈 감독님이 영리하게 연출해 주셔서 나 또한 시청자로서 객관적으로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고 밝혔다.

서현우는 공은태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영업 5팀 차장 양준호 역을 맡았다. 조직에 대한 불만을 팀장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인물로, 초반에는 대립각을 세우지만 점차 공은태의 조력자로 변한다.

서현우는 양준호의 감정을 단순한 반항이나 적대감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조직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인물의 마음이었다. 서현우는 "양준호가 대인관계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팀장과 꼬인 지점이 분명했다"며 "처음부터 누군가를 응징하겠다는 감정보다는 토라지고 삐진 정도로 표현해야 나중에 다시 한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처럼 일하는 분위기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양준호는 그걸 느끼지 못해 삐진 것 같다. 진급 누락도 겪었고 나이 어린 상사가 생겼으니 이유 있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라며 "초반에는 이직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팀장과 꼬인 지점이 해결되자 누구보다 강한 조력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에 작품 특유의 판타지를 더한 것도 양준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한 지점이다. 공은태에게 혼나면서 작게 욕을 내뱉는 장면도 그중 하나였다. 서현우는 실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자문한 결과, 현실에서는 상사 앞에서 그렇게까지 욕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작품 안에서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은태 팀장에게 혼나고 나지막하게 욕하는 모습이 양준호의 현실적인 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겠지만, 작품 속에서 제공할 수 있는 판타지나 대리만족도 있잖아요. 상상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코미디를 하되 현실 장면에서는 진중함과 유머 사이의 적절한 선을 찾으려 했어요."

배우 서현우가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양준호 역을 맡아 주인공의 대척점에서 조력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호평을 얻었다. /티빙

작품을 완성한 건 배우들의 호흡과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연출이었다. 서현우는 윤영빈 감독을 두고 배우들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대본에 충실하게 리허설을 진행하면서도 애드리브와 현장 아이디어를 열어뒀고, 배우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서현우는 "감독님이 카메라 앵글이나 미장센까지 굉장히 세밀하게 연구하신다. 현장에서 감탄한 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감독님이 그중에서 적절한 톤을 찾아주셨다. 나는 아이디어를 냈다기보다 잘 쓰인 감독님의 세계관을 거든 것 같다"며 웃었다.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공은태 역의 이준혁과는 촬영장 안팎에서 각별한 호흡을 나눴다. 서현우는 이준혁이 자신을 향해 고마움을 표현한 인터뷰를 읽고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작품을 대하는 가치관이 같았다. 이준혁 배우는 다양한 작품과 역할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넓은 시야가 있다"며 "둘이 현장에서 부부처럼 후배들과 스태프까지 챙겼다. 이준혁 배우는 내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람이 이준혁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 촬영이 끝나면 준혁이가 멀리서부터 뛰어와 '형, 오늘 연기 좋았다. 수고했다'며 안아줬어요. 전 촬영하며 남자 배우랑 이렇게 많이 얼싸안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웃음) 눈만 봐도 통하는 것 같은 무언의 소통이 있었죠. 서로에게 감사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준혁이의 말처럼 저야말로 잘돼서 무한대로 밥을 사주고 싶습니다."

영업 5팀을 함께 꾸린 후배 배우들과의 협업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서현우와 이준혁 등 선배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는 대사가 없는 배우에게 자신의 대사를 나눠주거나 장면이 더 풍성해질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서현우는 "누가 대사를 많이 하느냐보다 장면을 어떻게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했다. 후배들이었지만 오히려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배우 서현우가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이준혁과 동료 배우들을 언급했다. /티빙

배우로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다. 연극과 독립영화를 거치며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던 무명 시절은 양준호의 감정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결을 지녔다.

서현우는 "스스로는 충만해 있고 누군가 앞에서 연기를 시원하게 선보이고 싶은데 세상이 나를 알아주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었다. 좌절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라며 "다행히 포기하지 않은 동료들이 주변에 많았다. 변요한 이현욱 이동휘 류준열 이상희 김준한 등 또래 배우들과 무명 시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 으쌰으쌰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작품은 인생의 로또와도 같다. 서현우는 "사람을 만나는 게 로또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작품을 만나는 게 로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며 "날 더 성장하게 한 작품들이 내 인생의 로또인 것 같다. '악의 꽃'과 '남산의 부장들' '헤어질 결심' 등이 배우로서 내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줄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작업할 수 있는 힘이자 자양분"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성장에 있다. 서현우에게 연기는 자신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같은 방식만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되풀이하기보다 어렵고 낯선 인물을 만나 자신이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쪽을 택한다. 한편으로는 익숙한 역할을 반복하면 연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매 작품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하나씩 넘어서는 '도장 깨기'가 그가 연기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는 "점점 난도가 높은 역할을 선호한다. 어려워 보이는 인물을 해내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며 "한 번 호감을 얻었던 캐릭터에 심취하면 다음에도 비슷한 결의 역할만 찾게 될 수 있다. 그러면 정체되지 않을까. 스스로도 같은 결의 연기를 반복하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우 서현우가 <더팩트>와 만나 지난 13일 종영한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올해 특별출연을 포함해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비춘 것도 연기를 향한 갈증과 맞닿아 있다. 서현우는 특별출연이 오히려 난도가 높은 작업이라고 짚었다. 짧은 시간 안에 극에 영향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작인 '기프트'에서도 김우빈에게 시련을 안기는 인물로 특별출연한다. 그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이다. 양준호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 좋은 경험을 했다. 실제 야구장 마운드에도 올라가 보고 덕아웃에도 들어가 봤다"고 귀띔했다.

서현우의 답변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배우라는 직업에는 승진이 없다"는 말이었다. 단역에서 조연, 주연으로 올라가면 한 단계씩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 작품 새로운 직업과 인물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다시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작품에서 얻은 경험이 다음 작품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다음 도전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 셈이다.

서현우는 "한 작품을 공들여 해내면 다음에는 수월할 줄 알았는데 다시 새로운 게 온다. 새로운 직업군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며 "어느덧 현장에 가면 후배들이 있다. 이제는 후배들과 어떻게 협업하고, 그들 앞에서 어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지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멜로다. 서현우는 "화려한 미장센이나 기술적인 연기보다 감정이 깊게 요동치는 어른 멜로를 해보고 싶다"며 "여자 주인공과 직접적인 스킨십이 많지 않은데도 그리움과 애틋함, 미안함 같은 정서가 명확한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멜로를 꼭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직장인으로서 본격적으로 맛을 봤어요. 현실의 직장인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회사생활을 하며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힘들게 하루하루 출근하는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며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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