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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를 다이얼 위에 피운 듯한 섬세함, 움직일 때마다 드레스 자락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로터.
디올이 대표 여성 워치 컬렉션 ‘디올 그랑 발’의 탄생 15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2011년 첫선을 보인 이 컬렉션은 오토매틱 시계의 기술적 장치를 숨기기보다 다이얼 전면의 장식 요소로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올해는 은방울꽃과 파리의 겨울 정원, 다채로운 보석을 모티브로 삼아 꾸뛰르와 워치메이킹의 접점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
① 드레스처럼 움직이는 시계, 전면 로터의 존재감

디올 그랑 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이얼 위에 배치한 로터다. 일반적으로 시계 내부에 자리하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회전추를 전면으로 옮겨,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는 모습 자체를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 컬렉션에는 ‘Dior Inversé’ 칼리버와 다이얼 쪽 기능성 오실레이팅 웨이트가 적용됐다. 무도회장에서 회전하는 드레스의 실루엣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로, 시계의 메커니즘을 꾸뛰르적 장식 언어로 해석한 셈이다. 골드 스레드와 레이스, 실크, 깃털, 스톤 등 패션 아틀리에에서 연상되는 소재와 기법을 워치 디자인에 활용해온 것도 컬렉션의 정체성이다.
15주년을 기념하는 2026년 신작에는 ‘Grand Bal Muguet’와 ‘Grand Bal Muguet Fleuri’가 포함됐다. 마더 오브 펄의 은은한 광택 위에 꽃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을 더하고, 일부 모델은 다이아몬드와 컬러 스톤을 활용해 보다 화려한 주얼리 워치의 인상을 강조했다.
② 은방울꽃부터 겨울 정원까지, 다이얼에 담은 자연

이번 컬렉션의 키워드는 꽃과 정원이다. ‘Grand Bal Muguet’는 마더 오브 펄 특유의 빛을 중심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완성했고, ‘Grand Bal Muguet Fleuri’는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아메시스트 등 여러 보석을 조합해 한층 입체적인 색감을 구현했다.
‘Dior Grand Bal Jardin Parisien’은 크리스챤 디올의 겨울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다. 골드 브랜치와 다양한 보석을 활용해 정원의 풍성한 식생을 표현하며, 시계 다이얼을 작은 풍경처럼 구성했다. 핑크와 그린 컬러 스톤이 화이트 톤의 다이얼 위에서 대비를 이루는 점도 눈에 띈다.
주얼리 워치 시장에서 기술과 장식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흐름도 이번 컬렉션을 이해하는 배경이다. 디올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는 2026년 신제품으로 디올 그랑발 뮈게와 뮈게 플뢰리가 등록돼 있으며, 국내 판매가는 각각 3400만원과 6500만원으로 표시됐다. 단순한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를 넘어 소재와 보석, 공예 자체가 제품 가치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하이엔드 타임피스 전략으로 볼 수 있다.
③ 시간을 보는 액세서리에서, 이야기를 입는 주얼리로
이번 신작은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도 스타일링 방향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은은한 마더 오브 펄과 밝은 스트랩을 앞세운 모델은 미니멀한 셔츠나 재킷에 매치했을 때 손목에 포인트를 더하기 좋고, 컬러 스톤과 다이아몬드 장식이 두드러지는 모델은 블랙 드레스처럼 색을 절제한 룩과 대비를 이루기 좋다.
반전 조합도 가능하다. 화려한 주얼리 워치는 흔히 이브닝 드레스와만 연결하기 쉽지만, 오히려 단정한 니트와 데님처럼 캐주얼한 차림에 하나만 더하면 룩 전체의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소매가 넓거나 장식이 많은 상의보다는 손목선이 드러나는 7부 소매, 슬리브리스, 슬림한 커프스 디자인을 선택하면 시계의 디테일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손목이 가는 편이라면 다이얼과 베젤의 장식이 지나치게 커 보이지 않도록 전체적인 액세서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손목에 볼륨감이 있다면 다이아몬드 베젤이나 컬러 스톤처럼 시각적 중심이 분명한 디자인이 균형감을 준다. 올가을과 겨울에는 두꺼운 아우터 사이로 화려한 타임피스를 살짝 드러내는 방식으로도 계절감 있는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무도회와 꽃, 정원이라는 서로 다른 이미지를 손목 위 작은 무대에 담아낸 이번 컬렉션은 디올 그랑 발이 15년간 유지해온 방향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시간을 표시하는 기계적 장치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장식의 중심으로 삼은 만큼, 이번 신작 역시 ‘시계와 꾸뛰르의 만남’이라는 컬렉션의 출발점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옷차림의 색이 단순해지는 만큼, 손목 위에서 빛나는 하나의 오브제로 스타일에 새로운 표정을 더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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