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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맞이 도시락' 전달하는 박하선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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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도심 하천 곳곳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지난달 충북 충주 호암지에서는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택지지구 한복판에서 수달 다섯 마리가 얼음 위를 오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경기 군포와 광주, 전주 등에서도 시민 제보가 이어지면서 수달의 활동 범위가 사람들의 생활 공간 가까이까지 넓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수달은 맑은 물과 충분한 먹이가 갖춰진 환경에서만 살아간다. 그래서 이들의 등장은 하천 환경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때 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도심 하천이 다시 생명을 품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1급수 지킴이의 복귀, ‘생태 지표종’으로서의 가치
수달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물가 생활에 잘 적응한 동물이다. 1~2급수 수준의 맑은 물과 물고기 같은 먹잇감이 충분해야 살아갈 수 있다. 여기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수풀과 굴, 새끼를 키울 공간까지 필요하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정착하기 어렵다.
이처럼 까다로운 환경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달은 지역 생태계 상태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이 수달을 ‘생태 지표종’이라 부르는 이유다. 특정 지역에서 수달이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물과 주변 환경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낙동강 상류나 도심 지천에서 수달이 확인되는 사례는 수질 개선 정책이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수달은 하천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포식자다.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 어종을 잡아먹으며 개체 수를 조절한다. 이를 통해 토종 어류가 설 자리를 지키는 데도 힘을 보탠다.
수달은 ‘우산종’으로도 불린다. 이는 한 종을 보호하면 그 서식지 안에 사는 다른 생물까지 함께 보호되는 효과를 뜻하는 개념이다. 수달이 살아갈 수 있는 하천이라면 물고기, 곤충, 양서류 등 여러 생명체도 함께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수달의 귀환은 곧 생물 종이 늘어날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반가운 소식 뒤에 남은 과제, 연간 75마리 로드킬
도심에서 수달이 보인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달은 물속에서는 민첩하지만 육지에서는 움직임이 느린 편이다. 하천 주변에 도로가 놓이면서 이동 경로가 끊겼고, 이 과정에서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차량 사고로 폐사한 법정보호종 가운데 수달은 삵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매년 평균 75마리 안팎이 도로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천과 도로가 맞닿은 지점이 많아질수록 이런 사고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달은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무분별한 사냥과 하천 오염이 겹치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늘었지만, 여전히 멸종위기 1급이라는 지위는 그대로다. 서식지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개체 수 유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현 소식 넘어, 체계적인 서식지 보전으로
학계와 환경 단체는 수달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천을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되돌리고, 이동 통로를 확보하는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럽에서는 수질 관리와 서식지 보호를 함께 추진하는 정책을 운영한다. 하천을 정비할 때 콘크리트 제방 대신 자연형 제방을 남겨 수달이 쉴 공간을 확보한다. 도로와 하천이 만나는 지점에는 전용 통로를 설치하고, 유도 울타리를 세워 차량 접근을 줄인다. 이런 방식은 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수달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개체 수와 이동 경로를 면밀히 조사하고,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보호 구역을 설정하는 등 장기적인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도심 하천에 수달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출발점일 뿐이다.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지켜가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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