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은 대부분의 세입자에게 전 재산이다. 2억, 3억 원을 남의 집에 맡기면서도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은 등기부 한 장과 중개사의 설명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등기부에 적힌 근저당이 내 보증금에 어떤 뜻인지,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얼마에 팔리고 그중 얼마가 내 몫으로 돌아오는지는 계약을 마친 뒤에도 알기 어렵다.
AI 프롭테크 기업 옥탑(대표 김성훈)이 9월 28일 정식으로 문을 연 ‘공생’(https://kgong.kr)은 이 빈자리를 메우려는 서비스다. 계약하려는 집의 주소와 보증금을 넣으면 등기부, 건축물대장, 실거래가, 법원 경매 기록을 모아 한 장의 ‘전셋집 진단서’로 돌려준다. 이용 요금은 무료다.
전세사기를 판정하지 않습니다. 판단할 수 있게 해 드립니다
공생은 ‘이 집은 괜찮다, 위험하다’는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전세사기인지 아닌지를 가려 주는 서비스도 아니다.
옥탑 김성훈 대표는 “혈액검사 결과지는 ‘당신은 건강하다’고 적어 주지 않는다. 수치와 참고 범위를 보여 줄 뿐이고, 그걸 보면 내 몸 상태가 보인다. 공생도 전세사기 자체를 판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단서를 읽고 나면 이 집에 들어갈지 말지는 세입자가 스스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판정 대신 진단서가 답하는 질문은 세 가지다. 이 집과 비슷한 조건이었던 집이 2년 안에 경매로 넘어간 비율은 얼마였는가. 경매가 시작되면 매각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그때 세입자가 돌려받는 보증금은 얼마로 계산되는가.
판정을 피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세 계약 자리에는 집주인, 세입자, 중개사처럼 이해가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앉는다. 누군가 내린 한 줄짜리 판정은 믿기도 어렵고, 틀렸을 때 근거를 되짚을 수도 없다. 공생은 결론을 대신 내리지 않고, 계산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같은 진단서를 본다는 뜻에서 이름을 ‘공생’으로 지었다.
실제 낙찰 기록 46만 건이 있어야 나오는 숫자
집의 가치를 추산하거나 등기부의 권리관계를 읽어 주는 일은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다. 공생이 다른 점은 그다음 단계, ‘이 집이 경매로 가면 얼마에 팔리는가’를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이 계산은 옥탑이 운영하는 법원 경매 분석 서비스 ‘경매레이더’의 엔진이 맡는다. 2016년 이후 법원 경매 결과 167만 건 가운데 실제로 낙찰된 46만 건을 학습한 낙찰가 예측 모델 21개가 같은 집을 두고 각자 값을 내고, 이미 끝난 경매에서 실제 낙찰가의 ±10% 안으로 얼마나 맞혔는지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실적이 가장 좋은 모델의 값을 앞에 두고, 모델끼리 벌어진 폭도 함께 보여 준다. 폭이 넓으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경매는 전세 계약이 잘못됐을 때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이다. 경매 현장에서 쓰던 낙찰가 예측을 계약 전으로 앞당기면, 세입자는 ‘최악의 경우 내 보증금이 얼마나 남는가’를 도장을 찍기 전에 볼 수 있다.
계약 전부터 잔금까지 곁에 두는 점검표
진단서는 숫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계약 전, 계약할 때, 계약한 뒤, 잔금 치르기 전으로 나눈 점검표가 붙고, 진단서가 이미 확인한 항목은 결과가 채워져 있다. 세입자의 세 가지 권리인 대항력·우선변제권·최우선변제권이 이 집, 이 보증금 기준으로 어떻게 되는지 정리해 주고, 등기부 상태에 맞춰 계약서에 넣을 만한 특약 문장 예시를 제시한다. 넣으면 세입자에게 불리해지는 문장도 짚어 준다. 진단서와 특약 예시는 참고 자료이며, 최종 판단은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전문가와 상의해 내리도록 안내한다.
넉 달 새 주택 경매 3만5000건… 화곡동 한 곳에서만 1259건
공생은 전국 지역별 주택 경매 현황도 함께 공개했다. 내가 살려는 동네에서 집이 얼마나 자주 경매로 넘어가는지를 표와 지도로 볼 수 있다.
숫자는 가볍지 않다. 올해 6월부터 9월 28일까지 넉 달 동안 매각기일이 잡힌 주택 경매는 전국 3만5725건(매각 물건 기준)이다. 최근 12개월(2025년 10월~2026년 9월 28일) 동안 열린 매각기일 열 번 가운데 낙찰로 끝난 것은 세 번이 채 안 됐고(27.5%), 팔린 집의 낙찰가는 감정가의 70.3%(중앙값)에 머물렀다. 넉 달 동안 경매에 나온 집 열 채 가운데 네 채(39.3%)는 다세대·연립, 이른바 빌라였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넉 달 동안 1259건이 진행됐고 그중 850건이 다세대주택이었다. 인구 1만 명당 59.8건으로 전국 평균(7.0건)의 8.6배다(인구는 법정동 화곡동의 2026년 8월 주민등록인구 21만426명 기준).
낙찰가율은 지역마다 달랐다. 최근 12개월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중앙값은 서울 76.1%, 부산 70.2%, 인천 62.2%, 제주 61.1%였다(낙찰 건수 서울 8448건, 부산 2305건, 인천 6434건, 제주 578건). 같은 보증금이라도 어느 동네 어떤 집이냐에 따라 경매 뒤에 남는 몫이 달라진다.
돈을 벌려는 서비스가 아니라, 지키려는 서비스
옥탑은 경매 분석 ‘경매레이더’, 토지 분석 ‘땅콩’ 등을 운영해 왔다.
김성훈 대표는 “경매나 토지 분석 서비스는 수익을 내려는 분들이 쓴다. 공생은 내 보증금을 지키려는 분들이 쓰는 서비스라 더 각별하다. 수억 원짜리 전세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은 진단받아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공생은 당분간 무료로 운영된다. 한 사람당 최대 세 건까지 진단받을 수 있고, 진단에 필요한 등기부 발급 비용은 공생이 부담한다.
옥탑 소개
옥탑은 AI 기반 부동산 분석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프롭테크 기업이다. 법원 경매 분석 ‘경매레이더’, AI 경매 입찰가 서비스 ‘얼마써’, 토지 분석 ‘땅콩’, 전셋집 진단 ‘공생’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매레이더는 AI와 부동산 데이터 분석 기술을 결합해 등기부등본, 감정평가서, 권리관계, 실거래가, 시세, 입지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부동산 경매 분석 플랫폼이다. 권리·가치·시장·입지 4개 축 분석과 예상 낙찰가 예측, 설명형 분석 브리핑을 통해 경매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언론연락처: 옥탑 김성훈 1566-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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