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캡틴도 못 버틴 '살인 일정'…손흥민 향한 경고음 커진다 [박순규의 창]

14일 2026 MLS 13라운드 세인트루이스 2-1 LAFC
'원톱' 손흥민 풀타임...리그 1호골은 또 '연기'


LAFC의 손흥민이 14일 세인트루이스와 2026 MLS 13라운드에서 풀타임 출전했으나 팀의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울려 퍼진 종료 휘슬은 LAFC에 냉혹한 현실을 각인시켰다. 14일 오전(한국 시간) 열린 2026 MLS 13라운드에서 LAFC는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에 1-2로 패했다.

창단 이후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7경기 무패(5승 2무)를 달리던 ‘천적’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었다. 공식전 3연패이자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하던 ‘캡틴’ 손흥민(33)이 버티고 있음에도 팀의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은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리그 마수걸이 포를 가동하지 못한 손흥민을 ‘원톱’으로 전진 배치했다. 올 시즌 조력자로 어시스트 부문 리그 1위(8개)를 기록 중인 손흥민에게 공격 2선에서의 활약보다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원톱 손흥민’의 파괴력은 살아나지 않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슈팅 찬스에서의 주저함이다. 평소라면 거침없이 골문을 겨냥했을 위치에서도 손흥민은 한 박자 늦은 판단을 보이거나 패스 길을 찾았다. 이는 단순한 컨디션 난조를 넘어선, 극심한 체력 저하가 불러온 ‘판단력의 지연'으로 읽힌다.

‘강노지말(强弩之末)’이라 했다. 강력한 활에서 쏜 화살도 거리가 멀어지면 비단 한 장 뚫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 시즌 공식전 18경기에서 15개의 도움을 올리며 헌신해온 손흥민이지만, 평균 3.5일마다 치러지는 살인적인 일정 앞에 그 강력했던 화살촉도 무뎌지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 전역을 오가는 콘카카프 챔피언스컵 여정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폭발적인 스프린트는 줄었고 수비수와의 경합에선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스 산토스 감독이 "챔피언스컵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토로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스포츠 심리학의 대가 보브 로텔라(Bob Rotella)는 그의 저서에서 "자신감은 과거의 성취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에너지 상태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슈팅 기회에서 머뭇거리는 이유는 골 결정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본능적인 불안감의 발로다. 2025시즌 이곳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던 기억조차 무거운 다리를 가볍게 만들지는 못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팀의 에이스는 위기 때 빛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 손흥민에게 필요한 것은 투혼이 아니라 ‘휴식’과 ‘정비’다. ‘일보후퇴 만보전진(一步後退 萬步前進)’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3연패의 늪에 빠진 LAFC가 오는 17일 내슈빌 원정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LAFC의 무너진 수비 조직력(최근 3경기 10실점)과 손흥민의 득점 가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전방에서 압박과 득점을 책임져야 할 핵심 자원이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며 공수 밸런스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스타의 몰락은 대개 ‘자신 과잉’이나 ‘휴식 결핍’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이라는 위대한 자산을 보호하고, 팀을 다시 서부 컨퍼런스 선두권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도스 산토스 감독의 용단이 필요하다. 캡틴의 침묵이 장기화하기 전, 그가 다시 날카로운 화살촉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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