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붕괴’의 비극, 월드컵 참사…스포츠에서 ‘시스템’의 가치는 [김대호의 야구생각]

'시스템' 거부한 축협,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결말
프로야구도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 이어져
양궁의 '공정 시스템' 배워야


서울역사에서 시민들이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된 소식을 전하는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국가적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냈다. 국민은 묻는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어떤 발전을 했는지.’ ‘1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대한민국 국민은 왜 매번 월드컵만 되면 희망 고문을 당하고, 좌절해야 하는지 묻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축구협회의 ‘시스템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시스템’의 사전적 의미는 통일된 전체를 형성하기 위한 일련의 규칙을 일컫는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관된 질서, 계통, 체계를 말한다. ‘시스템’은 국가와 기업, 학계 그리고 스포츠에서 폭넓게 통용된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개인의 능력 보다 조직의 체계가 중요하다. ‘시스템’은 조직을 끌고 가는 ‘원칙’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상식을 거부했다. 수십 년째 특정 대학 출신이 협회를 장악하고 있다. 무능한 감독을 단지 특정 대학을 졸업했단 이유로 선임한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으면서도 우리만의 경기 운영 철학, 즉 ‘시스템’이 없다. 감독에 따라 경기 운영이 완전히 달라진다. 감독이 바뀌면 어렵게 쌓아 올린 노하우는 폐기된다. 이러니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제 자리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스템' 없는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이 지적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스템’은 지속성이 생명이다. 프로야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팀들은 ‘시스템’ 운영을 표방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에도 하위권(8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키움 히어로즈 같이 ‘스몰 마켓’이 아니다. FA 영입에 통 큰 투자도 했고, 프런트 쇄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럼에도 10년 가까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건 구조적 문제다. 롯데는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감독을 교체했다. 타력이 약하면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을 모셔 오고, 성적이 떨어지면 우승 경험이 많은 감독을 영입했다. 외국인 감독도 데려왔다. 여기에 ‘시스템’이 설 자리는 없다. 기다릴 여유가 없다. 팀 창단 45년이 됐는데 팀이 방향성을 정리해 놓은 ‘매뉴얼’도 없다.

롯데뿐 아니다. 모든 구단이 실패를 하면 해법을 찾는다. 변치 않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 선수 선발과 육성, 관리 그리고 기술 분석과 훈련 방식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든다. 하지만 구단 고위층이 바뀌고 새로운 지도자가 들어오면 이전 ‘시스템’은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실패→변화의 반복이다.

한국 양궁은 공정한 선수 선발 시스템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최강이다.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10연패의 대기록을 세웠다. 2025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모습. /뉴시스

한국 양궁에서 해답을 찾아본다. 한국 여자양궁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단체전 10연패를 했다. 올림픽 역사에 유례가 없는 대기록이다. 우리가 ‘주몽’의 후예여서가 아니다. 양궁 인구는 초·중·고·실업 선수를 모두 합쳐 2000명 안팎이다. 인기 종목과 비교해 저변이 턱없이 좁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양궁이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한국 양궁이 비약적 발전을 한 건 학연, 인맥, 특혜를 원천 봉쇄한 ‘공정한 시스템’에 기인한다. 대표 선발전엔 전 대회 성적에 대한 배려가 없다. 6개월 동안 화살 4000발을 쏴 오직 성적대로 선발한다. 올림픽 3관왕도 탈락한다. 여기에 우리만의 선수 개인별 맞춤 전략이 한몫한다.

한국 스포츠는 최근 들어 라이벌 일본에 크게 밀리고 있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구기 종목에서 뒤처진 지 오래됐다.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선 격차가 더 크다. 우리가 앞섰던 동계 종목에서도 뒤진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의 ‘시스템 축구’에 큰 자극을 받았다. ‘시스템’ 없는 스포츠는 사상누각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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