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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서울 을지로 빌딩 사이에서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왔다. 짧은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려는 발걸음은 지하로 향했고, 소바·우동 전문점 ‘행복한하루소바’ 앞에도 금세 줄이 생겼다. 출입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손님들은 익숙한 듯 차례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은 곧 손님들로 찼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이곳은 빠르게 배를 채우고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점심 식당이었다.
달큰한 육수에 메밀면 푹 찍어 먹는 판모밀
자리를 잡고 판모밀을 주문하자 잠시 뒤 가지런히 담은 메밀면과 주전자, 빈 대접이 한 상에 놓였다.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니 차가운 육수 위에 살얼음이 떠 있었다.
육수를 대접에 붓고 와사비와 다진 파를 풀었다. 메밀면을 육수에 적셔 먹으니 차가운 국물이 면에 고루 배어 한여름에도 부담 없이 넘어갔다.
판모밀만으로 배가 차지 않을 것 같다면 유부초밥을 곁들인 판모밀정식을 고르면 된다. 새콤하게 간한 유부 안에 밥이 넉넉히 들어 있어 메밀면과 함께 먹기 좋았다.
얼큰한 국물 돌우동과 바삭한 돈가스
돌우동이 놓이자 끓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검은 뚝배기 안에서는 국물이 보글보글 끓었고, 어묵과 달걀 사이로 굵은 우동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국물의 매운돌우동을 한 숟가락 떠먹자 칼칼한 맛이 입안에 남았다. 다른 손님들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 뜨거운 국물을 연달아 떠먹었다.
돌우동정식에는 돈가스가 함께 나왔다. 얇은 튀김옷은 바삭했고 안쪽 고기는 촉촉했다. 고기에 간이 어느 정도 배어 있어 소스를 많이 찍지 않아도 짭짤한 맛이 났다.
식사를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서자 한여름 햇볕이 다시 쏟아졌다. 그래도 달큰한 소바 와 뜨거운 돌우동 덕분에 바깥 더위가 전보다 덜 버겁게 느껴졌다.
오래전부터 먹어온 듯 정겨운 맛은 낯선 점심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익숙한 한 끼로 남았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도 들어올 때보다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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