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우 동생'에서 '한라산 폭격기'로…'통산 3승' 고지원 "'즐골'하려 했는데 진짜 죽겠더라, '근본' 한국여자오픈 우승 목표"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여주, 나승우 기자) 202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우승을 차지한 '한라산 폭격기' 고지원(삼천리)이
고지원은 5일 경기도 여주의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파72·6586야드)에서 열린 더시에나 오픈 2026(총상금 10억원) 파이널 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고지원은 서교림의 추격을 한 타 차로 뿌리쳤다.
고지원은 이번 대회 첫 날부터 내내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고지원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올시즌 첫 번째이자 역대 116번째 기록이다.
지난 4일 3라운드에서는 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작성하는 등 절정의 샷 감각을 뽐냈다.

3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고지원은 12언더파 204타의 서교림(삼천리)에 2타 차 선두로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헀다.
고지원은 이날도 선두 자리를 한 번도 냐주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13번 홀(파4)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2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한 타 차까지 쫓아오는 서교림의 매서운 추격이 이어진 가운데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갈렸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고지원이 러프로 보낸 서교림보다 우세를 점했다. 서교림의 버디 퍼트가 빗나갔고, 고지원이 파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한 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3시즌 KLPGA에 데뷔한 고지원은 지난해 8월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으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이어 11월 S-OIL 챔피언십도 제패하며 2승을 거뒀다.
모두 제주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륙 대회 첫 승과 동시에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고지원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국내 개막전부터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다. 홀인원도 처음이고 육지 대회 우승도 처음이다. 처음하는 게 많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18홀 내내 긴장했다. 코스가 방심하면 안 되는 코스였고, (서)교림이가 워낙 잘하는 선수라 계속 긴장하면서 쳤다"고 덧붙였다.
경기 내내 공격적으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방식을 택했던 고지원은 "핀 위치가 살벌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무리하지 않고 돌아가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퍼터가 잘 세이브해주니까 잘 풀린 거 같다"고 설명했다.

13번 홀부터 조금씩 흔들렸던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18홀 내내 긴장하긴 했다"면서 "머리는 즐기자는 거였는데 마음은 진짜 죽겠다는 거였다. 최대한 티 안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13번 홀에서 드라이브 우측으로 나갔을 때 이 미스가 한 번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가벼웠는데 세컨드 샷은 잘 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모래가 많았다"면서 "그냥 '보기가 나올 수 있지'라고 넘어갔는데 14번 홀 보기할 때는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보기를 하기 전까지는 세이브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보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히려 '오늘 할 실수 다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1라운드부터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고지원은 "너무, 미치도록 우승하고 싶었다. 이게 쫓으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거의 내려놓고 쳤다. 계속 1라운드 치듯이 임했다"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라는 게 의식이 안 될 수 없었다. 다른 대회서 우승했을 때는 기사도 보고 사람들 답장도 드렸는데 이번엔 첫날부터 선두여서 그런지 마음도 무겁고 떨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올해 첫 대회 리쥬란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 후 언니 고지우에게 한 소리 들었던 고지원은 "오늘은 언니가 긴 말 안 하고 화이팅하고 오라고 했다. 오고 싶었는데 몸이 안 좋아서 못 왔다고도 했다. 그래서 내가 잘 지켜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지우 동생'으로 불렸던 고지원은 어느새 언니와 통산 승수가 같아졌다.
이에 대해 고지원은 "언니의 승수를 따라잡아서 기분 좋다. 내가 우승한 건 언니가 가르쳐줘서 된 것"이라며 "언니가 내 것까지 가져가서 6승이라고 생각한다"고 언니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언니 성격상 무조건 자극 받을 거 같다. 그게 좋은 방향이었으면 한다. 같이 경쟁하면서 승수를 쌓아갔으면 좋겠다"고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 목표에 대해서는 "올해 시작 전 세운 게 우승이긴 했는데 몇 승을 하겠다는 건 정해놓지 않았다"면서 "우승을 정해놓으면 너무 우승에 집착하게 된다. 그저 한 라운드에 집중하고 싶은 게 컸다. 우승이나 결과적인 거에 목표를 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시즌 '즐골' 하자라는 거 딱 하나만 생각했다. 우승했다고 목표가 달라지진 않을 거 같다"며 '즐거운 골프'를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즐겁게 골프를 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고지원은 "즐거운 골프란 코스 안에서 골프를 치는데 거리낌 없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는 게 골프인 것 같다"면서도 "사실 이번 대회는 즐기지 못했다. 즐기기에는 코스가 너무 난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교림이 지난해 S-OIL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서교림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고지원은 "작년에도 되게 무서웠다. 교림이의 골프, 퍼팅을 좋아해서 항상 어떻게 하는지 질문을 많이 하는 친구"라며 "작년앤 그런 친구와 우승 경쟁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지난해 겪어보니 올해는 익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3라운드 끝나고 '아 또 서교림이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웃은 고지원은 "끝나고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워낙 잘 하는 선수라 걱정은 안 한다"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서교림에게 덕담을 건넸다.

첫 우승 전 고지원과 지금의 고지원의 차이점으로는 "첫 우승하기 전까지는 내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고 싶지만 부족한 게 많아서 되게 멀게만 느껴졌다"면서 "하늘이 도운 건지 한 번 뚫어주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람이 달라진 건 아니다. 하나 달라진 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경기력에 대해 고지원은 "샷 감은 오늘 아쉬운 게 많았다. 오늘 전까지는 거의 100%에 가까울 만큼 3라운드까지는 만족했다. 오늘은 긴장해서 어쩔 수 없었다"면서 "오늘 핀 포지션을 보니 내 생각대로 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샷 감이 좋았던 내가 핀 공략을 못할 정도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다 같이 롱퍼팅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그냥 쳤다"고 돌아봤다.

육지 대회 첫 우승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고지원은 "제주에서 2승하다보니 사람들이 꼭 육지에서도 우승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걸 더 시에나에서 할 수 있어서 더 좋다.면서 "루키 때 딱 좋은 기억이 코스 레코드를 제주도에서 세운 건데 그게 더 시에나 CC에서 세운 거였다. 그 좋은 기억도 어떻게든 엮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지원이 다음으로 노리는 대회는 한국여자오픈이다.
고지원은 "육지에서도 우승했으니 이제 한국여자오픈이 우승해보고 싶은 대회 같다. 이름 자체가 근본 같은 느낌"이라고 웃어보였다.
사진=KLPGA / 여주,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