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지하차도 ‘지나는 공간’에서 ‘머무는 거리’로 탈바꿈
숙대지하차도 개선 전(사진제공=용산구청)숙대지하차도 개선 전(사진제공=용산구청)숙대지하차도 개선 후(사진제공=용산구청)숙대지하차도 개선 후(사진제공=용산구청)

[투어코리아=하인규 기자] 어둡고 삭막했던 지하차도가 색을 입고 메시지를 품은 보행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용산구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요 보행 동선을 중심으로 공공미술을 접목한 ‘생활밀착형 공공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며, 지하차도를 단순히 통과하는 공간에서 머무르고 체감하는 거리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최근 숙명여자대학교를 관통하는 주요 보행 동선인 청파로47길 99 일대(연장 약 150m) 숙대지하차도에 공공미술 디자인을 적용해 보행 환경 개선을 완료했다. 해당 구간은 숙명여대 학생과 인근 주민, 거주자우선주차 및 구간제 주차 이용자들의 통행이 잦은 곳으로, 순헌황귀비길과 청파동 골목상권을 잇는 핵심 연결축이다.

장기간 반복된 낙서와 도장면 훼손으로 어둡고 폐쇄적인 인상이 강했던 이곳은 그동안 보행 안전과 환경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구는 단순한 외관 정비를 넘어, 보행자의 감정과 인식까지 고려한 공간 재구성에 나섰다.

지하차도 내부에는 숙명여대의 상징 색상인 로열블루를 주조색으로 적용하고, 노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활용해 시인성과 공간 활력을 높였다. 색채 대비를 통해 보행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지하차도 특유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벽면에는 니체의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톨스토이의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더 가깝다” 등 파블로 피카소와 헬렌 켈러의 명언을 새겨, 차량 소음과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통로에 따뜻한 메시지를 더했다. 그 결과 빠르게 지나치던 공간은 잠시 발걸음을 늦추게 하는 보행 친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예전에는 빨리 지나치고 싶던 공간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하차도가 아니라 하나의 거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 역시 “밤에도 훨씬 밝고 안전하게 느껴진다”, “동네 이미지 자체가 좋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용산구는 이번 신규 조성과 함께 후암동 1-77 일대 등 지역 내 4곳에 설치된 기존 공공미술 작품의 훼손 상태도 점검했다. 탈락된 타일과 데크 등을 정비해, 노후 공공미술이 다시 생활 환경 속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구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총 48곳에 공공미술을 반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옹벽 중심의 공공미술에서 벗어나 지하보도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유휴 공간으로 대상지를 확대하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주민들이 매일 지나치던 공간을 생활 속 공공미술로 전환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일상 동선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을 확장해 도시 환경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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