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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록적 폭염에 모기 실종…가을엔 안심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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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든 희귀 야생동물이 강원도 깊은 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며 국내 개체 수도 적어 직접 마주치는 일조차 드물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KBS 다큐’에 따르면 KBS 다큐 인사이트 ‘한반도 생명탐사 생존자들’은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약 8년간 이어진 희귀 야생동물 추적 기록을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발자국과 배설물부터 먹이를 먹는 모습, 새끼 출산과 짝짓기까지 확인됐다.
이 동물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사향노루다.
‘숲의 유령’이라 불리는 사향노루
사향노루는 해발 700m 이상 높은 산에서 주로 생활한다. 사람을 경계하고 밤에 많이 움직여 야생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수컷은 뿔이 없는 대신 입 밖으로 길게 내려온 송곳니를 지녔다. 이 생김새 때문에 ‘뱀파이어 노루’라는 별명이 붙었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숲의 유령’이라고도 불린다.
방송에 나온 연구진은 국내 사향노루가 50여 마리 정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산간과 민통선 부근 등에서 소수가 살아가고 있다.
겨울이 되면 눈 위에 남은 발자국을 통해 이동한 길을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 소나무 숲에서는 산 정상 쪽으로 난 사향노루 발자국과 작은 며느리발톱 흔적이 발견됐다.
겨울에는 소나무 잎까지 섭취
사향노루가 먹는 먹이도 이번 기록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봄에는 새로 돋은 잎과 참나무 새순, 철쭉을 먹었다. 겨울에는 소나무 잎을 뜯었으며 습한 계곡에서는 지의류도 먹었다.
소나무 잎을 먹는 장면은 연구진이 처음 확인한 행동 가운데 하나였다.
사향노루는 멀리 먹이를 찾아다니기보다 평소 오가는 산길 주변에서 먹을 것을 찾았다. 잡초가 적은 소나무 숲에서는 쉬거나 주변을 살피는 모습도 확인됐다.
어린 사향노루가 나무를 오르는 장면도 발견됐다.
발굽을 가진 어린 개체는 나무가 갈라진 부분을 밟고 위로 올라간 뒤 가지 사이를 움직였다. 같은 행동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나무 위에는 사향노루가 먹는 겨우살이도 있었다. 연구진은 다른 지역에서도 어미 사향노루가 나무를 오른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야간에는 작은 소리에도 걸음을 멈추는 모습이 나타났다. 풀숲을 걷다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면 한동안 주변을 살핀 뒤 다시 움직였다.
앞다리 잃은 암컷, 겨울 넘기고 살아남아
2021년에는 새끼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암컷 사향노루가 발견됐다.
그해 10월 초까지만 해도 네 다리가 온전했지만 약 보름 뒤에는 다리를 절뚝였다. 이후 다시 확인됐을 때는 왼쪽 앞다리 발목 아래가 잘려 있었다.
연구진은 불법 올무에 걸린 뒤 빠져나오려다 다리를 잃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눈이 많이 쌓이는 산에서 앞다리 하나 없이 겨울을 보내야 했지만 암컷은 이듬해 봄 다시 발견됐다. 세 다리로 소나무 숲과 능선을 오가며 살아남은 것이다.
2023년에는 새끼 한 마리와 다시 등장
이번에는 태어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새끼 한 마리가 곁에 있었다. 2021년에 이어 다시 새끼를 낳은 사실이 확인됐다.
새끼는 소나무 숲에서 어미 젖을 먹으며 첫날 밤을 보냈다. 한 달 뒤에는 어미보다 앞서 움직일 정도로 자랐고 같은 해 10월에는 몸집도 어미와 비슷해졌다.
암컷은 자신이 자주 다니던 산길과 소나무 숲으로 새끼를 데리고 다녔다.
그해 늦가을 암컷이 혼자 다니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이후 같은 구역에서는 어린 수컷 등 다른 사향노루들이 계속 발견됐다.
사향 노린 밀렵으로 개체 수 급감
사향노루라는 이름은 수컷의 배에 있는 사향샘에서 나왔다.
수컷은 번식기에 냄새를 남겨 다른 개체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죽은 나뭇가지에 엉덩이 부위를 비벼 냄새를 묻히는 행동도 이번 기록에서 확인됐다.
사향은 오랫동안 향수 원료와 한약재로 거래됐다. 이를 얻으려는 밀렵이 이어지면서 사향노루 개체 수도 크게 줄었다.
불법 올무 역시 현재까지 이어지는 위협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는 사향노루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8년 추적 끝에 짝짓기 장면도 확인
가을 번식기가 되면 수컷은 암컷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방송에 따르면 암컷의 가임 기간은 약 24시간이다. 수컷은 이 시기에 여러 날 먹이를 거의 먹지 않고 암컷 곁을 지키기도 한다.
연구진은 오랜 추적 끝에 사향노루가 짝짓기하는 장면까지 기록했다. 국내에서 극소수만 남은 사향노루가 강원도 산속에서 새끼를 낳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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