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리 코다, 다시 '넘사벽' 되다...5개 대회 연속 TOP2 [박호윤의 IN&OUT]

우승-준우승-준우승-준우승-우승, 소렌스탐-웹과 닮은꼴
올해 단 2명에게만 패배, 세계 1위 복귀
명예의 전당, 연내 입성 가능


넬리 코다가 쉐브론챔피언십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뒤 트로피를 치켜 들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세계 여자골프가 다시 넬리 코다(27 미국)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코다는 지난 27일 끝난 시즌 첫 메이저대회 쉐브론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압도적 지배력을 과시하며 정상(합계 18언더파 272타)에 올랐다. 시즌 두번째 우승이자 통산 17승째이고 메이저 타이틀은 세 번째다. 첫날 7언더파로 출발한 뒤 단 한차례도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치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며 2위와는 무려 5타차의 완벽한 승리다.

더욱 놀라운 것은 흐름이다. 올들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우승-준우승-준우승-준우승-우승이라는 경이로운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노 티띠꾼(태국)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아직 전체의 30%를 밑도는 9개 대회만 진행된 상태지만 자신이 출전한 5개대회 평균 타수가 68.11타다. 2위인 김효주(68.92타)와도 대회당 3타 이상의 차를 보일 만큼 비교불가 페이스다.

코다(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쉐브론챔피언십 우승 직후 언니인 제시카 코다 및 조카(가운데) 등과 함께 물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P.뉴시스

#시즌 초 5연속 TOP2 : 전설의 소렌스탐과 웹을 소환

LPGA투어 역대 최고의 레전드로 꼽히는 선수로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캐리 웹(호주)을 들 수 있다. 이번 코다의 5개 대회 연속 우승 또는 준우승이라는 ‘비현실적 행진’은 2000년 대 초반, 전성기적의 이들과 깜짝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웹은 2000년 시즌 개막전 디 오피스디포 우승을 시작으로 초반 5경기서 우승-우승-우승-준우승-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그 다섯번째 대회가 쉐브론챔피언십의 전신인 나비스코챔피언십이었는데, 이 때 올해의 코다처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함께 2위(도티 페퍼)를 무려 10타차로 제친 바 있다. 웹은 2000년 시즌에만 메이저 2승 포함, 7승을 올린 바 있고, 생애 통산 41승(메이저 7승)과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다.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 현재의 5대 메이저 시스템에서 서로 다른 4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할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 5개의 메이저를 모두 우승을 할 경우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칭한다. 웹의 경우 1999년 두모리에 클래식에서 자신의 첫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는데 이 대회가 2000년 까지 개최되다 담배 회사의 스폰서 금지 규정 도입으로 없어진 이후 그 자리를 대체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2002년 또 다시 우승, 5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인정돼 유일한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로 등재돼 있다.)

소렌스탐도 2001년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준우승-준우승-우승-우승-우승을 기록하며 웹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하와이 2개 대회(다케후지클래식, 컵누들스하와이여자오픈)에서 연속 준우승한 소렌스탐은 이후 웰치스서클K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스탠다드레지스터핑, 나비스코챔피언십 등 잇달아 3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 스탠다드레지스터핑 2라운드서 그 유명한 13언더파 59타의 18홀 최소타 기록을 세운다. 소렌스탐은 나비스코 우승에 이어진 디 오피스디포 마저 우승, 4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소렌스탐은 2001년에만 8승을 기록했고, 생애 통산 72승의 그랜드슬래머이자 명예의 전당 헌액자다.

김효주(오른쪽)가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뒤 경쟁을 펼쳤던 코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효주는 2주 연속 코다를 꺾고 우승한 바 있어 올시즌 코다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다./AP.뉴시스

#5개 대회 출전해 단 2명에게만 졌다 : 김효주와 로렌 코플린

올해 투어에서 코다를 이긴 선수는 단 두 명 뿐이다. 파운더스컵과 포드챔피언십에서 코다와 잇달아 매치 플레이 같은 최종 라운드를 펼쳐 연속 우승한 김효주가 그 중 한 명이고, 아람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코다를 2위로 밀어 낸 로렌 코글린(미국)이 또 다른 한 명이다. 그 외의 대회에서는 코다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 대회 당 130~140명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자신의 출전 대회 숫자 보다 자신을 이긴 선수가 적다는 사실, 이 기묘한 통계는 단순한 호조가 아니라 ‘투어 전체를 상대로 한 엄청난 지배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68.11타의 미학 : 무결점 골프의 완성

현재 코다의 행보 중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68.11타라는 시즌 평균 타수다. 물론 아직 70% 정도의 시즌이 더 남아 있어 다소 섣부를 수 있겠으나 변화무쌍한 코스에서, 그리고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다툼 중에 매 라운드 4타 가까이 줄여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샷 감이 얼마나 절정인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장타력과 컴퓨터 같은 아이언 샷을 겸비하고 있고 고비를 넘기는 회복 탄력성까지 갖추고 있어 특별한 약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LPGA투어에서 시즌 평균 타수 70타 벽이 깨진 것은 1998년. 소렌스탐이 69.99타를 기록, 당시까지만 해도 여자골프에서 만큼은 ‘마의 벽’으로 칭해지던 70타를 넘어섰다. 이듬해 웹이 69.43타로 이를 대폭 낮추며 새로운 기록을 세우자 2년 뒤인 2001년, 이에 질세라 소렌스탐이 69.42타로 경신한 뒤 이듬해인 2002년에는 68.70타로 마침내 68타 시대를 열어 제쳤다.

이 기록은 이후 15년간 난공불락의 스코어로 존재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 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든 2020년 김세영이 68.69타(9경기, 35라운드)를 기록하며 이 벽을 넘어 섰고 지난해 지노 티띠꾼이 68.68타로 김세영의 기록을 능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코다가 향후 현재의 페이스를 얼마만큼 더 끌고 갈지 모르나 역대 최저타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사상 첫 67타대 스코어도 기대해 볼 만한 하다.

코다가 우승을 확정짓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양팔을 벌리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AP.뉴시스

#명예의 전당까지 단 5점 : 이미 문 앞에 도달했다

코다는 이번 쉐브론챔피언십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포인트 2점을 추가, 자동 입성 기준인 27점까지 단 5점만을 남겨 놓고 있다. 1승에 1점, 메이저 우승 2점, 올림픽 금메달 1점, 그리고 올해의 선수나 베어트로피(평균타수상)도 1점씩 주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연내 달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페이스라면 올해의 선수와 베어트로피 수상이 유력한데다 일반 대회 3승 추가나, 메이저 1승+일반대회 1승이면 27점을 채울 수 있다. 결국 코다의 명예의 전당 입성 문제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가장 최근 입성자인 리디아 고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춘 바 있다.

지금의 넬리 코다에게 던질 질문은 많지 않다. 이미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지배 방식을 증명했고, 세계랭킹 1위도 되찾았으며 기록과 각종 수치에서 투어의 기준점이 됐다. 이제 변수는 하나다. 김효주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시즌 내내 코다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수 있을 지, 그리고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윤이나, 황유민 등 K골프의 신진 세력들이 이 구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다.

넬리 코다의 시대는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흐릿해 졌던 중심이 다시 또렷해 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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