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생일 UFC 백악관 개최, 청와대 스포츠 행사는?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6월 14일 ‘UFC 프리덤 250’ 백악관 개최
백악관의 유구한 스포츠 역사 
‘스포츠의 사회통합 가치’ 한국은 아직


'UFC 프리덤 250'의 홍보 이미지. / UFC홈페이지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껏 없었던 스타일의 미국 대통령이죠. 그런데 스포츠에서도 이제껏 없었던 족적을 남기게 됐습니다. 인기 격투기단체 UFC는 지난 3월 7일(한국시간) 대회(UFC326) 생중계 도중 오는 6월 14일 개최되는 백악관 이벤트의 대진표를 공개했습니다. 미국 독립 250주년과 트럼프의 80세 생일(1946년 6월 14일)을 기념하는 ‘백악관 UFC 대회’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공식 명칭은 ‘UFC 프리덤(자유) 250’. 일리아 토푸리아(독일)-저스틴 게이치(미국)의 라이트급 통합타이틀전,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시릴 가네(프랑스)의 헤비급 잠정 타이틀전 등 6개의 빅매치가 열립니다.

# 존 존스, 코너 맥그리거 등 기대를 모았던 슈퍼스타들이 빠지면서 예상보다 흥행파워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상 최초로 인기 프로스포츠가 백악관에서 열린다는 화제성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미국 주요 언론의 보도를 보면 옥타곤(UFC의 링)은 백악관 남쪽 잔디마당에 설치되고, 출전선수들은 ‘오벌 오피스’로 불리는 대통령집무실에서 나와 입장하는 연출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백악관의 현장 관중은 초청된 3,000~4,000명이고, 인근 엘립스 공원에는 약 8만 5,000명의 인파가 운집해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람할 예정입니다. 이 행사를 위해 G7 정상회담 날짜까지 늦춘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도 없었고 다시는 없을 엄청난 행사"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년 지기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이번 행사에 6,0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투입한다며 흥행대박을 자신합니다.

백악관 남쪽 잔디마당에 옥타곤을 합성한 이미지. 백악관의 이 장소는 아이스링크, T볼 경기장 등으로 쓰인 바 있다. / 챗gpt

# 가장 강력한 정치권력을 지닌 백악관은 스포츠와 어떤 인연이 있을까요? 스포츠팀(스타)의 방문, 백악관 내 스포츠시설, 스포츠 이벤트 개최, 이렇게 3가지로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백악관 방문은 1865년 당시 아마추어 야구팀인 워싱턴 내서널스와 브루클린 애틀랜틱스가 앤드류 존슨 대통령을 만난 것이 최초입니다.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팀(1924년 워싱턴 세너터스), NBA 챔피언(1963년 보스턴 셀틱스), NCAA 챔피언(1976년 인디애나 대학), 슈퍼볼 우승팀(1980년 피츠버그 스틸러스), NHL 챔피언(1991년 피츠버그 펭귄스) 등 주요 인기스포츠로 확장됐습니다. 이외에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올림픽 우승자 등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이 백악관에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 보스턴 레드삭스와 LA다저스의 일부선수들이 인종차별 및 이민정책에 반감을 표하며 백악관행을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 백악관의 스포츠시설은 어떨까요? 백악관(면적 2만2082평, 건물 1,542평)이 넓다고 해도, 야구나 미식축구 경기장을 설치하기는 어렵지요. 미국매체 <스포츠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생활체육(recreational sports) 차원에서, 역대 대통령의 취향에 맟춰 스포츠시설을 갖췄다고 합니다. 190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때 웨스트윙 근처에 테니스 코트가 건설됐습니다. 이 테니스 코트는 농구마니아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선을 그어 농구코트로 쓰였습니다. 1947년 트루먼 대통령 때 볼링 레인이 실내에 설치됐고, 37대 대통령 리차드 닉슨은 볼링 마니아로 이를 애용했습니다. 오는 6월 UFC 대회가 열리는 남쪽 잔디마당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2023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남쪽 잔디마당에 임시 아이스링크를 설치했습니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에는 이 장소가 T볼 게임을 위한 임시 경기장으로 쓰였습니다.

오는 6월 14일(현지시간) 열리는 'UFC 프리덤 250'의 대진표. 총 6개의 빅매치가 열린다. / 위키피디아

# 세 번째로 백악관의 스포츠이벤트는 공간적인 제한, 그리고 경호 등의 이유로 개최 자체가 어렵습니다. 앞서 설명한 아이스링크에서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페기 플레밍이 휴일 파티 때 시범공연을 하고, NHL 소속 선수들이 레슨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보다 진화된 것은 남쪽 잔디마당에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백악관 티볼 이니셔티브’라는 명칭으로 T볼 경기가 열린 것입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 출신인 조지 W 부시가 야구광인 까닭에 칼 립켄 주니어, 놀런 라이언 등 레전드를 초청해 야구와 소프트볼 홍보를 위한 대규모 청소년 티볼행사를 연 것입니다.

# 어떻습니까? 트럼프의 ‘UFC 프리덤 250’은 백악관의 기존 스포츠전통을 작아 보이기에 만드는 획기적인 이벤트인 겁니다. 스포츠스타의 초청, 혹은 시범경기나 자선행사를 넘어 인기 프로스포츠 이벤트를 백악관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겁니다. 이는 트럼프가 ‘역사상 가장 화려한 건국 250주년 행사’를 열겠다는 의지의 핵심요소입니다. 스포츠 외에도 트럼프는 워싱턴DC의 한복판에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과 닮은 ‘워싱턴 개선문’을 건축하고, 7월 4일 기념행사를 위해 해외 미국사관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비당파 조직인 ‘프리덤 250’이라는 단체도 만들었지요. 6월 14일은 트럼프의 생일이면서, 공교롭게도 미국 ‘국기의 날(flag day)’입니다. 1777년 대륙회의가 성조기 디자인을 채택한 날이죠.

# 한국은 어떨까요? 먼저 청와대에서 스포츠이벤트가 열린 적은 ‘당연하게도’ 없습니다. 또 체육시설이라고 부를 만한 곳도 딱히 없습니다.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연무관에 수영장 및 트레이닝 시설이 있다고 합니다. 테니스 코트는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를 가끔 청와대로 불러 경기를 즐겼으니까요. 청와대가 백악관보다 4배 정도 큰 땅을 쓰고 있기에 좀 아쉬운 대목입니다. 스포츠팀의 방문도 밋밋합니다.

국민적 관심을 끈 올림픽, 월드컵, WBC 대표선수들이 초청된 적은 있지만 미국의 관례인 프로스포츠 우승팀의 방문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러 보도가 나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축구 구단주(성남FC) 출신 첫 대통령’이라는 의미부여는 억지스럽습니다. "나라가 분열되어 있을 때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017년 1월, 시카고 컵스(월드시리즈 우승팀)의 백악관 초청행사 때 언급한 스포츠의 가치는 울림이 큽니다. 좌충우돌 트럼프도 이를 잘 활용하는 듯합니다.

2025년 6월 UFC 316 대회의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오른쪽)과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20년 지기인 둘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 회장은 'UFC 프리덤 250'에 6,0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투자하면서도 수익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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