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광장동, 유준상 기자)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가 3년 만에 MVP의 영예를 다시 안았다.
한선수는 13일 서울 광진구의 그랜드 워커힐 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기자단 투표에서 34표 중 15표를 얻어 정지석(대한항공, 11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현대캐피탈, 5표) 등을 제쳤다.
이로써 한선수는 2022-2023시즌 이후 3년 만에 MVP를 차지했다. 3년 전 자신이 세운 최고령 MVP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V-리그에서 두 차례 이상 MVP를 받은 건 한선수가 역대 5번째다. 역대 최다 수상자는 레오(4회)다. 가빈 슈미트(등록명 가빈), 문성민, 정지석이 두 차례씩 MVP를 수상했다.

1985년생인 한선수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입성한 뒤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한선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세트당 평균 10.468개의 세트를 기록, 이 부문 6위에 올랐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팀이 통합 우승을 달성하는 데 팀을 보탰다.
지난해 11월 21일 남자부 2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는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만9959세트를 기록한 한선수는 41세트를 추가, V-리그 역대 1호 2만 세트를 만들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한선수는 "만약 (팀 동료인) (정)지석이가 부상 없이 정규리그를 다 뛰었다면 MVP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마지막에는 우승도 하고 상도 받고 행복한 시즌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30대 중반 이후에도 기량을 뽐내고 있는 건 팀원들 덕분이라는 게 한선수의 이야기다. 한선수는 "함께한 팀원이 많다. 오랫동안 같이 했다. 그 선수들도 젊은 게 아니라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고 베테랑이 돼 가고 있다. 팀이 계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젊은 선수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선수는 "실패와 경험이 가장 큰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도 그냥 그런 실패나 이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되는 걸 계속 해보고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다음은 한선수와의 일문일답.-세터가 정규시즌 MVP를 받는 데 쉽지 않은데, 벌써 두 번째 MVP 수상이다. 소감이 어떤가.▲만약 (정)지석이가 부상 없이 정규리그를 다 뛰었다면 MVP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석이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MVP를 받았으니까 '나도 한 번 욕심을 내볼까'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경사가 났다.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마지막에는 우승도 하고 상도 받고 행복한 시즌인 것 같다.
-2023년에 최고령 MVP를 받았는데, 3년이 지나서 또 받은 소감은.▲지금은 솔직히 몸을 만들고 매 경기를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값진 것 같다. 내 몸 관리를 해야 하고 경기를 준비해야 하고 그런 건 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값진 것 같다. 젊은 선수들과 계속 함께하고 있지만, 함께한다는 것에 뭔가 좀 희열을 느낀다. 선수들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강인한 정신을 내게 불어넣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값지고 행복한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시상 소감을 말할 때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으니까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의 계획이 있나.▲아직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나이도 많고 계약 기간이 내년까지이긴 하지만, 1년 1년에 올인하는 나이다. 내년만 바라보고 가는 것 같다. 끝나면 그 다음을 바라보는 스타일이라서 내년만 바라보고 갈 것 같다.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한 게 34세였고, 올해 한국 나이로 42세다. 8년간 6번 우승한 건데, 30대 중반 이후로 전성기 누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함께한 팀원이 많다. 오랫동안 같이 했다. 그 선수들도 젊은 게 아니라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고 베테랑이 돼 가고 있다. 팀이 계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는 몸은 좋았지만, 이런 경험은 많지 않았다. 우승하면서 경험이 조금씩 쌓인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은 지든 이기든 선수에게는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 싶은 선수도 엄청 많고 다른 구단도 1년 동안 다 준비하지만, 못 오르는 구단도 있다.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있다. 그만큼 챔피언결정전이 어려운데, 그런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고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성장을 딛고 지금의 한선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4전 전패도 도움이 됐다고 보는가.▲압도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결정전에 가서 0-4로 졌는데, 그것도 큰 성장이었다. 그런 실패와 경험이 가장 큰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도 그냥 그런 실패나 이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되는 걸 계속 해보고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황승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는데, 이유는.▲(황)승빈이가 젊을 때 대한항공에서 보조 세터로 있었는데, 그때 승빈이와 항상 잘 어울리고 잘 지냈다. 승빈이는 의욕이 넘친다. 그때 계속 주전으로 있었지만, 승빈이는 경기 뛰고 싶은 욕심과 해내고 싶은 욕심이 많은 선수였다. 승빈이가 다른 팀에 간다면 주전 세터로 뛸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때보다 더 성장하면서 지금 주전 세터가 됐다. 이렇게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면서 좌절을 겪었을 때 승빈이는 더 성장할 것이다.
-황승빈이 이제는 (한선수에 대해) 코트 위에서 적이라고 하는데, 바라봤을 때 어떤 감정인가.▲승빈이도 이제 어린 선수가 아니고 고참에 속하는 선수라서 나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차라리 내가 더 고마운 것이다. 코트에서는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 배구의 미래는 어떤 것 같나.▲지금 젊은 세터들이 다 미래인데, 그것에 대해서 좀 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뭔가를 배우려고 하고 정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비시즌에 진행되는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직행 티켓 걸려 있어 중요하다. 태극마크에 애착이 있는 선수인데, 제안이 온다면 태극마크를 달 의향이 있나.▲난 항상 변함없이 얘기하는데, 난 대표팀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간다고 했다. 이제 좋은 세터들이 많다. 젊은 세터도 많다. 내가 진짜 도움이 되고 뽑히면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대표팀은 항상 자긍심을 갖고 내가 어릴 때부터 목표했던 게 대표 선수다. 그건 선수들이 더 자긍심을 갖고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대표팀에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좋은 세터가 되려면 필요한 게 무엇인가.▲토스를 잘하는 건 당연히 기본이다.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것, 냉정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본인만의 비결이 있나.▲성격이 좀 좋지 않다. 고집도 있고 하나를 가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기도 하다. 요즘 딸을 키우고 젊은 선수들과 배구하면서 많이 바뀌긴 했는데, 그래서 젊은 선수들에게도 생각하지 말고 계속 직진하라고, 멈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