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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값진 승점 3점을 얻었다. 경기 결과도 의미 있었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수들의 몸에 배어 있는 축구의 기본기였다.
선발로 나선 이강인과 이태석은 어린 시절 KBS '날아라 슛돌이' 3기 출신으로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선수들이다. 후반전 황인범이 터뜨린 감각적인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골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익혀온 움직임과 판단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이다. 요즘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현재 프로축구 유스팀 출신으로 프로축구연맹의 지속적인 유소년 축구 육성의 결과다.
축구는 재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기본기를 배우고 성장하느냐가 선수의 미래를 결정한다.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며 다시 한번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최근 전남 영광을 방문하며 이러한 생각을 더욱 깊이 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영광을 떠올리면 먼저 법성포 굴비를 생각한다. 오랜 세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자 자랑거리다. 그러나 영광에는 이제 또 하나의 가능성이 싹트고 있다. 바로 축구다.
영광축구센터를 찾은 날, 재선에 성공한 장세일 영광군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직접 운동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초·중·고 선수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과 관심 속에서 지역 축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행정이 체육과 손을 맞잡고 유소년 육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역 스포츠는 분명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
1980년대 초 한국 축구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본다. 당시 김정남 감독을 중심으로 정해원, 이태호, 이태엽, 황석근, 그리고 나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이 됐다. 이후 변병주, 박경훈, 정종수 등이 가세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우리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을 향한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었다.
그 시절 선수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특별한 기술과 개성, 그리고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돈이나 명성보다 태극마크의 가치가 더 중요했던 시대였다. 그런 토대 위에서 한국 축구는 성장했고, 오늘날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번 영광 방문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영광FC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의 열정이었다. 수도권에서 오랜 지도자 생활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와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는 이태엽 총감독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줬다. 나이를 잊은 채 운동장을 누비며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에서는 한국 축구를 지탱해 온 현장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영광FC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태엽은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슈팅 능력만큼은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 역시 그의 슈팅 장면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선수들은 돈이나 명성보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명예를 더 소중하게 여겼고, 운동장에서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했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들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으며, 한국축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오랜 지도자 생활을 수도권에서 이어온 그는 현재 고향 영광으로 돌아와 영광FC 총감독으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젊은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30대 젊은 지도자들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고향에서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어린 선수들의 꿈을 키워주는 모습은 참으로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씨앗들이 앞으로 영광 축구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영광FC 초대 단장 박용구 단장, 영광군스포츠클럽 정종택 사무국장 등 지역 축구인들과 나눈 대화 역시 뜻깊었다. 지역 축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진심은 하나였다. 좋은 환경을 만들고,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결국 유소년 육성에 달려 있다. 이강인과 이태석, 황인범, 오현규처럼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성장한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영광 역시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지금 운동장에서 흘리는 아이들의 땀방울이 언젠가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굴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영광이 앞으로는 '축구의 고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지역의 관심과 행정의 지원, 그리고 현장의 열정이 함께한다면 결코 꿈만은 아니다.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미래의 국가대표가 영광의 운동장에서 탄생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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