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 국제 베이커리 페어] 유명 빵집 '오픈런'이 코엑스로 옮겨왔다… 전국 대표 디저트가 한자리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 들어서는 순간, 오감을 자극하는 갓 구운 빵 냄새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펼쳐진 ‘2026 한국 국제 베이커리 페어’는 단순한 산업 박람회를 넘어 전국 팔도의 '빵지순례' 성지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축제의 장이었다.

100개사 280여 부스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는 K-디저트에 매료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인생 빵'을 찾으러 온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으며 제과·제빵 산업의 화려한 미래를 증명해 보였다.

한·일 기술력이 빚어낸 '명장'의 손맛

가장 먼저 관람객들이 모여든 곳은 '한·일 대표 제과제빵관'이다. 이곳에서는 한국 마루 비시의 엄선된 원료와 국내 유명 가게들의 숙련된 기술이 만난 예술적인 빵들이 줄지어 놓였다. 특히 인천의 자부심으로 통하는 '안스베이커리' 부스는 대한민국 제과 명장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명장이 직접 운영하는 부스인 만큼, 현장에는 그를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명장이 반죽을 다듬는 손길 하나하나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취재진과 팬들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기자가 직접 제품을 구매해 맛을 보니, 수많은 사람이 이 빵 하나를 위해 기꺼이 긴 기다림을 견디는 까닭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함과 톡톡 터지는 명란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어우러지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확실한 실력을 증명했다.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들의 기업 간 거래 총력전

대형 유통사들은 자신들이 독점 공급하는 브랜드의 품질을 알리며 바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힘을 쏟았다. CJ프레시웨이는 유명 커피 전문점에 납품되는 세계적인 유제품 브랜드 ‘데빅(Debic)’을 전면에 세웠다.

부스 중앙 쇼케이스에는 데빅 제품을 사용해 만든 케이크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마카롱이 층층이 올라간 화려한 케이크부터, 여러 빛깔을 입힌 무스 케이크와 타르트 등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유제품 본연의 풍미가 살아있는 생크림의 매끈한 질감과 화사한 색이 어우러진 광경에 방문객들은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남겼다.

삼양사 역시 자사 베이커리 브랜드인 '프레빵(prepain)'을 통해 냉동 생지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부스 정면에는 냉동 상태에서 갓 구워져 나온 노릇한 빵들이 줄지어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전문점 못지않게 결이 살아있는 크루아상부터 향긋한 조리 빵까지, 전시된 제품들은 인력난으로 고민하는 운영자들에게 복잡한 공정 없이도 고품질의 빵을 공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장인의 땀방울로 승부하는 소규모 브랜드의 약진

소비자와 직접 만나려는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당진의 명물 ‘독일베이커리’ 부스에서는 40년 경력의 심중섭 명인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직접 꽈배기를 튀겨내며 현장감을 더했다.

노란 빛깔의 꽈배기를 맛보려는 사람들의 줄은 전시장 입구까지 이어질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현장에서 기자가 직접 구매해 먹어보니, 갓 튀겨낸 꽈배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씹을수록 번지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은 왜 이곳이 '줄 서서 먹는 집'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40년 외길을 걸어온 명인의 손에서 탄생한 이 쫄깃한 꽈배기는 지역의 작은 빵집이 어떻게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순두부 젤라또 등 건강한 맛 담은 디저트 특별관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디저트 특별관'에서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순두부 청년'의 순두부 젤라또는 지나치게 달지 않은 담백한 맛으로 관람객들의 칭찬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이 색다른 후식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는 풍경이 펼쳐졌으며, 구매 후에는 SNS에 공유할 인증 사진을 남기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강릉의 명물인 순두부를 주재료로 삼아 고소하게 만들어낸 이 제품은 로컬 식재료의 가치를 살린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지역 식재료의 변신은 우리 식문화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함께 자리를 빛낸 '꼬마루 육포' 역시 발길을 붙잡았다. 빵과 과자가 주를 이루는 현장에서 육포라는 색다른 조합을 선보인 이곳은 엄선된 고기에 정성을 더해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살려낸 육포는 아이들 간식이나 안주로 알맞다는 평을 얻으며 로컬 식품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취재를 마치며

전시장 문을 나서는 기자의 가방 안에는 갓 구운 빵 몇 봉지가 가득 담겼다. 옷깃에 깊게 배어든 달콤하고 고소한 버터 향기는 코엑스를 벗어난 뒤에도 한참 동안 현장의 잔상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행사는 그저 먹거리를 늘어놓은 자리가 아니었다. 40년을 버텨온 장인의 굳은살 박인 손과 지역 식재료로 세계를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의 기운이 오븐의 열기보다 뜨겁게 맞부딪히는 현장이었다. 빵 한 조각에 담긴 진심을 맛본 이들이라면, 내년 봄 다시 코엑스로 이어질 이 거대한 '오픈런'의 행렬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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