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자동차관리법, 소비자가 안전한 자동차 정비제도’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가 8월 1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하는 플랫폼 출장정비가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정비 불량이나 화재·누유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작업자와 협력업체, 플랫폼 가운데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현재 차령 10년 이상 노후차는 1021만9017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38.4%로, 이렇게 늘어난 정비 수요의 일부를 방문형 서비스가 받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면 금지보다는 조건부 허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저위험 작업은 장소·안전·기록·보험 기준을 전제로 허용한다. 제동·조향·고전원 전기장치 같은 고위험 작업은 등록 정비업소에서 하도록 한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주최하고 자동차시민연합과 시민교통안전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강순근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회장, 정비업계와 법률·교통안전 전문가,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자리했다.
◇ ‘정비업 제외’가 안전·책임 면제 의미는 아냐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32조는 일부 작업을 자동차정비업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일의 보충·교환과 세차, 필터류 교환, 일정 범위의 배터리·전기장치·냉각장치·타이어 작업 등이다. 다만 참석자들은 제132조가 정비업 등록 의무의 예외를 정한 조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작업 장소의 안전이나 작업기록, 보험, 사고 시 손해배상 책임까지 면제한 규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등록 정비업소는 작업 범위에 따른 시설·장비를 갖추고 정비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점검·정비명세서 발급과 정비이력 전송 등 관리체계도 적용받는다. 반면 정비업 제외 작업을 하는 비등록 출장정비에는 같은 관리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도적 사각지대와 규제 역차별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출장정비 시장 규모와 작업 유형, 사고·분쟁 현황을 파악할 공식 통계도 충분하지 않다.
◇ 경사로·모퉁이서 차량 하부 작업… 주민 안전도 위협
실제로 출장정비 이용자 사이에서는 키만 건네주면 알아서 정비를 해주니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아파트 주차장에서 정비하는 게 불안하며 자격증 확인도 어렵고 폐유 처리도 걱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자동차 정비를 위해 만든 장소가 아니다. 입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통행·주차 공간이다. 경사로, 모퉁이, 어두운 구역에서 작업하면 입출차 차량이 작업자를 발견하지 못해 충돌할 수 있다. 밀폐된 지하 공간에서 불이 나면 연기가 빠르게 퍼지고 주민 대피도 어려워진다. 리프트와 집유·방유 설비 없이 차량 하부 작업이나 엔진오일 교환을 하면 위험이 커진다. 차량 지지장치가 넘어지거나 폐유가 새어 바닥이 오염될 수 있다.
카포스 김종남 서울조합 이사장은 “출장정비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지하주차장을 작업장으로 쓴다면 미리 정해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관리 주체 승인과 작업구역 보호, 화재·누출 대응, 사용 후 오일·부품 회수 책임이다.
이운상 자동차 명장도 “제132조는 등록 여부를 가르는 조항이지 안전관리를 면제하는 조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업 종류뿐 아니라 위험도와 작업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작업기록 없으면 사고 원인·책임 입증 어려워
소비자는 플랫폼의 서비스명과 가격을 보고 결제한다. 그러나 현장에 오는 작업자는 협력업체나 재위탁 사업자 소속일 수 있다. 사고가 나면 계약 상대방과 실제 작업자, 가격과 배차를 정한 사업자의 관계부터 따져야 한다. 하지만 출장정비에는 공통 기록 기준이 없다. 작업 전후 차량 상태와 사용 부품, 작업자, 작업 시간, 보험 범위를 남기는 기준이 미비하다. 플랫폼이 가격과 배차, 환불·보상 절차를 실질적으로 통제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순 중개사업자’라는 명칭이 아니라 실제 관여 정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포스 강순근 회장은 등록업체와의 차이를 짚었다. 그는 “등록 정비업체는 법이 정한 시설·장비와 정비책임자를 갖추고 정비이력을 남긴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출장정비는 같은 작업을 하면서도 안전·기록·보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으로 영업한다면 책임사업자 표시와 보험 가입, 작업기록을 기본 의무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본은 금지 대신 ‘조건’…국내는 신고도 기록도 없다
같은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은 출장정비를 금지하지 않았다. 2025년 6월 30일 시행한 ‘방문특정정비’ 제도가 그것이다. 국가 인증을 받은 정비공장이 사업장 밖에서도 정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대신 다섯 가지 조건을 달았다.
장소는 안전과 공해 방지가 가능한 곳으로 한정했다. 같은 장소에서 연속 사흘을 넘길 수 없다. 작업 범위는 위험도에 따라 나눠 차량 검사와 연결된 정비는 제외했다. 작업자는 1·2급 정비사로 3년 이상 실무 경력과 2년 주기 교육을 갖춰야 한다. 사업장별로 미리 신고도 해야 한다. 견적서와 작업 전후 차량 사진, 교체 부품 사진, 청구서는 2년간 보관한다.
책임 소재도 못 박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제도를 발표하면서 책임 주체를 명시했다. ‘방문특정정비의 책임은 인증공장이 진다. 방문하는 정비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작업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는 재위탁도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작업을 사업장 밖에서 해도 사전 신고나 기간 제한, 기록 보관 의무가 없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허용의 대가로 책임의 고정점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정비라면 장소가 달라도 같은 수준의 안전·책임·기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토부 ‘소비자 편의·안전·사업자 생계 종합 검토’
이동훈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출장정비를 영업 제한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편의와 안전, 사업자 생계와 책임 소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용역 결과와 현장 의견을 근거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이날 실태조사 일정이나 법령 정비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자동차시민연합은 국회와 정부에 출장정비 실태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작업 범위·장소와 안전장비·기록, 보험·플랫폼 책임 기준을 담은 제도 개선안도 단계적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 자료: 차령별 등록 현황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2026년 6월 말)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집계(2026년 3월). 일본 제도는 국토교통성 보도발표(2025.3.31.)와 국토교통성령 제25호·고시 제255호.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소개
자동차시민연합은 1998년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으로 창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 2021년 미래차 시대와 탄소중립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명칭으로 개칭했다. 창립 이후 약 28년간 자동차 소비자 권익 보호와 안전한 정비문화, 친환경 운전, 노후차 배출가스 감축, 전기·수소차 보급 등 지속 가능한 자동차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과 정책 제안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푸른 하늘의 날’ 대통령표창을 받았으며, 임기상 대표는 제1기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와 국무총리실 수소경제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언론연락처: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 02-2633-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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