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마다 생각났는데…" 의외로 정전 사고까지 일으킨다는 '이 존재' 정체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깃털, 햇빛을 받으면 금속처럼 반짝이는 녹색 광택이 흐르는 긴 꼬리. 한국을 대표하는 텃새 까치는 오랫동안 친숙한 새로 여겨졌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울음소리는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졌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이유다. 까치는 길조로 불리며 마을 어귀와 집 앞 나무 위를 지키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도심과 농촌에서 마주하는 까치의 모습은 예전과 다르다. 쓰레기봉투를 정확히 골라 부리로 찢고, 농가에서는 수확을 앞둔 과일만을 집요하게 노린다. 사람의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한 듯한 행동은 때로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우아한 외형과 달리, 까치는 이제 생활권 깊숙이 들어와 갈등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길조와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따라붙는 이유다.

‘까치설’에 담긴 이름의 변천

설날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까치설’이라는 말 역시 까치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표현은 실제 새의 이름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다. 설 전날을 가리키던 ‘아찬설’ 또는 ‘아치설’이 오랜 시간 구어를 거치며 변형된 결과다. ‘아찬’은 이르다는 뜻을 담고 있었고, 작은 설 혹은 이른 설을 의미했다.

세월이 흐르며 발음이 바뀌고 의미가 겹치면서 ‘까치설’이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간자탕이 감자탕으로, 간막이살이 갈매기살로 변한 사례와 같은 언어 변화 과정이다. 이 시기에는 묵은세배를 하며 밤을 새우는 풍습이 있었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는 말이 전해졌다. 아이들은 졸음을 참으며 새해를 기다렸고, 까치는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비상한 지능이 만든 도심 적응

까치가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배경에는 높은 지능과 강한 적응력이 있다. 까치는 조류 가운데 뇌 용량 대비 체중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환경을 빠르게 파악하고, 학습한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뛰어나다.

먹이 선택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난다. 곤충과 파충류, 곡물과 과일까지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다. 특이한 혀 구조 덕분에 사람의 말소리나 기계음을 흉내 내는 행동도 관찰된다. 둥지를 짓는 방식 역시 단순하지 않다. 나뭇가지를 무작위로 쌓는 대신, 서로 맞물리게 엮어 강풍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이른바 ‘재밍’ 방식으로 불리는 이 둥지는 작은 요새에 가깝다.

과거에는 쥐나 해충을 잡아먹으며 자연스럽게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도심에서 천적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가 빠르게 늘었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던 까치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풍부한 도심을 새로운 서식지로 삼았고, 인간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전신주 위 둥지가 만든 현실적 피해

도심에서의 갈등은 일상적인 불편으로 이어진다. 쓰레기 배출 시간대를 기억한 까치들은 사람이 사라진 틈을 노려 봉투를 찢는다. 거리에는 음식물이 흩어지고,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수습해야 한다.

농촌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환경부는 2000년 무리를 지어 농작물과 전력 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과수원에서는 익은 과일만 골라 쪼아먹는 까치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 열매를 대량으로 폐기하는 일이 잦다. 수확량 감소보다 품질 저하가 더 큰 손실로 이어진다.

전력 시설 피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까치는 시야가 트인 높은 구조물을 선호해 전신주 위에 둥지를 튼다. 둥지 재료로 물어온 철사나 젖은 나뭇가지가 고압선에 닿으며 정전을 유발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도내 정전 150건 가운데 24건이 조류 관련 사고였다. 매년 수만 개의 둥지를 철거하지만, 까치는 같은 자리에 다시 둥지를 짓는 행동을 보인다.

포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피해가 이어지자 지자체들은 포획 트랩 설치와 보상금 지급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까치는 위험을 학습하면 빠르게 회피한다. 동료가 포획되는 장면을 목격하면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행동 방식을 바꾼다.

까치는 위험을 빠르게 기억하고 행동을 바꾼다. 포획이나 트랩이 반복되면 같은 장소를 피하거나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 무리 생활을 하는 특성상 한 마리가 겪은 위험이 다른 개체로 퍼지는 속도도 빠르다. 이런 습성 때문에 단기간에 개체 수를 줄이거나 행동을 바꾸려는 방식은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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