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엔 사파리 재킷이다…막스마라가 제안한 ‘유틸리티 럭스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른 2027 봄·여름 컬렉션 룩 / 사진=막스마라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른 2027 봄·여름 컬렉션 룩 / 사진=막스마라

내년 봄 옷장의 주인공은 화려한 드레스가 아니라 주머니 큰 사파리 재킷일지 모른다. 지난 9월 24일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서 이탈리아 브랜드 막스마라(Max Mara)가 내놓은 2027 봄·여름 컬렉션 '파 호라이즌(Far Horizon)'의 제안이다.

출발점은 1930년대 세상의 경계를 넘나든 여성 탐험가들의 여행 가방과 장비였다. 그 튼튼한 옷과 도구를 오늘의 도시 여성에게 맞게 다시 재단한 것이 이번 컬렉션의 뼈대다.

영감의 주인공은 탐험가 프레야 스타크, 야생동물 사진작가 오사 존슨, 대륙 횡단 드라이버 에바 딕슨,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와 베릴 마컴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는 이들의 옷장을 의상처럼 재현하기보다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풀어냈다.

트렌치 코트, 발끝까지 떨어지는 볼륨으로 여는 무드

첫인상은 바닥까지 내려오는 너트 브라운 트렌치 코트다. 목 끝까지 올라오는 칼라와 낮게 묶은 벨트가 실루엣에 묵직한 볼륨을 준다.

폭풍을 막는 플랩처럼 실용을 앞세운 디테일을 그대로 살렸다. 컬렉션에 쓰인 개버딘은 가죽으로 착각할 만큼 매끈하게 마감됐다는 현지 평가가 나왔다.

넉넉한 겉옷과 그 안의 가벼운 옷을 맞세우는 대비가 컬렉션 전체의 기본 문법이다. 카키와 브라운, 베이지가 이어지는 흙빛 행렬은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무드를 만든다.

굵은 벨트로 허리를 조인 사파리 재킷과 쇼츠 룩 / 사진=막스마라
굵은 벨트로 허리를 조인 사파리 재킷과 쇼츠 룩 / 사진=막스마라

사파리 재킷, 컬렉션 한가운데 놓인 모험의 아이콘

사파리 재킷은 이번 컬렉션의 중심 아이템으로, 텍스처가 살아 있는 리넨과 은은한 광택의 개버딘으로 만들었다. 가슴과 옆구리에 큼직한 플랩 포켓을 달고 굵은 가죽 벨트로 허리를 조여 재킷이 몸선을 따라 떨어진다.

한쪽으로 드레이핑해 매듭짓거나 더스터 코트처럼 길게 늘어뜨린 버전도 함께 등장했다. 같은 재킷이 길이와 착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비는 아래쪽에서 완성된다. 재킷과 같은 톤의 쇼츠, 짙은 양말, 스트랩 샌들이 사파리의 거친 인상을 부드럽게 눌러 탐험복의 야성과 살롱의 여유를 한 룩에 담았다.

베이지 톤온톤 테일러링에 트렌치 코트를 겹친 룩 / 사진=막스마라
베이지 톤온톤 테일러링에 트렌치 코트를 겹친 룩 / 사진=막스마라

베이지 한 톤으로 겹쳐 입는 테일러링 레이어드

세 번째 룩은 샌드 베이지 더블브레스티드 재킷과 주름 잡힌 와이드 팬츠를 같은 컬러로 맞추고, 그 위에 긴 트렌치 코트를 여유롭게 걸쳤다. 흰 셔츠 칼라를 밖으로 빼내 톤온톤에 밝은 포인트를 더했다.

세 겹을 입고도 무겁지 않은 이유는 길이의 차이에 있다. 재킷은 골반을 덮고 트렌치는 발목 가까이까지 내려와 층이 자연스럽게 나뉜다.

격식 있는 셋업 위에 트렌치를 얹어 출근길 룩과 여행길 룩의 경계를 흐린 것이 이 룩의 반전이다. 현지 매체는 이번 컬렉션의 리넨이 실크에 가까울 만큼 매끈하게 다듬어졌다고 평가했다.

카고 베스트와 미디 스커트를 브라운으로 맞춘 룩 / 사진=막스마라
카고 베스트와 미디 스커트를 브라운으로 맞춘 룩 / 사진=막스마라

비치는 소재와 단단한 카고 베스트가 만든 반전

초콜릿 브라운으로 맞춘 네 번째 룩에서는 큼직한 포켓이 달린 카고 베스트가 주인공이다.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소재로 만들어 실용적인 디자인에 가벼운 공기를 더했다.

같은 컬러의 미디 스커트 위에 베스트를 걸치고 굵은 가죽 벨트로 허리를 정리했다. 짙은 회색 롱부츠로 발끝까지 어두운 톤을 이어 한 색의 깊이를 살렸다.

단단한 포켓과 비치는 소재를 한 벌에 섞은 대비가 이 룩의 핵심이다. 카고 베스트는 재킷 위에 겹쳐 입을 수 있게 설계돼 컬렉션의 레이어링을 이끈다.

카멜 니트 원피스에 스웨이드 백을 더한 룩 / 사진=막스마라
카멜 니트 원피스에 스웨이드 백을 더한 룩 / 사진=막스마라

몸선을 따라 흐르는 니트 원피스와 스웨이드 백

카멜 컬러의 터틀넥 니트 원피스는 이번 컬렉션에서 힘을 뺀 슬링키 니트를 보여주는 룩이다. 어깨선을 살짝 세운 짧은 소매에 종아리 아래에서 퍼지는 고어드 헴이 더해져, 상체는 몸에 붙고 아래는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된다.

현지 매체는 이 니트 원피스들이 몸에 붙으면서도 지나치게 조이거나 비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굵은 벨트로 허리에 매듭을 지어 몸선의 중심을 잡았다.

어깨에 크로스로 멘 스웨이드 백은 컬렉션의 실용 코드를 잇는다. 막스마라의 멀티백은 크로스바디, 클러치, 백팩으로 바꿔 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겨울 소재의 대명사인 터틀넥을 짧은 소매로 바꿔 봄의 옷으로 끌어온 점이 반전이다. 니트의 부드러움과 각진 어깨선이 맞부딪쳐 여성스러움과 강인함이 함께 읽힌다.

블랙 홀터 랩 톱과 화이트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룩 / 사진=막스마라
블랙 홀터 랩 톱과 화이트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룩 / 사진=막스마라

홀터 랩 톱, 흑백 대비로 완성하는 저녁 무드

컬렉션은 낮의 실용에서 저녁의 우아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블랙 홀터넥 랩 톱은 허리 옆에서 큼직한 리본으로 매듭지어 볼륨을 만들었다.

화이트 와이드 팬츠와 맞춰 흑백 두 색만으로 룩을 끝냈다. 상체는 몸에 감기고 하의는 바닥까지 넓게 떨어지는 대비가 선명하다.

현지 매체는 컷아웃 백과 홀터 네크라인이 실용 일색의 컬렉션에 양념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브랜드는 회의실에서 곧장 갈라 행사로 이어지는 하루를 염두에 뒀다고 설명한다.

카고 베스트와 비치는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룩 / 사진=막스마라
카고 베스트와 비치는 와이드 팬츠를 매치한 룩 / 사진=막스마라

투명 팬츠에 카고 베스트, 가장 대담한 출근룩

마지막 룩은 카키 톤 카고 베스트에 립 조직 탱크톱, 비치는 와이드 팬츠를 맞췄다. 안쪽에는 같은 톤의 하이웨이스트 쇼츠를 겹쳐 투명함 속에서도 중심을 잡았다.

투명한 소재는 이번 컬렉션 곳곳에서 등장한다. 미국 매체 WWD는 블랙 오간자로 만든 비행복과 카고 팬츠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브랜드는 비즈니스웨어를 기능적이면서 경쾌하게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카고 베스트를 같은 원단의 테일러드 재킷 위에 겹쳐 입도록 설계한 것도 그 일환이다.

막스마라가 그린 다음 봄은 화려함을 덜어낸 대신 소재와 재단의 힘으로 여운을 남기는 계절이다. 흙빛 팔레트와 넉넉한 실루엣이 이어지는 이번 컬렉션은 여름을 향해 가는 옷이라기보다 하루를 단단히 준비하는 옷에 가깝다.

이날 쇼에는 배우 임윤아를 비롯해 아드리아 아르호나, 레이튼 미스터, 케이트 마라 등이 참석했다. 임윤아는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프렌드 오브 더 브랜드'에 선정된 뒤 처음 가진 공식 일정이었고, 앞으로 국내에서도 브랜드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막스마라는 1951년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아킬레 마라모티가 세운 브랜드다. 남성 코트를 여성에게 맞게 바꾸겠다는 구상이 출발점이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