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초 마법' 이강인 킬패스, 맨유 무너뜨렸다...아틀레티코 UCL 첫승

이강인, 14일 2026~27 UCL 2라운드 맨유전 투톱 선발 61분 활약…30m 전진 패스로 선제골 기점
아틀레티코 2-0 승리, UCL 첫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강인이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6~2027 UCL 리그 페이즈 2라운드 홈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이강인은 킥오프 51초 만에 선제골 기점 패스로 존재감을 보였다./마드리드(스페인)=AP 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골은 동료가 넣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를 무너뜨린 것은 이강인(25)의 날카로운 왼발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새로운 7번 이강인이 킥오프 51초 만에 상대 수비라인을 단번에 허무는 환상적인 전진 패스로 결승골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공식 도움은 아니었지만, 승부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강인은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2026~202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2라운드 홈 경기에서 훌리안 알바레스와 투톱으로 선발 출전, 전반 1분 파블로 바리오스의 결승골을 이끄는 기점 패스로 아틀레티코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달 리버풀 원정에서 1-2로 패했던 아틀레티코는 바리오스의 선제골과 후반 34분 아데몰라 루크먼의 추가골에 힘입어 맨유를 2-0으로 제압하며 이번 시즌 UCL 첫 승리를 신고했다. UCL 1라운드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사바 FK(Sabah FK)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며 기분좋게 출발한 맨유는 아틀레티코에 덜미를 잡히며 1승1패를 기록했다.

이강인은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공격 전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승부를 가른 장면은 전반 시작 51초 만에 나왔다. 하프라인 아래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상대 수비진의 움직임을 살핀 뒤 지체 없이 왼발로 약 30m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다. 맨유의 수비라인을 한 번에 무력화하는 절묘한 패스였다. 공을 이어받은 알바레스는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페널티지역 안으로 쇄도하는 바리오스에게 연결했다.

바리오스가 오른발로 마무리한 슛은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킥오프 후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터진 선제골이었다.

아틀레티코의 14일 맨유와 2026~27 UCL 리그 페이즈 2라운드 선발 명단./아틀레티코

공식 기록은 바리오스의 득점과 알바레스의 도움이다. 그러나 촘촘하게 형성된 맨유 수비진의 균형을 처음 깨뜨린 것은 이강인의 공간 침투 패스였다. 득점으로 직접 기록되지 않는 움직임과 패스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날 이강인을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했다. 알바레스와 호흡을 맞춘 이강인은 전방에만 머물지 않았다. 수시로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내고 동료에게 연결하면서 공격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했다.

이강인은 전반 45분 동안 33차례 볼을 터치하며 26차례 패스 중 25차례를 성공시켰다. 패스 정확도는 무려 96%였다. 긴 패스도 두 차례 모두 성공시켰다.

아틀레티코가 전반 볼 점유율 66%를 기록하며 맨유를 압도하는 과정에서 이강인의 안정적인 볼 배급과 창의적인 전진 패스가 돋보였다. 단순히 공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는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이강인은 아틀레티코가 1-0으로 앞선 후반 16분 조너선 데이비드와 교체되며 61분간의 활약을 마쳤다. 시메오네 감독은 1-0 리드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강인과 선제골의 주인공 바리오스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데이비드와 마르크 푸빌을 투입하며 수비 밸런스를 강화했다. 이후 아틀레티코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1점 차 리드를 지키다 루크먼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확정했다. 이강인은 이날 45차례 볼 터치를 기록했고, 패스 35차례 중 32차례를 성공시켜 91%의 정확도를 보였다. 상대 진영 패스 성공률은 92%(22/24), 롱볼 성공률은 67%(2/3)였다.

맨유전 선제골을 기록한 아틀레티코의 파블로 바리오스./아틀레티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메오네 감독의 변함없는 신뢰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 아틀레티코에 합류한 이강인은 라리가 8경기와 UCL 2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10경기 모두 출전했다. 아직 완벽하게 팀에 녹아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출전 기록과 다양한 포지션 활용은 그가 시메오네 감독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날 맨유전은 이강인이 단순한 측면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넘어 최전방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무대였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강인은 한국 대표팀의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과의 3연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안고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일 알라베스와의 라리가 8라운드에서는 후반 교체로 약 33분을 소화하며 체력을 조절했다.

후반 34분 아틀레티코의 추가골을 터뜨린 루크먼의 세리머니./마드리드=AP.뉴시스

그리고 나흘 만에 치른 맨유와의 빅매치에서 선발 출전해 결승골의 출발점을 만들어냈다. 이강인의 이날 활약은 단순한 공격 포인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득점과 도움이라는 숫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경기 지배력과 공간을 읽는 능력,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창의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골을 넣는 선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골이 만들어질 공간을 먼저 발견하는 선수는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맨유전 킥오프 51초 만에 펼쳐진 이강인의 왼발 패스가 바로 그랬다. 새로운 7번의 가치는 이제 골과 도움의 숫자를 넘어 아틀레티코의 공격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강인은 '임시 사령탑'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9~10월 A매치 네 경기 중 세 경기를 소화한 뒤 소속팀에 복귀했다. 모레노호의 첫 경기였던 에콰도르전(3-0 승)은 소속팀 경기를 치른 뒤 입국 직후 진행돼 엔트리에서 빠졌으며, 우루과이전(1-4 패), 베네수엘라전(0-0 무), 우즈베키스탄전(2-0 승)은 모두 선발 출전했다.이강인은 A매치 휴식기 이후 재개된 10일 알라베스와 리그 8라운드에선 후반 교체멤버로 약 33분을 소화하며 2-1 승리에 기여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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