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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면 집안 곳곳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흰 새의 문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학'이라 불리는 두루미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설날 아침, 한 해의 첫 복을 기원하며 두루미가 그려진 민화를 벽에 걸거나 생활 소품을 장식해 상서로운 기운을 맞이했다.
설 연휴를 맞아 건강과 행복을 전하는 전령사로 통하는 두루미의 의미를 짚어봤다. 두루미는 단순한 새를 넘어 우리 민족이 오랜 시간 소중히 여겨온 가치들을 상징하는 존재다.
무병장수와 가문의 화목을 비는 마음
두루미가 설날 인사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를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두루미가 천년을 산다고 믿어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두루미를 그려 넣었다. 설날 아침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우리네 정서와 두루미의 상징성은 긴밀하게 연결된다. 십장생(오래 사는 열 가지 사물)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두루미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는 습성이 있어 부부 사이의 깊은 정과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설날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 서로의 안녕을 묻고 우애를 다지는 것처럼, 두루미 문양에는 가문의 번창과 구성원 사이의 끈끈한 유대를 바라는 조상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러한 조화로움은 설날 아침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으며 나누는 정과 닮아 있다.
고고한 선비의 기개, 한 해를 여는 청렴한 다짐
두루미의 희고 깨끗한 깃털과 길게 뻗은 목은 세상의 어지러움에 물들지 않는 선비의 기품을 연상시킨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설날을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두루미의 자태처럼 청렴하고 굳건한 지조를 지키고자 다짐했다. 실제로 문관의 관복 가슴에 부착한 '흉배'에 두루미 문양을 새긴 것은 관리로서 높은 품격과 충심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두루미는 지혜와 깊은 학문을 상징하는 새로도 통한다. 설 연휴 친지들과 덕담을 나누며 학업이나 업무에서의 성취를 빌어줄 때 두루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과 실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존중의 뜻을 담고 있다. 흑백의 조화가 주는 절제된 정취는 설날의 차분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받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중시했던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겨울 들판을 찾아온 귀객, 생명력의 장관
문화적 상징성 외에도 두루미는 설 무렵 우리 땅을 찾아오는 아주 귀한 손님이다. 세계적인 보호종인 두루미는 매년 시베리아의 강추위를 뚫고 철원, 연천 등지의 습지를 찾아와 겨울을 난다. 하얀 눈이 덮인 들판에서 우아한 날갯짓으로 춤을 추는 두루미의 모습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한 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확인시켜 준다.
두루미는 주로 논에 남은 벼 이삭 등을 먹으며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추위를 이겨내는 두루미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격려가 된다. 설날을 맞아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들을 되새기듯, 실제 우리 산천을 찾아오는 이 귀한 생명을 보호하는 일 또한 문화적인 유산을 계승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설 연휴를 보내며 두루미의 우아한 날갯짓에서 희망찬 기운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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