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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2월 산은 고요하다. 얼었던 흙은 아직 단단하고, 바람 끝은 차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면 낙엽 더미 사이로 연둣빛이 번진다. 눈에 잘 띄지 않던 어린순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이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산나물 가운데 삽주는 유난히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다. 향이 또렷하고 맛이 쌉싸래해 더덕과 함께 으뜸으로 꼽혔다. 산에서 맛있는 것이 삽주 싹과 더덕인데 며느리 주기 아깝다는 말이 전할 만큼 귀하게 여겼다. 봄철 짧은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데다, 뿌리까지 쓰임이 넓어 값어치가 높았다.
조선 문헌에도 삽주 기록은 여럿 남아 있다. 허균이 남긴 ‘임노인 양생설’에는 강릉에 살던 102세 노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젊은 시절부터 삽주 뿌리를 먹어 왔다고 답했다는 대목이다. 과장이 섞였을 수 있어도, 삽주가 오랜 세월 보양 식물로 인식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근이 잦던 시기에는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먹었다는 전언도 있다. 봄철 입맛을 깨우는 나물이면서 허기를 달래던 구황 식물이었다.
산에서 먼저 올라오는 봄나물, 삽주의 생태와 특징
산자락 낙엽층을 밀어 올리며 자라는 삽주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전국 산과 들에서 자생하며, 표고 200~400미터 안팎의 물 빠짐 좋은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양지와 반그늘이 섞인 숲 가장자리에서 흔히 보인다. 키는 30~10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깊게 갈라진다. 어린순에는 흰 솜털이 촘촘해 손끝에 보송한 감촉이 남는다.
식탁에 오르는 시기는 매우 짧다. 길이 5~6센티미터, 잎이 5~6장 펼쳐졌을 때가 적기다. 더 자라면 섬유질이 굵어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채취 시기를 놓치면 나물로 먹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봄 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삽주 순은 경쟁이 치열했다. 산나물 채취 문화가 발달한 강원과 경북 산간 지역에서는 삽주를 먼저 찾는 일이 봄맞이 의식처럼 여겨졌다.
쌉싸래한 향을 살리는 손질법과 조리 과정
삽주나물의 핵심은 향과 쓴맛의 균형이다. 먼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흙과 낙엽 부스러기를 제거한다. 줄기 끝 단단한 부분은 칼로 살짝 다듬는다. 끓는 물에 소금 한 큰술을 넣는다. 소금은 색을 선명하게 유지하고 조직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 어린잎을 30초에서 1분 정도 데친다. 시간이 길어지면 향이 옅어진다.
데친 뒤에는 곧바로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꼭 짠다. 쓴맛이 강하면 찬물에 5~10분 담가 둔다. 다만 오래 담그면 고유 향이 빠진다. 물기 제거가 끝나면 한입 크기로 썬다. 양념은 간결하게 준비한다. 다진 마늘, 다진 파, 국간장이나 소금, 참기름 또는 들기름, 깨를 더한다. 먼저 마늘과 파를 넣어 향을 입힌 뒤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에 기름을 두르고 깨를 뿌린다. 손으로 가볍게 버무린다. 세게 치대면 풋내가 올라올 수 있다.
삽주는 데침 나물 외에도 밥에 넣어 짓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인다. 잘게 썰어 부침 반죽에 섞으면 향이 살아난다. 강원 일부 지역에서는 말린 삽주 잎을 가루로 내어 묵은지와 함께 무쳐 먹기도 했다. 봄철 떨어진 입맛을 깨우는 데 쓰였다.
백출과 창출, 뿌리에 담긴 기록과 쓰임
삽주 뿌리는 예부터 약재로 쓰였다. 뿌리를 말린 것을 백출이나 창출이라 부른다. 방향성 정유 성분이 들어 있으며, 주성분으로 아트락틸론이 알려져 있다. 옛 의서에는 소화가 더디고 속이 더부룩할 때 달여 마셨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설사가 잦을 때 가루로 만들어 복용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향약집성방’에는 오래 달여 먹으면 몸이 가벼워진다고 적혀 있다. ‘열선전’, ‘포박자’에도 삽주가 등장한다.
차로 마시는 방법도 전해진다. 말린 뿌리 10~20그램을 깨끗이 씻어 물 2리터에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30분 더 달인다. 연하게 우러난 물을 식수처럼 마신다. 진하게 마시려면 40~50그램을 1리터 물에 넣는다. 쓴맛이 강할 수 있어 양은 조절한다. 장기간 복용 전에는 체질을 살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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