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왜 감독이 되면 흔들리나...이상민 vs 손창환, '속설'을 뒤집을 KBL 결승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스타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외서 보편성 획득한 스포츠계 속설
정반대 ‘손창환 vs 이상민’ 감독대결


지난 5월 5일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의 전경. 두 팀의 대결은 프로농구 역사에서 이제껏 없었던 하위팀 반란 드라마의 마침표다. 그리고 이 승부에서는 성공한 감독에 대한 스포츠계의 오랜 속설이 검증을 받는다. / 뉴시스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스포츠에는 오래된 속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타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것이죠. 영어권에서도 ‘스타선수라고 자동적으로 성공한 코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A star player does not automatically make a succesful coach)’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보편성을 갖춘 듯합니다. 실제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종목별로 최고의 스타가 명지도자가 된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반면 선수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거나, 조연 정도에 그쳤던 선수가 지도자로 대성한 경우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 외국 사례를 보면 축구에서 월드컵 우승(1966년)을 이끈 잉글랜드의 전설 바비 찰튼 경(2023년 86세로 타계)은 선수로 21번이나 우승했지만 지도자로는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로이 킨(54세 아일랜드)의 우승도 선수 19회 vs 지도자 1회로 큰 차이가 납니다. 디에고 마라도나(2020년 60세로 타계)도 선수로 12번이나 정상에 올랐지만 지도자 우승횟수는 제로입니다.

NBA의 래리 버드(챔피언십 3회 우승)와 NHL의 웨인 그레츠키(스탠리컵 4회)도 지도자로는 우승이 없습니다. 맨유의 2000년대 황금기를 이끌었던 웨인 루니, NBA MVP 2회에 빛나는 ‘캐나다의 농구전설’ 스티브 내시도 지도자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성공한 케이스는 찾기가 힘든데, 챔피언스리그 3연속 우승의 지네딘 지단 정도가 확실하게 스타플레이어의 저주를 깼습니다.

# 슈퍼스타와 성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다소 불분명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경향은 국내에서도 확인됩니다. 프로야구에서 김성한, 김시진, 이승엽, 양준혁 등은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축구의 차범근도 1998년 월드컵 도중 경질이라는 망신을 당했을 정도로 선수시절만큼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했죠. 홍명보 현 축구국가대표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각광을 받았으나 지금은 ‘국민 욕받이’로 전락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슈터’였던 농구의 이충희, ‘농구대통령’ 허재, ‘매직히포’ 현주엽 등도 지도자로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성공한 지도자가 된 스타플레어로는 일부 논쟁이 예상되지만 허정무(축구), 선동열, 김재박(이상 야구), 신선우, 유재학(이상 농구), 김호철(배구)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4월 2일 평가전 2연패를 마치고 귀국한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인터뷰하는 모습. '영원한 리베로'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스타플레이였고, 지도자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불투명한 대표팀 감독 선임, 이어진 성적 부진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 더팩트 DB

# 반면 국내외를 통틀어 무명선수, 혹은 최고의 선수가 아니었던 이들이 지도자로 성공한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조세 무리뉴(축구), 필 잭슨(농구), 박항서(축구), 신치용(배구) 등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어디서 군생활(선수생활)을 했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핫한 축구의 이정효(수원삼성), 야구의 염경엽(LG트윈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인기종목도 다수의 사례가 있는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한국 탁구의 메달(동메달 2개)을 가져온 이도 선수경력이 일천한 오광한 감독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기억에 남는 멘트가 있습니다. 국내 농구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으로 꼽히는 유재학 현 KBL 경기본부장은 지도자 시절 "이름으로 농구하는 것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 이 속설의 원인은 워낙 자명한 까닭에 자세한 분석은 생략하겠습니다. 다수의 언론보도와 관련 연구도 있습니다. 압축하자면 기본적으로 선수와 지도자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고, "이 간단한 걸 왜 못하니?"라는 ‘짤’처럼 선수시절 최고의 플레이는 오히려 가르칠 때 독이 된다는 점입니다. 한 원로체육인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 굳이 기준을 따지자면 국민들로부터 ‘까방권’을 획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들은 은퇴 후 자신을 위해,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도 현장 지도자보다는 다른 길을 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경제력을 갖춘 만큼 아예 다른 분야에 도전하거나, 스포츠인 경우는 행정가나, 교육자, 주니어육성 등에 주력하는 편이 낫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박지성, 김연아, 안정환, 서장훈, 장미란 등은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프로농구(KBL)의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입니다. 정규리그 1~4위 팀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5위 고양 소노와 6위 부산 KCC가 격돌하고 있습니다. 어느 팀이 우승해도 역사에 남을 언더독의 반란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팀의 사령탑은 철저하게 무명이었던 손창환(소노)과 현역시절 최고의 인기스타 이상민(KCC)입니다. 손창환 감독은 추일승, 전창진 감독에 이어 ‘무명선수의 지도자 성공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코치시절 어려운 팀 상황에 막노동을 해서 선수들을 지원한 것은 유명한 일화죠.

그 반대편에서 이상민 감독은 지도자로 그간의 부진을 딛고 ‘속설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슈퍼팀 KCC의 이상민 감독이 좋습니다. 원정에서 먼저 2승을 따냈으니까요. 당초 7차전까지 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았던 까닭에 남은 시리즈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과에 상관 없이, 정반대 리더십의 감독 대전이 제법 흥미롭습니다.

지난 5월 1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참석한 손창환(왼쪽) 소노 감독과 이상민 KCC 감독. 무명감독의 신화? 스타감독의 부활? 이들의 대결은 나름 상징성을 갖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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