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수백만 순례자가 걸었던 예루살렘 ‘다윗성 순례길’ 전면 개방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2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길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천년 전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성전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예루살렘 ‘다윗성 순례길’이 올해 1월부터 대중에게 전면 개방되며, 성지의 숨겨진 심장을 직접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관광청에 따르면 이 길은 제2성전 시대, 실로암 연못에서 성전산 정상까지 이어지던 고대 예루살렘의 중심 거리다.

고대 길을 재현한 삽화 (저작권-샬롬 크벨러 Shalom Kveller, 다윗의 도시 아카이브)/사진-이스라엘관광청고대 길을 재현한 삽화 (저작권-샬롬 크벨러 Shalom Kveller, 다윗의 도시 아카이브)/사진-이스라엘관광청

총 길이 약 600미터, 최대 폭 30미터에 달하는 이 순례길은 현대 예루살렘 도심 아래 깊숙이 묻혀 있었으며, 까다로운 지하 구조로 인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 발굴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상점이 늘어선 ‘성지로 가는 시장길’

발굴 결과, 이 길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었다. 양옆으로 상점과 노점이 즐비했던 고대 시장 거리였고,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제물과 물품을 사고 성지로 향했다.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2천 년 전 사용된 고대 화폐, 상인들의 저울추와 돌 측정대 등을 다수 발견하며, 당시 활발했던 상업 활동을 입증했다.

다윗성순례길 (저작권 코비 하라티 Koby Harati, 다윗의 도시 아카이브)/사진-이스라엘관광청다윗성순례길 (저작권 코비 하라티 Koby Harati, 다윗의 도시 아카이브)/사진-이스라엘관광청

돌길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역사

더 놀라운 이야기는 돌로 포장된 도로 아래에서 드러났다. 그 아래에는 거대한 수로가 발견됐고, 이는 로마군을 피해 숨어 지내던 유대인 반란군들의 은신처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발굴 현장에서는 냄비와 점토 기름등잔, 수백 개의 청동 동전, 심지어 로마 병사의 검까지 출토됐다. 이는 로마의 예루살렘 파괴 직전, 도시가 겪었던 격동의 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다.

“이 길을 만든 이는 헤롯이 아니다?”

기존에는 이 도로가 헤롯 대왕의 건설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한다. 발굴을 통해 이 일대가 노동자 계층이 아닌 부유한 엘리트 거주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로의 건설자가 헤롯이 아니라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흥미를 끈다. 한 줄기 길이, 역사 해석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다윗성 순례길 (저작권 코비 하라티 Koby Harati, 다윗의 도시 아카이브)/사진-이스라엘관광청다윗성 순례길 (저작권 코비 하라티 Koby Harati, 다윗의 도시 아카이브)/사진-이스라엘관광청

‘걷는 순간, 2천 년 전으로 들어간다’

다윗성 순례길은 현재 다윗의 도시 국립공원의 일부로 운영된다.방문객들은 실로암 연못 인근에서 출발해 지하 통로를 따라 걸으며, 2천 년 전 성지로 향하던 순례자들의 시선과 숨결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일부 구간은 물기가 있을 수 있어, 편안한 워킹화 착용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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