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산에서 캤는데…" 국물에 넣으면 바다 맛이 난다는 '나물' 정체
산기슭에서 노란 꽃을 피운 미역취다. / Brian Woolman-shutterstock.com
산기슭에서 노란 꽃을 피운 미역취다. / Brian Woolman-shutterstock.com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물은 대체로 비슷한 인상을 준다. 흙내음이 묻어 있고, 씹을수록 풋풋한 향이 퍼진다. 데쳐 무치거나 국에 넣으면 산에서 자란 풀의 담백한 맛이 밥상에 남는다. 그래서 산나물은 대개 ‘땅의 맛’으로 묶인다.

반대로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다.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물속에서 자란 해조류는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짭짤한 기운, 국물에 녹아드는 감칠맛으로 기억된다. 씹는 느낌도, 입안에 남는 여운도 산나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처럼 산과 바다는 재료의 성격부터 맛의 방향까지 분명하게 나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물은 산의 범주에, 해조류는 바다의 영역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그런데 이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풀이 있다. 바로 '미역취'다. 자라는 곳은 분명 산과 들인데, 입에 넣으면 해조류를 떠올리게 만드는 식감과 향이 겹친다. 잎은 나물처럼 보이지만 국물에서는 미역처럼 부드럽게 풀리고, 씹을수록 바다를 연상시키는 여운이 남는다.

산과 들에서 자라온 미역취의 생김새

산기슭에서 자라는 미역취의 주름진 잎 모습이다. / 위키푸디
산기슭에서 자라는 미역취의 주름진 잎 모습이다. / 위키푸디

미역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보통 30에서 80센티미터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어긋나게 달린다. 잎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갈라져 있고 표면은 고르지 않다. 손으로 만지면 울퉁불퉁한 감촉이 느껴진다. 이 주름진 잎 모양 때문에 미역취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역에 따라 미역나물이나 미역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며, 강원도와 경상도 산간 지역에서 특히 흔하다.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잘 자라고, 토양이 비옥하지 않은 곳에서도 비교적 잘 버틴다. 산나물 가운데서도 생명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

식용으로는 어린순을 사용한다.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의 연한 순이 알맞다. 너무 자라면 섬유질이 많아져 질겨지고 맛도 거칠어진다. 여름이 지나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하면 나물로 먹기에는 맞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산에서 관상용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는다.

쓴맛과 향이 만들어내는 미역취의 인상

데친 뒤 물기를 짜는 과정에서 미역취의 향이 살아난다. / 위키푸디
데친 뒤 물기를 짜는 과정에서 미역취의 향이 살아난다. / 위키푸디

미역취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특징은 쓴맛이다. 첫맛은 분명하게 강하다. 향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손질과 조리 과정을 거치면 인상은 달라진다. 끓는 물에 데치는 것만으로도 쓴맛이 한결 누그러지고, 특유의 향만 또렷하게 남는다.

데친 뒤 찬물에 담가두는 시간에 따라 맛의 결이 달라진다. 짧게 담그면 향이 살아 있고, 조금 더 오래 담그면 쓴맛이 부드러워진다. 다만 지나치면 미역취 특유의 개성이 옅어진다. 이 미묘한 조절이 미역취 손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가장 익숙한 방식은 나물 무침이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 뒤 찬물에 헹군다. 물기는 꼭 짜되 너무 세게 짜지 않는다. 다진 마늘과 국간장,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살살 무친다. 고춧가루를 더해 매콤하게 즐기기도 한다.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사용하면 향이 더 깊어진다.

채취 후 꼭 거쳐야 하는 손질 과정

미역취는 끓는 물에 짧게 데치는 손질 과정이 중요하다. / 위키푸디
미역취는 끓는 물에 짧게 데치는 손질 과정이 중요하다. / 위키푸디

미역취는 손질을 대충하면 맛이 거칠어진다. 먼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흙과 이물질을 제거한다. 줄기 가운데에서도 질긴 부분은 떼어내고 연한 잎과 줄기만 남긴다. 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줄기부터 넣은 뒤 잎을 넣어 데친다. 시간은 1에서 2분 정도면 충분하다. 색이 선명해지면 바로 건진다.

데친 미역취는 찬물에 담가 식힌다. 이 과정에서 쓴맛과 떫은맛이 빠진다. 물은 두세 번 갈아준다. 약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후 물기를 짜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무침이나 국 외에도 활용 방식은 있다. 튀김옷을 입혀 튀기면 바삭한 식감 속에서 향이 은은하게 남는다. 전을 부칠 때 반죽에 섞어도 잘 어울린다. 쌈으로 먹을 때는 생으로 쓰기보다는 살짝 데친 뒤 곁들이는 편이 낫다.

기록 속에 남은 미역취의 쓰임

미역취의 영양 성분과 효능을 한눈에 정리한 인포그래픽이다. / 위키푸디
미역취의 영양 성분과 효능을 한눈에 정리한 인포그래픽이다. / 위키푸디

미역취는 오래전부터 약재로도 사용됐다. 한방에서는 일지황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전초를 말려 사용했으며, 성질은 차고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몸의 열을 가라앉히고 염증을 줄이는 데 쓰였다는 설명도 함께 전해진다.

사포닌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이섬유 함량도 적지 않다. 다만 성질이 찬 편이어서 몸이 찬 사람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적당히 즐기는 것이 낫다.

민간에서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달여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기침이나 가래가 있을 때 사용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런 내용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4컷 만화. / 위키푸디
4컷 만화. / 위키푸디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