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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4승은 내가 먼저 하고 싶다."
꼭 일주일 전 서교림이 한 말이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다. 하필이면 상대는 또 김민솔이었다. 이번에는 메이저 무대에서 72홀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이 필요했다.
KLPGA 투어를 달구고 있는 스무 살 동갑내기들의 ‘솔림대전’이 점입가경이다. 서교림은 23일 포천힐스CC에서 끝난 BC카드·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에서 김민솔과 연장 승부 끝에 정상에 올랐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김민솔을 따돌렸다.
시즌 4승. 김민솔에 앞서 네 번째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던 선수가 불과 1년 만에 KLPGA 투어 최다승 선두가 됐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까지 더했다.
그 과정이 극적이었다. 서교림은 3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기록해 김민솔에게 3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4승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최종일 서교림이 흔들리는 사이 김민솔이 따라붙었고 급기야 선두까지 빼앗았다. 한때 김민솔의 역전 우승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였다.
지난주와 닮았으면서도 또 다른 승부였다. 지난 16일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김민솔이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시작해 한때 2타 차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서교림이 마지막 날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3타 차를 뒤집었다. 김민솔은 14번홀 더블보기에 발목을 잡혔고 서교림이 2타 차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3승으로 김민솔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서교림은 그날 "민솔이가 1승도, 2승도, 3승도 먼저 했으니 4승은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일주일 만에 현실이 됐다. 더구나 이번에는 김민솔에게 역전을 허용했다가 다시 따라잡아 연장전에서 이겼다. 지난주에는 뒤에서 쫓아가 뒤집었고 이번에는 쫓기고, 추월당하고, 다시 따라잡아 이겼다.

2주 동안 우승과 준우승 자리에는 똑같은 두 이름이 있었다. 서교림과 김민솔.
시즌 초반에는 김민솔이 앞서갔다. 4월 iM금융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뒤 한국여자오픈과 맥콜·모나 용평오픈까지 제패하며 가장 먼저 시즌 3승에 도달했다. 상금과 대상, 다승, 신인상 등 주요 타이틀의 선두를 휩쓸었다.
국가대표 동기 서교림이 이에 질세라 따라붙었다.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뒤 2주 만에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를 제패했고, 지난주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을 거두며 마침내 김민솔과 승수를 맞췄다. 지난 대회가 끝난 뒤에는 대상 포인트와 평균타수에서도 김민솔을 추월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수에서도 앞섰다.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의미도 크다. 올 시즌 첫 메이저인 한국여자오픈의 주인공은 김민솔이었다. 김민솔이 이번 KLPGA 챔피언십까지 가져갔다면 시즌 첫 두 메이저를 독식할 수 있었다. 그걸 서교림이 막았다. 이제 2026년 첫 번째 메이저는 김민솔, 두 번째 메이저는 서교림의 몫이 됐다. 주요 타이틀뿐 아니라 메이저 타이틀도 둘이 하나씩 나눠 가졌다.
상금왕 경쟁은 믿기 힘들 만큼 팽팽해졌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김민솔은 11억2162만9428원으로 상금 1위, 서교림은 10억1676만6000원으로 2위였다. 서교림은 우승상금 2억7000만원을 받았다. 김민솔이 받은 단독 2위 상금은 1억6500만원이다.

이를 더하면 서교림은 12억8676만6000원, 김민솔은 12억8662만9428원이 된다. 차이는 고작 13만6572원이다. 이 숫자만큼 지금의 ‘솔림대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기록도 없다.
둘의 인연을 생각하면 경쟁은 더욱 흥미롭다. 2006년생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던 동기다. 세계 아마추어팀선수권에서 힘을 합쳐 우승하기도 했다. 서로를 잘 아는 친구이면서 이제는 KLPGA 투어의 가장 큰 타이틀을 놓고 싸우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지난해 서교림은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다.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면서도 정상에는 한 번도 서지 못해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하지만 올해 첫 승을 거둔 뒤 불과 석 달도 되지 않아 벌써 네 개의 우승컵을 쌓았다. 4승 가운데 최근 2승은 김민솔을 직접 넘어 얻었다. 그것도 하나는 최종일 3타 차 역전승, 하나는 메이저 연장 승부였다.
시즌 1승은 김민솔이 먼저 했고, 2승도, 3승째도 김민솔이 먼저였다. 그러나 4승은 서교림이 먼저였다. 그렇다고 승부가 기울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상금 차는 불과13만여 원이다. 대상과 평균타수에서는 서교림이 앞서지만 김민솔은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고 이미 메이저 우승도 하나 갖고 있다.
이번 연장 승부가 보여준 것은 누가 더 강한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도 쉽게 달아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 명이 달아나는 듯하면 다른 한 명이 따라붙는다. 한 명이 기준을 높이면 다른 한 명이 다시 그 위를 넘본다.
그래서 ‘솔림대전’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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